미 법원, 8∼9월 준비서면 후 심리…인신보호 청구 송환 늦출수도
6년의 도피 끝에 미국 뉴욕에서 붙잡힌 유혁기(48)씨의 국내 송환을 위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이르면 두 달 뒤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인 유씨는 거물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자신의 법적 권리를 총동원할 태세여서 단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5일 미 법무부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소속 리사 마거릿 스미스 치안판사는 오는 8월17일 유씨 변호인의 준비서면을 제출받는 것으로 법적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변호인은 이날까지 유씨의 주장을 정리한 문건을 법원에 내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반박 준비서면은 9월4일까지, 유씨 측의 재반박 준비서면은 9월14일까지 각각 제출해야 한다.
유씨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심리는 준비서면 절차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 시작된다. 빨라야 9월 중순 이후에 정식 공판이 열리는 셈이다. 이후 소송 절차는 다른 판사가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판사는 심리를 거쳐 유씨의 범죄인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유씨는 체포 직후 화상 및 전화로 법원 심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씨가 체포 직후 대형 로펌인 브레이스웰의 파트너 변호사인 폴 셰흐트먼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의 송환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셰흐트먼 변호사는 뉴욕 검찰에서 재직하는 등 법조 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 법조인이다.
만약 재판부가 유씨를 한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실제 송환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결정은 어느 쪽도 항소할 수 없으나, 송환 대상자의 경우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위법적인 구금을 막기 위해 영미법계 국가들이 채택한 이 제도에 따라 인신보호영장이 발부되면 범죄인 인도 절차가 유예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고 유병언 회장의 2남 2녀 자녀 중 한국 검찰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유씨는 부친의 뒤를 이어 계열사 경영을 주도해 사실상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한국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도 귀국을 거부해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 22일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자택에서 도피 6년 만에 체포됐다. 뉴욕남부지검은 유씨가 허위 상표권 계약이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총 2억3천만달러(약 290억원) 상당의 자금을 사취하기 위해 일가가 운영하던 회사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혁기 뉴욕생활은…고급주택 여러 채에 프랑스 명품초콜릿 사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유혁기(48) 씨가 6년 만에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그의 도피 생활에 관심이 쏠린다.
미 법무부와 검찰이 유씨의 체포 경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그가 도피 기간에도 현지에서 고가의 저택을 다수 소유한 것은 물론 일부를 팔아 거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욕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유씨는 이틀 전 체포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만 최소 2채의 고가 저택을 현재까지 10년 넘게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주택의 존재는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 2014년 한국 예금보험공사(KDIC)의 재산몰수 소송 과정과 뉴욕타임스(NYT)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먼저 유씨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지난 2007년 7월 파운드리지의 저택을 345만달러(약 41억원)에 구매해 여전히 소유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04년 지은 이 저택은 대지면적 4만1천116㎡(1만2천437평), 건물면적 783㎡(237평) 규모로 침실 5개와 화장실 7개를 갖췄다.
이 저택에는 작년 6만5천193달러(약 7천849만원)의 재산세가 부과됐다.
유혁기씨의 뉴욕주 베드퍼드 자택 추정 사진
유씨 부부는 2년 뒤인 2009년 6월 인근 베드퍼드에서도 275만달러(약 33억원)를 들여 저택 한 채를 더 샀다. 대지면적 1만6천228㎡(4천909평)에 건물면적 650㎡(197평) 규모로 작년 재산세는 4만8천677달러(약 5천861만원)이었다.
이번에는 '베드퍼드 모임 프라퍼티 유한회사'라는 법인 명의로 구입했으나, 이 법인 사무실은 유씨의 다른 미국 회사들과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이들 부부는 뉴욕시 맨해튼에도 고급 아파트를 갖고 있었으나, 재산몰수 1심 소송에서 패하기 직전 이를 매도해 압류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와 아내는 2003년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에서 운영하는 맨해튼 남부 190㎡(57평)짜리 콘도를 172만5천달러(약 21억원)에 구입했다.
뉴욕항과 자유의 여신상 조망이 가능한 고급 주택이었으나, 2016년 9월 245만달러(약 29억원)에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 같은 건물에서 비슷한 면적인 매물들이 300만∼400만달러대에 팔린 점에 비춰볼 때 1심 판결 직전 급하게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씨가 체포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자택이 이미 알려진 파운드리지 저택 혹은 베드퍼드의 저택인지, 아니면 공개되지 않았던 제3의 자택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검찰이 2014년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인도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미 공개된 주소의 자택에서 6년 동안 '도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씨가 같은 카운티 내에 다른 은신처가 있었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곳에서 숨어지내다 최근 자택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도 2014년 보도에서 그가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밖이나 아예 미국 밖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지역의 한 교민은 "유씨가 어디에 사는지 한인들은 아무도 몰랐다. 이곳은 큼직한 집들이 많아서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자동차에 선팅을 진하게 해서 다니면 누가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피 전까지 베드퍼드 지역에서 프랑스의 명품초콜릿 사업을 벌였던 점도 눈에 띈다.
유씨는 1800년 설립된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에갈레의 뉴욕 지점을 운영해왔다. 이 브랜드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약사였던 드보브가 쓴 약을 먹기 힘들어하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만든 초콜릿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유씨는 프랑스 본사를 직접 설득해 미국 판권을 사들인 뒤 2005년 1월 명사들을 초청해 맨해튼에서 떠들썩한 행사를 열어 뉴욕 지점 런칭을 알렸다.
당시 베드퍼드에 세워진 이 초콜릿 브랜드 뉴욕지점은 이미 폐업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인근 지역에 같은 이름의 매장이 있는 것으로 검색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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