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 통계 조작?’ 질문에 알 수 없는 일

미국 사망자 급증에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어

3월에는 한-미 비교 말라며 서울 인구 3800만명

코로나19 키트 한국서 공수한 호건 주지사 비꼬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한국의 코로나19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내뱉은 말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과의 비교에 발끈하는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방송된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너선 스완 기자와 코로나19 대처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이 인터뷰는 728일 백악관에서 녹화한 것이다. 스완 기자가 현재 15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증가를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그래프를 보여주며 미국이 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스완 기자는 해당 종이를 건네받아 보더니 반박했다.

, 당신은 지금 확진자 대비 사망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을 말하는 거다. 그게 미국이 정말 열악한 대목이다. 한국, 독일 등에 비해 훨씬 안 좋다.”(스완 기자)

그렇게 하면 안 된다(You can't do that). 확진자 대비로 봐야 한다.”(트럼프 대통령)

왜 그러면 안 되죠? 예를 들어 한국을 보자. 인구 5100만명에 사망자는 300명이다. 대단한 거다.”(스완 기자)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You don't know that).”(트럼프 대통령)

그들이 통계를 날조하고 있다고 보는 건가? 한국이?”(스완 기자)

내가 그 나라하고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어서 거기까지 들어가진 않겠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거다. 그리고 한국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날 현재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은 한국이 약 0.58, 미국이 약 4.778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뉘앙스까지 내비치면서 미국이 잘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완 기자가 미국에서 하루 1천명이 죽고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죽고 있다.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다(It is what it is.)”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의 모범국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비교 대상이 될 때마다 사실 왜곡까지 하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330일 한 기자가 미국은 인구당 검사 수에서 한국 등에 못 미친다고 묻자 서울 인구가 얼만지 아나? 3800만명이라고 엉뚱한 숫자를 대면서 한국과 미국 비교에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 정부로부터 50만건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수한 데 대해, 호건 주지사가 한국을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며 나는 그가 약간의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연방정부가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데 호건 주지사가 쓸 데 없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코로나19 유족' "트럼프 때문에 남편 사망" 맹비난

"팬데믹 제대로 관리 안 하면서 인기와 표만 신경 써"

신문 사망 기사 절반이 트럼프와 행정부 등 비판 내용

                                                     미국 코로나19 사망자 기사

미국의 7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남편을 기리는 사망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해 화제다.

미국 폭스뉴스는 텍사스주에 사는 스테이시 너지(72)가 지역 매체에 기고한 사망 기사에서 생명보다 표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 때문에 지난달 22(현지시간) 남편 데이비드 너지(79)가 헛된 죽음을 맞았다는 등의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고 4일 보도했다.

너지는 지난달 30일 자로 기고한 사망 기사에서 전반부 절반은 남편의 삶과 그의 유족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나머지 절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등 정치인들이 코로나19 문제를 가볍게 보는 바람에 남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너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건당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무심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한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업보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고 밀접 접촉을 피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 예절을 준수하고 붐비는 장소를 자주 소독해야 하며, 무증상 감염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직접 쓴 사망 기사가 거짓인 것 같다면서 남긴 반응에 해명 트윗 남긴 스테이시 너지

너지는 기사를 본 한 누리꾼이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코로나19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 기사를 본보기로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데이비드 너지의 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직접 해명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또 그는 팩트체크 전문사이트 '스놉스'"(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면서 "20년간 지내온 남편과 갑작스레 이별한 기분이 어떤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직접 사망 기사를 쓴 이유를 밝혔다.

텍사스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지난 2일과 3일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각각 5800명 이상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7천여명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476883, 사망자 수를 156771명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