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따르며 ‘방콕’했는데 또…“화가 나서 어찌할 바 모르겠다”
피로도 쌓인 의료진 “다시 원점…” 자영업자·비정규직 생계 끊길 판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성북구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등원했던 어린이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교회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시민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중 여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분노와 좌절감, 허탈감을 나타냈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는 “공연 관람도 취소하면서, 거의 집에만 있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지냈다. 직장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직종이라 정상적인 출근을 6개월 동안 못 하고 있었는데 허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재테크 카페에는 “화가 나서 어찌할지 모르겠다. (사랑제일교회 예배 및 집회 참석자들이) 제발 검사라도 빨리빨리 받아야지 왜 안 받고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그렇게 어렵나? 누군 안 답답한지 아나?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지켜보고 검사받는 게 어려운가?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합시다”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던 의료진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찾아온 ‘코로나 전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인 이아무개(32)씨는 “2~3주에 한번씩 레벨디(D) 보호장구를 입고 검체를 채취하고 문진을 했다. 수개월 동안 더위와 싸우며 일해왔지만, 조만간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며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니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의료진 모두 심적·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사기가 매우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경제적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찾아온 재확산세에 좌절하고 있다. 서울의 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남궁아무개(46)씨는 “여름이라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손님이 좀 오려고 하다가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 이후 뚝 끊겼다. 하루에 2~3명 정도만 온다. 그냥 가게를 닫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버텼다. 그런데 영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교육 관련 업체 비정규직 직원인 이세중(31)씨는 “비대면 강의, 학원 강의 축소로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직원들에 대한 매출 압박도 커지고, 최근 다른 부서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거 계약해지됐다”며 “나는 다행히 계약해지되진 않았지만, 일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시급으로 급여를 받게 됐다. (재확산으로) 나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필라테스 강사 윤아무개(40)씨는 “광화문 집회 이후 수강생이 줄었다. 개인적으로 감염 우려도 되고 수업을 나가고 있는 헬스장들이 문을 닫으면 생계가 끊길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 비중이 큰 인디 음악인들은 장기간 공연을 열지 못해 우울감을 드러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씨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우울해진다, 처진다’ 이런 수준이 아니고 정말 이 일을 접어야 할까 싶을 정도의 암울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그럴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어쿠스틱 듀오 랄라스윗의 멤버 박별씨는 “나 이제 뭐 먹고 살지…” “이제 슬슬 공연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막 알아보고 다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할 줄도 모르고. 허허 참 씁쓸하네”라고 말했다.
한 인디 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모두 ‘수익이 안 돼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인디 음악은 공연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하고 있다. 연말 공연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화가 날 정도”라고 털어놨다.
개학을 앞두고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학부모들도 속이 탄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중학생 학부모 이아무개(45)씨는 “오늘(18일) 개학을 했는데, 짝수·홀수 번호 나눠서 한주씩 학교에 나가고 있다. 안 나가는 주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우리 부부가 맞벌이라 다시 전면적으로 온라인 강의로 한다면 걱정이 된다”며 “아이도 온라인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답답해한다. 차라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 재난 시기에는 집단과 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방역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일부 종교단체 등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혐오로 이어지면, 감염된 사람들이 숨게 돼 모두가 위험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채윤태 배지현 기자 >
정치권도 코로나 감염비상…이낙연 등 확진자 간접 접촉
민주 김용민 · 통합 최형두 의원 등도 확진자 간접 접촉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낙연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간접 접촉한 것으로 18일 확인되며 정치권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 후보뿐 아니라 같은 당 김용민 의원,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해당 확진자와 간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와 두루 접촉, 확진 시 정치권 전체에 코로나 쓰나미가 덮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당 대표 후보(오른쪽)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 후보가 지난 17일 아침에 출연했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먼저 출연했던 이가 오늘 저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이 후보는 악수 등 확진자와 신체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확진자가 사용했던 의자와 마이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15분께 CBS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고 즉시 의료 기관에 방문,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후보 측은 "내일 자택에 머무르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일정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 간접 접촉 시점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이틀 사이에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김석수 전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헌화ㆍ분향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핵심 인사가 총집결했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도 방문했다. 이어 김부겸 박주민 후보와 방송 토론회에 참석, 1시간 30분가량 밀폐된 스튜디오 안에서 함께 있었다.
앞서 전날 확진자 간접 접촉 직후에는 경기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고(故)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이 후보는 행사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단상에 올라 발언할 때는 마스크를 잠시 벗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해당 방송사에서 확진자와 역시 간접 접촉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CBS 측의 연락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 코로나 확진에 “셧다운”
CBS 표준FM(98.1㎒) 간판 시사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기자가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받으면서 CBS가 정규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언론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을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BS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전날 오전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이날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방송에는 앵커 김현정 PD는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다수 기자, PD, 스태프가 참여해 연쇄적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CBS는 즉각 셧다운 조치를 했다.
특히 이날 오후 CBS 사옥에서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까지 열린 상황이라 집단 감염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김 PD 등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와 한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가 격리하며 내일 중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CBS는 밝혔다.
CBS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라디오는 내일 온종일 음악 방송으로 대체한다. '김현정의 뉴스쇼'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한다"며 "TV 방송의 경우 사전 녹화 프로그램이 많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원들도 모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른바 셧다운 조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관계자들에게 비상 연락을 돌리고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직원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추후 공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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