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가능자만 살아남는 코로나-19 ‘K자형 회복우려

도심 공동화하면서 현장 근무자와 중소 상인은 고용 불안 가중

고용정책 변화 없는 한 ‘1 99’의 격차 사회 더욱 굳어질 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텅 빈 영국 런던의 사무실 건물. 재택근무와 자동화가 노동 양극화를 재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자동화 도입이 늘면서 이런 추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부 전문직과 나머지의 격차가 급격하게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계 등 전문직 인력은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를 유지하는 반면 판매원·잡역부·비서 등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양극화 현상, 이른바 케이(K)자형 회복우려가 높아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23일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자동화나 정보기술 도입 추세가 저임금 일자리를 몰아내는 강력한 촉진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화가 중산층의 임금 정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특히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육체 노동자들만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자를 줄이고 출장도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면서 숙박과 접객 업종도 고통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역 검색 및 예약 서비스 업체 옐프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이후 완전히 문을 닫은 식당, 체력단련시설, 상점 등 중소 사업체가 73천곳에 이른다. 코로나19가 중소 사업자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지만,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아직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은,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대기업들의 재택근무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잉 등 15개 미 대기업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업체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57%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들 15개 회사의 고용 인원은 260만명에 이른다.

유럽 상황도 비슷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의 은행, 자산관리업체, 보험사 등이 재택근무를 속속 연장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금융기업 냇웨스트와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은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내년 초까지 연장했고 투자신탁회사 슈로더 등 많은 기업도 재택근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연봉이 높은 금융계나 대기업 종사자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은 주변 상권에 끼치는 영향이 중소기업에 비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노동의 미래연구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오터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든 뒤에도 노동 양극화가 완화되지 않을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오터 교수는 이런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고소득자들의 도심 주거지 탈출을 꼽았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심 대신 값도 싸고 주거 환경도 좋은 전원 지역으로 대거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선진 경제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재촉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의 경우, 기업 인건비 부문의 실효 세율은 지난 40년 동안 25%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소프트웨어나 장비 투자 부문의 실효 세율은 2000년대 초 20%를 넘었지만 지금은 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고용 촉진책을 적극 시행하지 않는 한 자동화가 고용을 위축시키는 추세를 막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신기섭 기자 >

           

폭우에 코로나 재확산, ‘복합재난에 죽을 맛벼랑 끝취약계층

코로나 실직내몰린 비정규직·자영업자 등 직격탄깊어진 민생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시행 중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채 수습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가파른 속도로 재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5일 태풍 바비상륙까지 예고되면서 지난 코로나19 1차 확산때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생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에서 노점을 하는 씨의 하루 벌이는 지난해까지 4만원 안팎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돈을 손에 쥘 날이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잦아들고 휴가철이 되면서 행인들의 지갑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씨는 24<한겨레>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4만원 정도 벌었다면 지금은 1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마저도 폭우가 내릴 땐 손님이 끊겨 장사를 아예 하지 못했다그야말로 사는 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겨우 월세를 낸 뒤 월세가 밀린 처지라 그는 집주인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을 설명하면서 소비·수출 등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뒤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던 신용카드 승인액이 7월 들어 4.8%(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에 쏟아진 물폭탄과 코로나19 재확산이 다시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대학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씨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적자 때문에 더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반토막 난데다, 장마 땐 가게 앞을 오가는 행인도 없어서 수입이 ‘0’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의류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복철씨는 코로나19 1차 확산 때 수입이 30%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는데, 폭우로 다시 발걸음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새 7명이던 직원은 2명까지 줄었다.

코로나 실직이 길어진 이들은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 대학 시간강사 씨는 학교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 강의로 이뤄져 1학기 수입이 한달 30~40만원 선에 그쳤다고 호소했다. 그가 나가던 강의는 대부분 폐강된 상태다. 2학기 들어 대면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면 수입이 회복될 거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3단계로 격상하면 줄줄이 극장 문을 닫아야 할 공연계도 시름이 깊다. ‘극단 와이(Y)’의 연출가인 강윤지씨는 9월 공연을 앞두고 여러 달 준비한 공연을 전면 취소해야 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연을 취소하면 정부 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강씨는 지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면 몇개월 동안 공연을 준비해온 무대·의상 디자이너, 작가, 배우, 연출가 모두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등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공동운영위원장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땐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에 다소 국지적으로 나타난 반면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민생 타격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박윤경 채윤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