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연세 의료원에 인턴요구’…아니면 말고식 무책임 보도
“조민씨·연세대 의료원에 사과” ‘오보’ 대신 ‘확인 불충분’ 변명
조선일보 8월29일자 조간 2면 사과기사
<조선일보>가 지난 28일자 일부 지역판에 실린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 기사와 관련해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대해 ‘오보’라는 표현 대신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 등의 표현을 써 사과의 진정성은 물론 언론으로서의 책임감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조간 2면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이 기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피해를 입은 조민씨와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 대해 “본지 취재 윤리규범은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쓴다. 사실 여부는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본지는 제작 과정에서 해당 기사가 이 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즉시 삭제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 해당 기사가 게재된 신문이 배달돼 독자 여러분께 그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드리겠다”고 보도경위를 설명했다.
조선일보 28일자에 실린 해당 기사.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조선일보의 사과문 내용을 보면 해당 기사는 지난 27일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 지원을 했다’는 ‘제보’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 제보 내용을 취재하던 기자가 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와 외부인 등 4명이 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가 피부과 에이(A) 교수를 면담했고, 그에 따른 의료원 측 고충을 토로하는 대화가 오갔다는 이야기를 참석자로부터 들었다”며 “실제로 해당 저녁 모임이 그 식당에서 있었으며, 참석자 면면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증언자 외 또 한 명의 모임 참석자도 ‘비슷한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해당 기사가 작성됐고, 일부 지역 배달판에 게제됐다”며 “그러나 이 기사는 직접 당사자인 조민씨나, 조민씨가 만났다는 교수에게 관련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작성된 것이다. 해당 기사는 당사자인 1차 취재원이 아닌,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본지는 첫 지방판 인쇄 직후 이 기사를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2차 취재원의 증언만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인쇄판부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며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는 첫 인쇄판 신문이 배달됐고, 28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간부들과 조민씨의 부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모두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교수를 면담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해당 기사로 피해를 입은 조민씨와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의 28일자 보도내용을 부정하는 정기양 연세대 의과대 의학과 피부과학교실 교수 SNS.
하지만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과 의문이 제기된다. ‘오보’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마치 애초 취재를 하게 된 제보의 신빙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해명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바로잡습니다의 취지는 ‘정정보도’와 같다.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수준으로 오보에 대해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고, 그 사과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담아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사과문은 ‘오보’에 대한 인정 없이 항상 자기변명과 해명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과문을 보면, 연세대 의료원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저녁자리가 실제로 있었고 조민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것도 복수의 참석자를 통해 확인했지만, 조민과 해당 교수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만이 문제인 것처럼 적혀있다. 되레 자신들의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고, 사과의 진정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조선일보는 28일자 일부 지역판에 조국 전 장관 딸인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을 부탁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기사는 이후 삭제됐지만, 해당 기사가 실린 지역판을 받아본 독자 등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에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허위기사”라며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두 명의 기자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정기양 연세대 의과대 의학과 피부과학교실 교수 역시 에스엔에스를 통해 “피부과 교수 누구도 조민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며 보도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한 바 있다. < 유선희 기자 >
조국 "징벌적 배상액 8900억 해외사례도" 페이스 북에 올려
조선일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관련 오보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조 전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번 조선일보 오보 사태가 발생했다면, 얼마 정도의 배상액이 선고될까 생각해본다"고 적었다.
앞서 조선일보는 28일자 10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연세대 의대 교수를 찾아가 세브란스에서 피부과 인턴 과정을 밟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지면은 결국 수정됐지만 초판이 일부 지역에 배송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조선일보는 29일자 2면에 '조민씨·연세대 의료원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사실 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고 사과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내에도 오보를 낸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미스 리틀 콜로라도' 존베넷 램지 피살사건 CBS 다큐멘터리의 경우 7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의 손배소가 제기된 후 2019년 합의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사가 파산한 사례도 있었다"며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소규모 언론사 '앨턴텔레그래프'는 건설업자가 마피아와 연관돼 있는 오보를 낸 후 92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파산신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조선일보 명예훼손 손해배상액 8년간 4700만원' 기사를 링크했다. < 최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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