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신경 등이 부교감신경 활성화 정신·신체적 이완 상태 이끌어
스트레스는 현대인들에게 만병의 근원으로 통한다. 이때 스트레스에 맞서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부교감신경이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박 수가 줄어들며, 소화와 배변, 배뇨 작용이 촉진되면서 오장육부가 편안해진다. 한마디로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다.
독일 콘스탄츠대 심리학자들의 실험 연구 결과, 몇분간의 마사지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크게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마사지 없이 쉬기만 해도 신경의 이완도가 높아졌다. 이는 마사지와 휴식이 신체 이완의 주요 엔진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PNS)의 활동을 자극해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머리·목 마사지, 어깨 쓰다듬기, 단순 휴식 비교해보니
연구진은 마사지 효과의 인체생리 메커니즘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건강한 여성 60명)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에 각기 다른 유형의 마사지를 10분간 시행했다.
먼저 첫번째 그룹엔 머리와 목 마사지를 통해 부교감신경에 연결된 가장 큰 신경인 미주 신경에 중간 수준의 압력을 가했다. 이는 신체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미주신경은 12개의 뇌 신경 중 10번째 신경으로 뇌로부터 나와서 얼굴, 흉부, 복부 전반에 걸쳐서 분포한다.
그다음 그룹에는 목과 어깨의 근육을 따뜻한 손바닥으로 원을 그리며 좀 더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줬다. 이는 쓰다듬는 수준의 마사지만으로도 긴장이 풀어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조군 그룹엔 마사지를 시행하지 않고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있도록 했다. 이는 마사지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 휴식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도중 인체의 생리적 이완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심박 수와 고주파 심박변이도(HRV)를 측정했다. 심박변이도란 자율신경계의 변화에 따라 심장박동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부교감신경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고주파 심박변이도 수치가 높을수록 신체 이완도가 더 높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참가자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주관적 이완도도 설문을 통해 측정했다.
마사지 강도별 차이 없어…휴식만으로도 이완 효과
실험 결과 10분간 휴식을 취하거나 마사지를 받은 사람 모두가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참가자가 이전보다 더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약해졌다고 보고했다. 특히 모든 참가자의 심박 수 변이도가 뚜렷이 증가했다. 이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신체가 쉬는 것만으로도 생리적으로 이완됐음을 보여준다. 생리적 효과는 참가자들이 마사지를 받는 경우에 더 컸다. 마사지 강도는 그다지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신경심리학 연구실의 박사과정생이자 제1저자인 마리아 마이어(Maria Meier)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적인 치료를 굳이 받지 않고 누군가가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거나 테이블에 머리를 10분 동안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신체 이완의 생리적 엔진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남성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실험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 곽노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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