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반대 66%에서 2020년 찬성 58%

코로나 영향 때문어려운 사람 알게 돼

 

스위스 제네바주 주민들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시간당 23스위스프랑(29천원)의 최저임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최저임금의 세 배에 이르는 액수다. 2011, 2014년 국민투표에서 최저임금 제도 도입에 반대했던 제네바주 주민들은 왜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액수의 최저임금을 도입하기로 했을까?

인구 48만명인 제네바주는 지난 7~9월 진행한 국민투표에서 최저임금 시간당 23프랑 도입안건에 찬성 58.16%(81371), 반대 41.84%(58549)로 통과시켰다. 투표율은 54.14%였다. 다음 달부터 제네바주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노동자는 일당으로 적어도 184프랑, 우리 돈 233천원을 받게 되고, 월급으로는 약 4000프랑, 우리 돈 507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스위스에서는 2011년과 2014년 연방 정부가 22프랑의 최저임금 제도 도입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제네바주도 반대 비율이 높았다. 2014년 투표의 경우 전국적으로 76%가 반대했고, 제네바주에서는 66%의 반대표가 나왔다.

66%의 반대가 찬성 58%로 바뀐 6년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셸 그람 스위스 딜로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에서 모두가 은행이나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비스업 등 저소득 노동자들이 코로나 봉쇄로 가장 큰 피해를 봤고, 이 분야에 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됐다<시엔엔>(CNN)에 말했다. 그는 분명히 이런 점이 60%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찬성표를 던지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저소득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다.

한때 유럽에서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스위스는 3월부터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다. 식당과 시장 문을 닫게 했고, 5인 이상 모임도 금지했다. 영세 서비스업은 치명타를 입었고, 전체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6.2%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제네바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료 급식소에 실직자 등이 길게 줄을 서는 등 세계 최고 부자 나라답지 않은 현상이 생겨났다. 스위스 시민단체 연대의 카라반의 공동 창립자 샤를마뉴 에르난데즈는 여름 동안 주말마다 6~9천명이 무료 급식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말 급식에 새벽 5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4시간 뒤 수천 여명이 2간격으로 1마일(1.6) 넘게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변화가 예상된다. 제네바주 고문 마우라 포기아는 “111일부터 제네바주 노동자의 6%가 최저임금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노조 하부조직은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하며, 3만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보고, 이 중 3분의 2가 여성노동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네바주 최저임금이 시간당 3만원 가까이 책정된 것은 제네바의 높은 물가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올해 조사에서 제네바는 싱가포르, 홍콩, 오사카, 뉴욕, 파리 등에 이어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 10위에 올랐다. 전년도 조사에서는 5계단 높은 5위였다. 제네바주에 앞서 최저임금을 도입한 스위스의 3개주(뇌샤텔주, 쥐라주, 티치노주)는 모두 20프랑의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이는 프랑스 최저임금(10.15유로, 14천원)이나 한국 최저임금(8590)보다도 2~3세 배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스위스 1인당 국내총생산(GDP)82839달러로 한국 (33346달러)의 두배 이상이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