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철거에 시간 걸려연방·주정부 함께 토론할 문제

13일 낮 현지 주민과 교민 등 300여명 소녀상 지키기 시위

사민당·녹색당·좌파당 등 구의회 의원 과반수 철거 재검토

 

13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 앞에서 구청의 평화의 소녀상철거명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 독일 시민이 우쿨렐레 공연을 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의 구청장이 사실상 철거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독-한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13일 낮(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위를 열었다. 300여명의 시위대는 독일어로 베를린 용기를 내, 소녀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해라고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 앞에서 미테구청까지 30여분간 행진했다.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이날 구청 앞에서 예고 없이 시위대를 맞았다. 국제 연대를 위한 인권 단체와 반성폭력 단체 회원들이 소녀상 존립 이유에 대해 발언하자, 다셀 구청장은 주최 쪽에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소녀상 존립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상황을 잘 파악했다어제 코리아협의회에서 소송(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걸었기 때문에 어차피 철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같이 토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항의를 못 들은 척 할 수는 없다미테구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 연방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주정부가 함께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현지 주민과 교민 등 300여명이 평화의 소녀상철거명령에 항의하며 미테구청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이에 앞서 12일 사회민주당 소속 미테구 의원들이 미테구청에 소녀상 철거 계획 재검토를 요구한 데 이어, 13일에도 집회가 열리기 전 구청장이 소속된 녹색당 및 좌파당 의원 등 미테구의회 의원 과반수 이상이 다셀 구청장에게 철거 재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테구청은 지난 7월 도심 거리에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지난달 28일 제막식 이후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 요청을 하자, 지난 7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등의 비문 내용이 문제가 됐다. 철거 기한은 오는 14일로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가 전날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한겨레>비문의 문구가 주요 쟁점이 될 것 같다며 철거 철회를 위해 일부 문구는 수정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베를린 평화소녀상 철거 위기 청원운동…법원판단에

독일 누리집서도 독일·오스트리아 시민 중심 1555명 서명

정의연 시민 합의 속 건립된 소녀상유엔에 서한 보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코리아협의회 누리집.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한국에 이어 독일 현지 시민들까지 철거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11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청원이 올라온 독일어 서명운동 누리집(www.petitionen.com)을 보면, 이날 오후까지 1555명이 철거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한국과 호주, 미국에서 서명한 70명을 제외하면 모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서명이다. 청원인은 반일 운동이 아니라 평화 공존이라는 명확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외무부, 베를린 상원 및 미테구청에 동상을 제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성명을 내어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소녀상 철거 압력과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 철거 공문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정의연은 시민들의 합의 속에서 건립된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철거 요구는 베를린 시민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유엔(UN) 표현의 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정의연은 미테구청 주소와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편지·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란 제목의 청원이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 올라왔다. 청원인은 순수한 민간단체의 활동으로 지역 자치 기관과 다양한 여성인권 단체들이 연대하여 독일 최초 공공장소에 어렵사리 세워진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외교력에 의해 탄압받고 있다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나설 때입니다. 이건 단순히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국격의 문제라고 정부의 조처를 촉구했다. 현재 이 청원은 관리자가 내용을 검토 중이어서 게시판에 노출돼 있지 않았지만, 외부 링크로 유입된 이들을 포함해 이날까지 3511명의 동의를 받았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7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테구청의 소녀상 철거 공문 발송은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윤태 기자

 

법원 결정에 좌우될 베를린 소녀상의 운명

코리아협, 효력정지 신청과 이의제기, 정의연 유엔에 철거 반대서한

 

독일 베를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란이 결국 소송으로 가려지게 됐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독일의 코리아협의회는 12일 행정법원에 소녀상 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미테구에는 행정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11<한겨레>에 밝혔다.

소녀상이 자리한 미테구청은 지난 7일 허가 취소 공문을 보내 14일까지 시민단체 스스로 철거하지 않으면 시가 철거에 나선다고 통보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행정 처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민단체의 대응도 숨가쁘다. 구청과 법원 결정까지 몇주에서 몇달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장 임박한 철거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코리아협의회는 기대하고 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보도자료에서 소녀상을 승인한 도시공간 및 건축예술 심사위원회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신청서에도 여러 장을 할애해 설명했다. 최초 허가 절차에 문제가 없는 만큼 그대로 둘 것을 주장할 법률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소녀상 설립 당시 시위원회가 우선 1년 설치를 허가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위배될 때는 언제든 철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에 소송에서는 이 점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소녀상은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레우니온의 후원으로 세워졌으며, 지금까지 일본인들을 포함한 지역주민 누구 하나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온라인신문 <베를리너 차이퉁>일본 정부가 이런 기념비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런 상황 자체가 왜 이 동상이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온라인 대안언론 <타츠>는 한 시민의 기고문에서 외무부가 미테구의 시정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가 확고한 독일에서는 행정부가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코리아협의회를 비롯한 독일의 여성·시민단체들이 미테구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독일 시민사회의 청원도 시작됐다. 11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청원이 올라온 독일어 서명운동 누리집(www.petitionen.com)을 보면, 이날 오후까지 1555명이 철거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한국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유엔 표현의 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한편, 미테구청 주소와 전자우편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편지·전자우편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채윤태 기자

 

역사문제 본질 호도하는 일본"우리가 피해자" 주장까지

'피해자 명예회복·치유'는 뒷전'소녀상은 반일운동' 선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일제 강점기 징용 등에 관한 한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가해로 시작된 문제에 관한 한국의 움직임을 무조건 '반일'로 규정하거나 심지어 일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본질을 호도하는 언설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일 사이에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문제다.

독일의 한인 단체가 수도 베를린에 최근 소녀상을 설치했는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철거를 요청하고 주독일 일본대사관이 독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로비한 결과 현지 행정당국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소녀상을 설치한 단체는 명령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녀상에 의미에 대한 해석은 한일 양국 사이에 엇갈리고 있다.

일본 우익 세력은 이를 반일 선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일본 정부도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 가운데 역사 문제에서 가장 우익적 태도를 지닌 산케이(産經)신문은 11일 논설에서 "(소녀)상을 방치하면 위안부라는 것은 강제연행된 '성노예'라는 역사 날조가 확산할 수 있다. 악질적인 반일행위는 싹을 확실히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201512월 한일 외교부 장관 합의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문재인 정권은 일한 합의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락을 잘 모르는 이들이 이 논설을 읽으면 소녀상을 더 설치하지 않거나 철거하기로 한다는 합의가 2015년에 이뤄지기라도 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합의 당시 발표문에는 소녀상에 관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한국 측 발언이 있을 뿐이다.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검토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합의 때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결국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한국 정부는 해당 소녀상에 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이해하며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노력한다는 수준의 답변을 했을 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성노예 상태였다는 것은 유엔이 보고서를 통해 인정한 사안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측은 소녀상이 일종의 반일 캠페인이며 일본에 대한 비난 행위라고 인식하고 이같은 합의 내용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베를린이 분열의 상징에서 공존의 도시로 거듭난 곳이라며 "그런 베를린 거리에 그런 상(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소녀상 설치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산케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독일 측에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면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강조했고 미테구 측은 " 국가 간 역사 논쟁에서 한쪽을 돕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철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무조건적인 해결을 천명한 것은 아니며 양국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했다.

합의 때 거론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이라는 특정 장소의 문제를 별론으로 한다면 소녀상 설치 자체는 양국 합의의 정신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피해자가 겪은 인권 침해와 전시 성폭력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한 트집이며 일본 측이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한국이 추진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위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건설적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며 일본 총리가 한국에 갈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