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발코니서 지지자들에 연설 상태 좋다며 감염 뒤 첫 공개행사

주치의 타인 감염시킬 위험 없어” ‘음성 판정 받았냐질문엔 답 안해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유세 예정열세 추세 굳어지면 대패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의 발코니에서 유세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열흘 만인 10(D-24) 백악관 블루룸의 발코니 연설을 시작으로 격리에서 벗어나 재선 운동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앞에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연 유세에서 민주당의 공약을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로 몰아붙이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흑인과 중남미계 공화당 지지 운동을 벌이는 블렉시트라는 단체가 조직한 이 집회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 사회를 위해 한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발목 잡는 코로나19

코로나19 감염 이후 처음으로 공개 대중행사를 연 트럼프는 자신의 상태가 아주 좋다며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설 직전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전날 미국에서 58302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14일 하루 64601명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로는 최대다. 이날 발표된 <ABC>/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5%만이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처를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40%대 초반인 트럼프의 지지율 수준에도 못 미치는 냉정한 평가다.

이날 연설 역시 트럼프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확인하고 이뤄진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는 이날 대통령이 안전하게 격리를 끝낼 수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 기준을 충족하고, 타인을 감염시킬 위험이 더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만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 발표가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등 방역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또 다른 슈퍼전파자 집회를 갖는 것은 도덕적으로 파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합주로 향하는 두 후보들

트럼프의 이날 집회 참가는 자신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여론을 떠보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 재개에 나서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트럼프는 12일 플로리다 올랜도, 13일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대규모 유세를 이어간다. 모두가 역대 대선을 좌우한 경합주들이면서, 현재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뒤지는 곳이다.

대선을 3주 앞둔 상황에서 두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 등 전통적 경합주들에 총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에리 카운티를 순회하며 표 다지기에 나섰다.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0.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에리 카운티는 가장 치열한 경합 카운티다.

<워싱턴 포스트>는 펜실베이니아가 경합주 중에서도 당락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라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 당파색이 옅은 백인 주민이 많은 지역으로, 경합주의 향방을 가르는 지표 구실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현재 펜실베이니아에서 7%포인트 안팎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전국 지지율에서 10% 안팎으로 뒤지는데다, 경합주에서도 대부분 열세다. 펜실베이니아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 각각 0.2%포인트, 0.8%포인트, 1.2%포인트 차로 이겼던 미시간, 위스콘신, 플로리다에서 모두 여론조사에서 3~7%포인트 뒤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굳어진다면,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선거인단에서도 100명 이상의 차이로 패배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길 기자

 

"트럼프, 퇴원시 슈퍼맨 티셔츠 착용 '깜짝쇼' 계획했었다"

NYT보도 "'힘의 상징' 보여주고 싶어해" 실행하진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과거 리트윗한 동영상에 나오는 슈퍼맨 합성 장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원 당시 슈퍼맨 티셔츠를 입는 '깜짝쇼'를 계획했었다고 뉴욕타임스(NYT)10일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공개 행사를 연 상황을 다루면서 이러한 뒷얘기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입원한 뒤 3일만인 지난 5일 퇴원, 백악관으로 복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의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해있던 지난 주말 주변 인사들과 가진 여러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고려하고 있는 구상을 공유했다고 NYT가 관련 대화에 대해 알고 있는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와이셔츠 속에 슈퍼맨 티셔츠를 입은 채로 병원을 나서면서 대중이 자신을 처음 봤을 때 쇠약한 듯 보이다가 와이셔츠를 벗어젖히며 '힘의 상징'으로 슈퍼맨 티셔츠를 내보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이러한 '깜짝쇼'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맨의 상징인 'S' 문양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신이 강한 사람이며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라는 것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20일에는 배경음악으로 슈퍼맨 주제곡이 흐르고 슈퍼맨의 몸통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붙인 합성화면이 담긴 동영상을 리트윗하는 등 평소 슈퍼히어로 이미지를 선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에도 약해 보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강한 전사'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 4일에는 입원 도중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쇼'를 연출했으며 주변의 만류에도 조기 퇴원을 강행했다.

그는 10일 백악관 행사에 이어 12일 플로리다, 13일 펜실베이니아, 14일 아이오와를 차례로 방문, 대규모 유세를 가지며 선거전을 본격 재개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 모인 수백명의 군중을 상대로 백악관 발코니에서 연설하면서 참석자들이 단체로 입은 푸른색 티셔츠를 주목하며 "나도 흰색 셔츠 대신 그 셔츠를 입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0분간 연설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실제 발언 시간은 18분에 그쳤다고 NYT가 보도했다.

 

바이든, 트럼프에 12%P 차로 앞서'코로나 확진' 후 격차

"트럼프, 코로나19 대처 잘못" 58%, "바이든, 여성·중도파 압도적 우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12%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이 지난 69일 전국의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likely voters) 7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4%, 42%에 그친 트럼프를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 범위는 ±4%포인트다.

바이든 후보는 특히 유권자 중에서도 여성, 소수인종,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59%의 지지율을 보여 트럼프(36%)23%포인트 차로 앞섰고, 중도성향(Moderates)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지지율은 69%를 기록해 25%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무려 44%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같은 여론조사의 '등록 유권자'(registered voters) 879명 대상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는 53%의 지지율을 보여 트럼프 대통령(41%)을 역시 12%포인트 차로 눌렀다.

등록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처가 잘못됐다고 답한 비율은 58%, 잘했다는 응답(41%)보다 많았다.

또한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5%였지만, 트럼프가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38%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12%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이전에 실시된 조사 때보다 좀 더 벌어진 것이다.

WPABC방송이 지난달 2124일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3%, 트럼프 대통령은 43%로 격차는 10%포인트였다.

WP"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1TV토론과 부통령후보 TV토론, 그리고 자신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에 따른 입원을 포함하는 격변의 시기에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 좁히기에 실패했다"고 촌평했다.

이어 "대선일이 3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위상이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 대한 불신에 의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추격하며 촌각을 다투는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