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토 두른 부유한 남성과 노예8월 아닌 10?

 

이탈리아 폼페이고고학공원이 발굴해 21일 공개한 사진으로,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숨진 폼페이 남성 두 명의 유해가 온전히 보존돼 있다. AP 연합뉴스

                  

2천년 전 화산 폭발로 사라진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에서 두 남성의 유해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됐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남성이 모직 의류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8월설과 10월설 사이를 오갔던 폼페이 최후의 날10월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21(현지시각) 이탈리아 문화부가 배포한 비디오 영상을 보면, 폼페이고고학공원 쪽이 고대 폼페이 외곽의 교외 주택에서 두 남성의 유해를 출토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남서부 나폴리 인근의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와 화산암 등에 뒤덮여 자취를 감췄다. 1748년 샤를 3세의 공식 발굴 명령 이후, 화산재층 아래 묻힌 폼페이의 유적은 1750년부터 출토되고 있다.

이번 발굴도 화산재층 아래 2깊이에 있던 유해가 2천년 만에 발굴된 것이다.

3040살로 보이는 남성의 유해에서는 모직 망토를 목에 두른 흔적이 남아, 당시 그가 높은 신분에 있는 부유한 시민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이탈리아 폼페이고고학공원이 발굴해 21일 공개한 사진으로,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숨진 폼페이 남성의 유해 중 손의 모습.

그의 옆에서 발견된 1825살 남성은 로마 시대에 보편적으로 입던 무릎길이의 웃옷 '튜닉'을 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그의 여러 척추골이 부서진 것으로 보아 그가 고된 노동을 한 노예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시모 오산나 폼페이 유적지의 고고학 담당자는 "이 두 남성은 아침 9시께 대피처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둘의 손과 발에 힘이 꽉 들어간 것으로 미뤄 열충격으로 사망한 것"이라 말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유산부 장관은 폼페이 유적지가 공부와 연구를 하기에 훌륭한 곳임을 이번 발견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시신이 화산재 속에서 부패하며 생긴 공간과, 화산에서 쏟아진 부석(속돌)에 액상석고를 붓는 방법으로 이들 유해를 사망 당시의 원형에 가깝게 찾아냈다.

2년 전에는 폼페이의 화산 폭발 이후 고온 가스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유해가 발견됐고, 이후 한 저택의 방에서 두 여성과 세 아이의 유해가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다.

이탈리아 폼페이고고학공원이 발굴해 21일 공개한 사진으로,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숨진 폼페이 남성의 유해가 온전히 보존돼 있다. AP 연합뉴스

고고학자들은 두 남성 중 한 명을 부유한 지주로, 다른 한 명은 젊은 노예로 추정하고 있다. 30~40살로 보이는 남성의 유해에서는 모직 망토를 두른 흔적이 남아, 그의 높은 신분과 부유함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폼페이고고학공원 책임자인 마시모 오사나는 <뉴욕 타임스> 전화 인터뷰에서 모직 의류로 볼 때, 화산 폭발은 이전에 추정됐던 서기 798월이 아닌 같은해 10월에 일어났을 거라는 믿음에 신빙성을 더한다며 유해 발굴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다른 남성은 18~25살로 추정된다. 고고학자들은 그의 척추골이 부러진 것으로 미뤄, 고된 노동을 한 노예였을 거라고 설명했다. 전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