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 소식 · 3분기 실적 호조에 초저금리 · 원화강세도 투자 우호적

외국인, 상대적 저평가 반도체 관심코로나로 경제침체 악화 우려 잠복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23일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2602.59)로 밀어올린 힘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8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5(11411억원) 이후 13일 연속 순매수 기록이다. 반면, 개인은 8738억원, 기관은 59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경기 위축 우려가 불거지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백신 개발 소식이 잇따라 나오면서 수출국인 한국은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는 분석에 3분기 상장사의 실적이 좋게 나온 점, 초저금리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 등이 결합해 상승 탄력을 받았다.

김한진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곧 백신이 보급되고 내년 중반 정도면 접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 때문에 1차 팬데믹(대유행) 때처럼 공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쪽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 흐름도 외국인 매수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달러 환율은 지난주 29개월 만에 가장 낮은 11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날도 환율은 하락세(1110.4)로 마감했다. 여기에 다자주의를 내세운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통상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국내 주식시장에선 우호적인 환경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는 최근 주가 흐름이 계속 좋아 기대심리가 높아져 있다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에 깔고 업종 대표주 쪽으로 관심이 일고 있다그 밑바탕에 깔린 근본 요인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주가의 추가 상승세를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 경기 침체 이후 한국의 경기회복 탄력이 가장 빠르다보험과 은행, 철강 업종 중심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13개 증권사가 전망한 코스피 내년 목표치는 대개 2700~2900선에 형성돼 있다. 흥국생명은 세계 성장률 상향 흐름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효과를 고려하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3% 후반 수준이 유력하고 코스피 기업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8% 급증할 것이라며 내년 지수를 3000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연일 상승함에 따라 변동성이 커졌다는 불안감도 일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둔해질 수 있다는 점은 큰 변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쪽에서 한국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해도 경제의 밑바탕이 튼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 주가를 비교적 낮게(1960~2630) 전망한 디비(DB)금융투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업 부채나 재정 상태로 보아 민간 투자와 정부 지출이 악화할 여지가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김영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