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일단 미래관계 협상 계속하기로

 

12일 영국 도버 항구로 가는 A20 도로에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다. 내년 1월 초 노딜 브렉시트현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그 전에 수출입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프랑스 칼레에서도 화물차가 수마일 줄서는 현상이 빚어졌다. 도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이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어업수역을 지키기 위해 해군 함정을 대기시켰다. 의약품, 식료품 등 생필품 비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한 영국은 올해까지는 기존 유럽연합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할 미래 관계를 놓고 유럽연합과 협상해왔으나, 규정 시한인 13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12일 영국 국방부가 노딜 브렉시트 때 어업수역을 지키기 위해 80m 길이의 해군 초계함 4대를 대기시켰다고 보도했다. 초계함 4대 중 2대는 직접 바다에 출동하고 다른 2대는 타국 어선이 영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침범하면 출동할 예정이다. 영국 해군은 되도록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해역에 진입하면 선원을 체포하거나 어선을 나포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어업권을 비롯해 공정경쟁환경, 분쟁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등 3대 쟁점에서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연합 어선들은 영국 해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유럽연합은 영국 수산물 수입을 막을 방침이어서 양쪽 다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국경과 규제 통제권 회복을 브렉시트의 의미로 내세우면서 해역 통제권 회복을 예로 들어왔다.

군함 대기에 대해 여당에서 비판이 나왔다. 보수당 소속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 군사위원장은 유럽연합과 무역협정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며 함정을 출동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품위 없고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의약품과 식품 등의 비축에도 나섰다. <더 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이날 슈퍼마켓들이 일주일 전 행정부로부터 노딜에 대비하라는 언질을 받고 식료품 등 각종 제품의 재고 확보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보건부는 의약품, 백신, 의료기기 공급업체에 6주치 재고를 영국 내 안전한 곳에 비축해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내년 11일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관세 장벽이 생겨 영국 국내총생산이 급감하고 유럽연합도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내에서 보장됐던 이동의 자유도 제한을 받게 된다. 지난 11일 존슨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둘 다 무역협정에 합의할 가능성보다 노딜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영국-EU, 미래관계 협상 계속하기로 양측 "합의 가능한지 볼 것"

존슨-폰데어라이엔 통화 뒤 공동성명 발표당초 13일이 데드라인

연말 전환기간 종료까지 보름가량 남아 막판 타결 여부 주목

 

영국과 유럽연합(EU)13일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양측은 일요일인 이날을 합의 여부를 결정할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노 딜' 브렉시트(Brexit)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협상을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통화를 마친 뒤 내놓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오늘 오전 도움이 되는 통화를 했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협상팀은 최근 며칠간 밤낮으로 일해왔다"면서 "거의 1년간의 협상에 따른 철저한 검토를 했고, 여러 차례 데드라인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에 따라 협상을 지속해 늦은 단계에서라도 합의가 가능한지 살펴볼 것을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측이 협상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줄이지 못하자 존슨 총리는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후 양측은 추가 협상을 진행한 뒤 13일까지 협상 미래에 대한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협상에서도 양측이 견해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하면서 이날 최종적인 협상 결렬과 '노 딜' 선언이 발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양측이 이날 추가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면서 향후 며칠내 최종 합의에 이를지가 주목된다.

존슨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 발표 뒤 각료들을 소집해 결정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9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만찬 협상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무역 관계에 대한 협상을 오는 13일까지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 1월 말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그러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모든 것을 이전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말까지 설정했다.

양측은 전환기간에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9개월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향후 분쟁 발생 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어업 등 세 가지 주요 이슈에 커다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장벽이 발생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