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가 러시아 연방보안국 고위 간부로 가장해 통화하자

FBS 독극물팀 요원 범행수법·증거인멸 시도까지 모두 고백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의 암살을 시도한 러시아 연방보안국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하는 모습을 올린 유튜브 영상 중 일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의 암살을 시도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해 범행 수법까지 알아냈다.

미국 <CNN> 방송은 나발니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간부로 가장해 콘스탄틴 쿠드럅체프라는 요원에게 암살 시도 수법에 대해 캐물었고, “속옷에 신경작용제를 묻혔다는 실토를 받아냈다고 22일 보도했다.

앞서 15<시엔엔>과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슈피겔> 등은 공동으로 나발니 암살을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주도했다며 암살 시도와 관련된 보안국 요원들의 신원도 공개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나발니는 이 보도 이후 자신을 국가안보회의 간부라고 속여 쿠드럅체프에게 접근했다. 나발니는 암살 실패 원인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범행에 관해 물었고 통화 내용을 녹음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통화에서 나발니가 신경작용제를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하자 쿠드럅체프는 속옷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용 부위를 묻자 속옷 안쪽 사타구니 쪽이라고 답했다.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의 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고 묻자, 쿠드럅체프는 내가 알기로는 조금 더 사용했다고도 말했다.

쿠드럅체프는 또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가 중간에 긴급 착륙했기 때문에암살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몸의 이상을 호소해 기장이 비행기를 시베리아 옴스크에 긴급 착륙시켰다. 쿠드럅체프는 모스크바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이었고, 이는 긴 비행시간이라며 만약 비행기가 도중에 착륙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엔엔>나발니한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노비초크는 피부를 통해 흡수되며, 만약 비행기가 모스크바까지 그대로 비행했으면 나발니는 사망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을 전했다.

쿠드럅체프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옴스크 친구들이 경찰과 함께 속옷을 가지고 왔다며 증거인멸을 위해 옴스크에 간 사실도 실토했다. 나발니가 속옷 때문에 놀랄 일은 없겠네?”라고 묻자, 쿠드럅체프는 우리가 거기(옴스크)에 여러번 갔던 이유라고도 답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21일 나발니가 올린 통화 녹음과 관련해 연방보안국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계획된 도발이라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조기원 기자

 

, 나발니 암살시도 제재 보복"독일 정부관계자 입국금지"

 

러시아가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암살 시도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독일 정부 관계자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러시아 외무부는 22일 주모스크바 독일대사관 베아테 그르체스키 공사와의 면담에서 이같이 통보했다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전했다.

독일 외무부도 러시아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알렉세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이런 보복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독일 정부 관계자 중 제재대상이 누구인지는 통보되지 않았다. 당사자는 러시아에 입국을 시도할 때 자신이 제재대상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독극물에 중독됐던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계단을 걷고 있는 모습.

앞서 EU는 지난 1015일 나발니에 대한 암살 시도에 관여한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고위 러시아 관료 6명과 러시아 유기화학·기술과학연구소에 입국금지와 자산동결, 자금제공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기장은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그는 옴스크의 병원에 머물다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 최근 퇴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에 신체가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나발니는 이와 관련 전날 본인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라고 신분을 속이고 FSB 독극물팀 요원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이 자신의 속옷에 신경작용제를 묻혀 암살하려 했다고 동영상을 통해 폭로했다. 이날 폭로는 독일 더슈피겔 등 여러 매체와 공동으로 추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푸틴 정적' 독살시도 러 연방보안국 요원 신원 확인"

CNN·벨링캣 등 통화·여행 기록 토대로FSB내 독극물팀 2017년부터 미행

나발니 독살시도때 해당팀이 같은 지역 머물러부인이 비슷한 증상 겪기도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산하의 독극물팀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탐사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14일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더슈피겔 등과 함께 각종 통화와 여행 기록, 서류 등을 공동 취재한 결과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독살 시도의 책임이 FSB에 있다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제거 목적이라고 봤지만, 러시아를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8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고,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게서 냉전 시대 말기 구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나발니와 그의 팀은 FSB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었다. FSB의 독소 및 신경제 전문팀은 2017년 이후 모스크바를 오간 30차례 이상의 여행에서 나발니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이 팀은 의사와 독극물 학자, 긴급 의료요원 등 610명으로 구성돼 있고, 주로 3명 단위로 움직였으며 최근에는 사용한 뒤 버릴 수 있는 선불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팀의 사무실은 모스크바 남서쪽 외곽에 있는데, 나발니가 시베리아에 머물 무렵 소통의 허브 역할을 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있기 몇 주 전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소장 등 이 팀의 지휘부는 신경제 연구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FSB의 고위급인 보그다노프는 지난 72월 크렘린 고위 당국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한 기록이 있다.

공교롭게도 나발니와 부인은 그다음 날인 73일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짧은 휴가를 시작했는데, FSB 팀 중 최소 3명이 이곳에 나타났고 이들의 체류 당시 호텔 감시 카메라도 꺼져 있었다.

이 팀이 모스크바로 돌아간 직후인 76일 나발니 부인의 몸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러운 피로감과 방향감각 상실이 있었지만 결국 회복됐다. 이후 나발니는 자신이 독극물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이 팀에서 적어도 2명이 러시아 지도부가 종종 여름을 보내는 소치를 두 차례 다녀왔고 두 번째 방문은 나발니 독살 시도 전날이었다며 독살시도가 고위급에서 승인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이뤄진 시베리아 여행 때는 56명의 요원으로 구성된 2개 팀이 배치됐다. 한 요원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머물던 6일 내내 모스크바 외곽의 사무실에 머물며 현장요원들과 소통했다.

나발니는 820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아프기 시작했고, 이내 독극물 공격을 당한 것 같다고 알렸다.

CNN은 당시 비행기 기장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고 의료 도움을 받기 위해 옴스크로 방향을 바꿨는데, 이것이 나발니를 살아있게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발니가 혼수상태로 옴스크 병원에 도착할 무렵 FSB 지도부와 2명의 독극물팀 구성원 간 짧은 통화가 연이어 이뤄졌다. FSB 수장인 알렉산드로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이 팀의 간부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

당시 호텔에 남아있던 나발니 팀은 방에서 수건, 물병, 샴푸 병과 칫솔을 수거했다. 이 물건은 나발니가 치료를 받은 독일로 함께 옮겨졌는데, 최소 2개의 물건에서 노비촉 양성 반응이 나왔다.

CNN은 나발니 독살 시도를 이 팀이 했다고 확실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유럽이 러시아의 책임을 지목한 것은 잘못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나발니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가 푸틴 대통령 주변 측근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의사가 허락할 경우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