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는 모르는 검찰개혁의 핵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판사, 변호사 생활을 모두 해본 외부자로서 지난 14개월 남짓 검찰 조직과 운영실태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대표되는 검찰의 조직문화와 내부 의사결정 구조 및 그 문제점을 뼈저리게 체감했고, 반드시 해결돼야 할 개혁 과제로 판단하게 됐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본래 독일에서 검사 간의 직무 이전, 승계를 설명하기 위해 창안된 도구 개념이었으나, 우리 검찰에서는 실무상 이런 개념으로 활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반면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그 내용 중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른다’는 부분만 크게 부각됐다. 검찰 조직의 최정점인 검찰총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대검 차장 등이 특정 사건에 관해 일일보고를 주문하면, 전국 모든 검사는 총장에게 매일 모든 것을 보고하고 지시받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그조차 총장이나 상급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건을 빼앗아 다른 부서, 다른 검사에게 줄 수도 있다. 총장은 결재권자가 아니면서도 지휘감독권을 앞세워 이른바 주임검사와 직거래 등을 할 수도 있고, 이는 일선 기관장과 부서장의 지휘계통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검사들은 “~검사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주로 “형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검찰의 서열화된 위계질서와 한 식구라는 독특한 폐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관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니 선배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규율이 세워지고, 나아가 검찰 조직 안에 있을 때는 범죄와 비위를 저질러도 제 식구 감싸기, 밖에 나가서는 전관예우로 잘 모시는 것이 가능한 조직이 되는 것이다.
검사동일체를 떠받치는 장치로는 검찰청법의 규정 이외에도 현실에서 실제 작동하고 있는 수많은 업무 행태와 관행이 존재한다. 보고와 지시로 이어지는 결재제도, 사건 배당과 사무 분담, 검사장 등의 인사 추천과 상훈, 특수활동비의 수시 집행, 정보부서에 의한 검사 세평 동향정보 수집, 소수 특수·기획 라인의 내부여론 형성, 퇴직 후의 변호사 영업과 직결되는 전관예우, 인사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이 검사동일체를 지탱하는 주요 요소들이다.
반면 검사동일체가 위법·부당하게 작용할 때 직무를 정당하게 수행하고자 하는 검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이의제기권 행사 △상급자의 직권남용죄에 대한 형사고발 △대검훈령의 위임규정에 따라 독립적 감찰개시 권한을 가진 대검 감찰부에 내부제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검찰의 조직문화와 내부 규정하에서는 그 어떤 수단도 하급자가 마음 편하게 행사할 수 없다.
검찰이 더는 뉴스의 전면에 나오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정치권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선택해 고발장을 접수하면 검찰총장 등이 형소법상 관할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누가 있는 어디로 사건을 보낼 것인지 고민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사 상황과 피의사실, 감찰 정보, 검토보고서 등 내밀한 정보가 정치적 목적이나 자본의 이해관계, 재판 영향을 위한 불순한 목적 등으로 특정인, 특정 언론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피의자와 피고인, 피해자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신뢰 없이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 무력감을 겪지 않기를 희망한다. 잘못된 수사, 기소로 피해받은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하여 그 상처를 조금이라도 씻어드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사들은 처음 임관할 때 가졌던 직업적 양심과 인권 감수성도 새롭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대검 감찰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가 바로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검찰은 기득권, 보수권력과 맺어온 오래된 카르텔을 깨고 오로지 실체 진실과 적법절차에 따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투명하고 겸손한 기관이 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 드러나지 않던 어둠이 때가 되어 밝음 안으로 들어왔으니, 신축년 이후 결국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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