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망년에 사라져야할 괴물들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가는 세월의 분기점을 맞는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유난히 답답하고 불안하고 초초했던, 강박 속에 참고 견디며 살아야 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당연히 COVID-19 이야기로구나 하고 직감할 터이다. 하지만 그 것만을 거론하기엔 부족하다. 지난 일년 동안 우리를 괴롭히고 피곤하게 하고 상처를 준 것들이 어디 한 둘 이랴만, 그 중에도 코로나에 버금가는 다른 두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들 역시 코로나 못지않게 비슷한 기질로 기승을 부리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지겨운 한 해를 넘기는 마당에 어서 사라줘졌으면 하는 강한 소망으로 오버랩된다.
아무래도 그들 세 군상은 곰곰 따져볼수록, 범위와 영향력은 다르나 정말 유별나고도 징그럽고 독한 ‘물건’들이라는 점에서는 묘하게도 닮은꼴들이 아닌가 하는 감이 든다.
먼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괴물은 다들 보고 듣고 겪은 그대로 일 것이다.
가까운 이웃에서 전염병 감염 소식을 들으면서 얼굴은 늘 마스크로 감싸고 끈을 단단히 조여야 했다. 요양원에서 죽어나가는 노인들 이야기가 TV에서 쏟아져 나올 때는 머잖아 다가올 인생말기에 다들 저런 취급을 당하겠구나 하는 실감이 스며들곤 했다. 일이 멈추고 수입이 막혀 나라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난감한 처지는 사람들을 속병이 들게 했다. 누구를 만나기도 겁나고,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도 없으니 이게 무슨 징벌이란 말인가.
어느 날 갑자기 차단된 일상 속에서 마치 ‘창살없는 감옥’처럼 제한된 반복의 나날은 정신력과 삶의 역량을 불시 점검 당하는 인생 ‘재수시험’ 같은 감이 들 정도였다.
비단 어느 한 사람 뿐이랴. 현재까지 지구상의 220개 국가와 지역에 감염자를 내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내노라 하는 거대 선진국들이 속수무책으로 짓밟혔다. 8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걸려들어 병을 앓고, 그 중에 170여만 명은 목숨을 잃었다. 첨단과학을 동원해 만들어 낸 백신으로 기세가 꺾일려나 했더니 절묘하게도 변종으로 빠져나가려는 지능적이고 끈질기고 교활한 근성을 드러낸 존재.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그 기괴한 위력과 파장을 보면, 쩔쩔매는 인간을 향해 분명히 오만한 헛웃음을 치고있을 것이다.
대국 미국에서 기행을 일삼은 한 인물 때문에 미국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인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금세 트럼프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미국이 우선이라며 세계 각국을 압박하고 강짜를 부렸다. 동맹국이라면서도 ‘갈취’와 ‘공갈’ 수준의 예우를 일삼았다. 흑인을 죽인 백인경찰을 두둔하면서 항의시위를 폭동이라고 매도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있는 사실을 없는 것처럼 범벅을 만들어 버리는 억지와 허언의 재주꾼.
그는 마침내 표로 결판이 난 선거마저도 부정·불복하는 막무가내 아집으로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국력과 국격과 민주주의의 세계 최고인 나라 국가원수 함량이 그 정도라는 게 믿기는가. 그것도 집단지성이 택했다고 볼 수 있는 선거로 뽑힌 지도자다. 더구나 그런 꼴을 보고, 당하고 겪고 나서도, 미국인의 절반 가량은 여전히 그에게 환호하고, 그래서 그 걸 믿고 버티며 임기 말에 국정을 성깔대로 뒤흔들다니, 과연 미국은 죽어 가는가. 미국인들의 분별력도 그렇지만, 도대체가 공직자와 지도자의 덕목이란 찾아볼 수가 없는 그로인해 분열되어 신음하는 미국은 그리고 불안한 장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농락당한 그 이상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제 세 번째 대상, 한국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1년여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말고 나라와 민심을 뒤흔든 존재라면 누가 떠오르는가. 좌우를 떠나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정 최고책임자와 상급자에게 반항하여 공직의 기강을 무너뜨렸다. 국민 대표기관의 검증시스템을 무력화하여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했다. 국민이 선출한 임명권자에게 도전하여 문민통제를 위태롭게 한 그는 장관급 공직자다. 사상 유례없는 항명과 국정요동의 소란, 거기에 가족비리 의혹을 보는 국민적 원성 만으로도 진작 ‘부덕의 소치’로 물러나는 게, 구태여 ‘목민심서’를 들출 필요도 없는 상식이고 도리였다. 그런데 그는 이해가 맞아 떨어진 패거리들을 부추겨 자기만의 법치를 외치며 감찰도 거부했다. 입맛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내로남불’의 칼을 휘둘러 국가 사정기관을 사조직이나 정당처럼 만들었다. 마치 핍박받는 정의 투사 행세로 대선주자인 양 정치검찰의 상징이 된 그가, 지난 한해 나라와 국민들 가슴을 얼마나 후벼파고 불안케 했던가. 머잖아 트럼프는 퇴장할 것이다. 이제 남은 두 괴물, 제발 코로나 바이러스도, ‘검찰 두목’도 망년과 함께 말끔히 사라져, 새해에는 세상에 평화가 충만할 지어다!.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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