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기쁨과 소망] 얕은 뿌리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송만빈 목사
노스욕 한인장로교회 담임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 초입을 자동차로 드라이브해서 들어가다 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게 자란 레드 우드 군락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레드 우드가 수십 미터 높이로 자라니까 자기 몸을 지탱하고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그 뿌리 또한 땅 속 깊이 뻗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겁니다. 식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그 뿌리가 그리 깊지 않게 뻗어 있다는 거예요. 참 이상하죠. 뿌리가 얕으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쉽게 넘어질 것이 뻔한데, 어떻게 수십 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것인가요?
그 비밀을 파헤쳐보았더니,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표면 아래 얕게 뻗은 뿌리가 수십 수백 그루의 나무 사이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뿌리가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서로를 지탱해 주고, 그래서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쳐도 넘어지지 않고 높이 자랄 수 있었던 겁니다. 참으로 놀라운 생존 전략인데요.
레드 우드의 이 생존 전략은 영적으로도 심오한 교훈을 던져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자면 신앙의 뿌리가 얕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약한 바람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얕은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강한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 하더라도 극복해 나가며 큰 나무로 자라갈 수 있어요.
에베소서 5:29을 보면, 예수님께서 교회를 어느 정도로 사랑하셨는지에 대한 사도 바울의 언급이 나오는데요.
“누구든지 언제나 자기 육체를 미워하지 않고 오직 양육하여 보호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에게 함과 같이 하나니”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의 몸을 미워하지 않고 영양분을 공급하며 소중히 여기고 보호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교회를 양육하고 보호하십니다. 그리고 교회의 지체인 성도들에게도 서로 이렇게 사랑할 것을 바라십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2차 유행을 맞이한 요즈음, 확진자 수는 1차 유행 최고점 때보다2배 가까이 증가했고 날씨가 더 추워지면 그 수치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모릅니다.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함께 모여 예배 드리고 교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교회를 제대로 다니고 있는 것은 맞는지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헷갈립니다. 정신적인 우울증과 함께 영적 우울증을 겪기 쉽습니다. 만약 서로 만나지 못하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고립되어 버린다면 안 그래도 믿음의 뿌리가 얕은 우리로선 넘어지기 딱 좋아요.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기도의 끈으로 묶여 있어야 합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서로의 신앙을 챙겨야 해요. 얕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에 하늘 높이 자라는 레드 우드 나무처럼, 토론토 내 모든 교회의 성도들이 성령과 기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믿음의 거목들로 자라 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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