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형 이스칸데르도 모습 드러내... 신형 ICBM은 등장 하지 않은 듯
북한이 14일 밤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위). 석달 전 공개한 미사일(아래)보다 탄두부의 모습이 길어졌다. 연합뉴스
북한이 석달 만에 진행한 열병식에서 신형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 전략 무기를 추가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14일 저녁 수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해 10월10일 열린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후 석달 만에 북한이 어떤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공개할지 여부였다.
이날 통신에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들을 보면, 석달 전보다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신형 SL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의 전략·전술무기가 등장한 점이 눈에 띤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SLBM ‘북극성-5ㅅ’(추정)은 석달 전에 등장한 ‘북극성-4ㅅ’보다 탄두부가 다소 길어졌다. 통신은 이 무기의 등장 장면에 대해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기술 강세를 확고히 틀어쥔 혁명 강군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하며 수중전략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가 광장으로 련이어 들어섰다”고 적었다.
하지만, 최근 열병식에서 줄곧 등장했던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번에는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석달 전 열병식에는 길이가 약 25~26m, 지름이 2.5~2.9m 정도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해 국내외의 비상한 이목을 끌었었다. 그밖에 석달 전보다 탄두 모양이 뾰족해지고 길이가 길어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도 처음 등장했다.
14일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단거리 4종 세트 중 하나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연합뉴스
통신은 “첨단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줬다”, “우리 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부상시킨 (중략)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과 뜨거운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다”는 말로 이번 열병식의 의의를 정리했다.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자리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위원장은 7일 진행된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북한이 앞으로 추진해 갈 핵전력 강화사업으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안의 전략 대상에 대한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비행비행전투부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SLBM) 등을 열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추운 날씨 탓인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러시아식 털모자(샤프카)를쓰고 현지 지도에서 착용하던 긴 가죽 재킷과 장갑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연설하지 않았고 대신 김정관 국방상이 연단에 섰다. 김 국방상은 “적대세력이 국가 안전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 동원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광장에서는 축포와 함께 전투기 비행이 이어져 야간 열병식의 화려함을 더했다. 열병식 후에는 무도회와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를 마지막으로 5일부터 시작한 당대회 본회의와 기념행사까지 총 열흘간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정부 소식통은 전날 오후 6∼7시께 열병식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ICBM 없고 김정은 연설 안해…북한, 바이든 취임 전 수위조절?
14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이라는 이름의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지난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북한이 석달 만에 야간 열병식을 열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공개했다. 미 대륙을 사정권에 둔 전략유도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전술·전략무기를 동원해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이지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선보였던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비교해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향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나름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14일 저녁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며 행사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깜짝’ 심야 열병식이 열린 지 석달 만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주석단에서 행사를 지켜봤으나, 지난해 10월 행사 때와 달리 직접 연설은 하지 않았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이라고 적힌 새로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운반 차량에 실려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을 처음 공개한 지 석달 만에 또다시 신형 잠수함용 탄도미사일을 선보인 것이다. 북극성 숫자 뒤에 붙은 ‘ㅅ’(시옷)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시옷의 의미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수상, 수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번 북극성-5ㅅ은 탄두 부분이 북극성-4ㅅ보다 더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영상에선 북극성-4ㅅ이 실린 차량 앞부분에 병사 4명이 나란히 올라타 있었는데, 이번에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북극성-5ㅅ의 몸집이 병사들의 탑승 자리까지 차지할 만큼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5ㅅ이 더 커진 것이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핵잠수함 개발 공식화와 맞물려 더 강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그동안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2단 로켓으로 개발한 뒤 북극성-1형과 2형, 3형까지만 몇 차례 시험발사를 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북극성-4ㅅ은 물론 이번에 공개된 북극성-5ㅅ에 대해선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이들 북극성-4ㅅ이나 북극성-5ㅅ이 과연 실전배치가 가능한 전력인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전술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KN-23형과 비교하면, 탄두 모양이 좀더 뾰족해지고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도 한 축 늘어났다. 지금으로선 이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성능 개량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KN-23 미사일은 기존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 미사일 등과 달리 저공비행이 가능하다. 사거리가 400~600㎞ 안팎으로 추정되면서도 최고 고도가 50㎞를 넘지 않는 것이다. 또 하강 단계에서는 동체에 달린 꼬리날개를 움직여 재상승하는 이른바 ‘풀업 기동’(pull-up·활공 및 재상승)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풀업 기동을 하면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의 포물선과 다른 궤도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망의 요격을 피하는 데 유리하지만, 풀업 기동으로 재상승할 때 공기저항으로 미사일의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라는 전술지대지미사일 KN-24와 4연장·5연장·6연장·12연장 등 다양한 발사대를 탑재한 방사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지상전력 등이 줄지어 등장했고, 공군의 항공전력들도 축하 비행에 참여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이들 신형 무기에 대해 “북한이 실제 시험발사 등을 한 사례가 없어서 당장 정확한 성능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북한군의 동향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김정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에 결사적 투쟁”
노동당 8차 대회 8일 만에 폐막…자력갱생 통한 정면돌파 노선 강조
대회 결론서 경제 중심 노선 강조 “핵억제력 강화해 군사력 키워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3일 당 8차 대회를 8일 만에 마무리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사회주의경제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2일 막을 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경제 중심’ 노선을 다시 강조했다. <노동신문> 13일치 1~2면에 실린 결론에서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나가자는 것이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기본 사상,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여 우리의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 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본 대회를 통하여 재확인된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의지”라고 덧붙였다. 8일 만에 폐막한 이번 당대회의 결론은 대내외적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가깝게는 지난 2019년 12월 제시한 ‘경제를 기본전선으로 한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18년 4월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제시(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에서 “무엇보다도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며 “제일 걸리고 있는 경제문제부터 시급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향상”시키며 “경공업부문에서 원료의 국산화 비중을 높”일 것을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중심과업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계획 수행의 성패는 경제관리를 어떻게 개선하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했다. 김 총비서는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하겠다”며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 나라의 과학기술수준을 한단계 올려세우고, 시·군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추동하여 지방경제를 끌어올리는데도 주목하겠다고 했다.
사회주의경제건설 계획에 당대회 결론 대부분을 할애한 김 총비서는 뒷부분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는 “핵전쟁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면서 “인민군대를 최정예화, 강군화하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여 그 어떤 형태의 위협과 불의적인 사태에도 국가방위의 주체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남, 대미 메시지는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날 결론에서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위업의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며 혁혁한 전진을 이루려면 보다 힘겨운 정면돌파전을 각오해야 한다”며 “이제 적대세력들은 더욱 미친듯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할 것이며 세계는 우리 당의 정치선언과 투쟁강령이 어떻게 실현되여나가는가를 지켜볼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제재를 전제로 이어온 “자력갱생”을 통한 대내외 정세 “정면돌파” 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대회에서 총비서에 오른 김 총비서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을 대표하고 책임진다는 성스러운 사명감을 깊이 자각하고 당대회가 제시한 투쟁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할 것이며 위대한 우리 인민을 내 운명의 하늘로 여기고 참된 인민의 충복답게 위민헌신의 길에 결사분투할 것임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개회한 당대회는 12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렸다. 이는 12일에 걸쳐 열렸던 1970년 노동당 제5차 대회 이후 두번째로 긴 일정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회의가 오는 17일 평양에서 소집된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이번 당대회의 후속조처로 “조직문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과 관련한 법령채택문제, 2020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2021년 국가예산에 대한 문제가 토의”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당직 낮아진 김여정, 강경 대남 담화로 건재 과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가 폐막한 지난 12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하얀 원)이 넷째 줄에 서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쪽의 열병식을 정밀 추적 중’이라고 밝힌 남쪽을 향해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내 직위가 낮아졌지만 김 부부장이 여전히 ‘대남 사업 총괄’로서 건재함을 드러낸 셈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1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12일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에서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 추적 중이라느니 희떠운 소리를 내뱉었다”며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자 “해괴한 짓”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는 말로 담화를 마쳤다. 담화는 북한 인민들이 보는 내부용 매체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담화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김 부부장의 직위가 기존 당중앙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한 단계 낮아진 점이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직을 내놨지만 중앙위원직은 직위가 낮아진 채 유지했다. 하지만 당직의 변화에도 김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이자 최측근으로서 국정 전반을 보좌하고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이번 담화는 김 부부장의 기존 구실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 김 부부장의 당직이 낮아졌지만 대회 개막식 때와 마찬가지로 12일 폐막식에서도 주석단에 앉아 있는 사진이 <조선중앙통신>에 13일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우리 군은 북한이 10일 심야시간대에 김일성 광장에서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당대회 ‘기념행사’를 예고했으나 열병식 개최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군당국은 열병식이 “주말 전”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은 이제훈 기자
김여정, ‘열병식 추적’ 합참 발표 비난 담화… “희떠운 소리”
‘중앙위 부부장’ 명의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 “해괴한 짓”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남조선합동참모본부가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 추적 중이라느니 희떠운 소리를 내뱉았다”며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자 “해괴한 짓”이라고 밝혔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된 12일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에서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리고, 일반 인민들이 보는 내부용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은 이번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에 다시 뽑혔지만 기존의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직위가 한 단계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대목은 그럼에도 ‘대남 사업 총괄’이라는 기존 구실에 변화가 없음을 방증한다는 점이다. 공식 당직의 변화에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친동생이자 최측근으로서 위상과 구실에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김 부부장이 12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직이 낮아졌지만 대회 개막식 때와 마찬가지로 폐막식에서도 주석단에 앉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조선중앙통신>으로 13일 공개된 사실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추적'하려 군사기관을 내세우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그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의 숨김없는 표현”이라고 짚은 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하여튼 그 동네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이라며 “세상사람 웃길 짓만 골라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진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할 특등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 ‘당 총비서’로…김정일과 동등 지위
8차 당대회서 추대… 시진핑, 축전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서 빠져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됐다. 조선노동당이 8차 대회(이하 ‘대회’)에서 “김정은 동지를 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노동당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때 맡은 당직으로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한 직책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2년 집권 초 ‘당 제1비서’를 거쳐 2016년부터 ‘당 위원장’으로 불렸다. ‘노동당 총비서’는 “혁명의 최고 뇌수,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으로서 “수령의 지위”를 차지한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앞서 대회는 9일 노동당규약을 개정해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당 위원장 체제를 5년 만에 비서 체제로 되돌렸다. 원칙적으로 ‘합의제’인 위원회에 비해 비서국 체제는 위계가 분명하다.
김 총비서의 친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중앙위원직은 유지했으나 정치국 후보위원직은 내놨다. 김영철 당 정치국 위원은 대남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에 1년9개월여 만에 복귀했다. 대미 외교의 ‘대표선수’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한 단계 강등됐다.
김정은 총비서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려온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새로 합류하며 ‘권력 서열 5위’로 약진했다. ‘빨치산 1세대’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당 중앙위원은 군을 지도·통제하는 핵심 전문부서인 노동당 군정지도부의 부장직을 꿰찼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 공산당 총서기 명의로 축전을 보내 김정은 위원장이 당 총비서에 추대된 것을 환영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중국통 김성남 뜨고, 대미 최선희 강등…김영철 통전부장 복귀
김성남 당 국제부장 발탁 북중관계 활로 모색 포석
관록의 김영철 남북관계 정비…대남 담당 비서는 임명 안해
‘김정은의 그림자’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 꿰차
북한 8차 당대회 6일차 회의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10일 열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1일 <노동신문>에 공개된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주요 당직 인사 내용을 보면, 대남·대외 관계를 맡아온 주요 인물의 구실과 위상에 적잖은 변화가 있다. 대체로 공식 당내 지위가 낮아졌다. 더구나 새로 꾸려진 ‘당 중앙위 비서국 7인 비서’에 대남 및 국제 담당 비서는 없는 듯하다.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 담당을 포함해 관련 인사들이 약진한 선례와 대비된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남쪽은 “북남합의 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만, 미국은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 따라 상대하겠다고 공언한 김정은 총비서가 정책 우선순위를 낮추며 ‘내가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국제부장’으로 승진하고, 대미외교의 간판 격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원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외교 분야 인사의 함의를 짚기는 어렵지 않다. 노동당 8차 대회 개막을 알린 <노동신문> 6일치에 ‘중국공산당 중앙위 축전’이 크게 실린 데서 드러나듯, ‘중국통 국제부장’의 등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북-중 관계 강화로 활로를 모색할 뜻이 있음을 방증한다.
최선희 제1부상의 ‘강등’은, 대미 접근의 쌍두마차이던 리수용 당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2019년 12월 해임돼 무대에서 사라진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대미 핵외교’의 산증인인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노환 탓인지 당 중앙위원직을 내놨다. 다만 김 총비서가 “대외정치활동을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힌 터라, 최 제1부상의 퇴장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남 부문 인사는 함의 파악이 쉽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1980년대 말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30년 넘게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해온 ‘노장 김영철’의 통일전선부장 복귀다. 그는 새로 꾸려진 ‘당 중앙위 비서’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남비서직은 내놓은 듯하다. 김영철 통전부장 체제의 복원은, 2019년 4월 ‘장금철 통전부장’ 체제 등장 이후 ‘존재감 없는 통전부장’과 김여정·김영철의 ‘3인 체제’에 따른 조직·정책 혼선을 재정비하려는 김 총비서의 판단에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대남 담당 비서’를 임명하지 않은 대목은 두 갈래로 짚을 수 있다. 대남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추겠다는 조직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대리인 노릇을 해온 ‘친동생 김여정’의 존재를 고려한 자리 비워두기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지시”를 내린 이가 “김영철 동지와 김여정 동지”였던 사실(<노동신문> 2020년 6월9일치 2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당 지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합류한 조용원이다. 그는 김정은 총비서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수행하는 ‘김정은의 그림자’인데,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도약하고, 당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비서직을 두루 꿰찼다. 5인 상무위원이 김 총비서 외에는 의회(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군(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내각(김덕훈 총리) 안배 당연직의 성격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조용원’의 존재감을 가늠할 수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조용원의 위상과 구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비견할 만하다”며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쯤으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은, ‘총비서’ 됐는데…김여정·현송월·최선희는?
김여정, 당중앙위원 유지, 정치국 후보위원 내놔
최선희, 당중앙위원→당중앙위 후보위원 강등
현송월, 당중앙위원직 유지
김여정, 현송월, 최선희.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친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공식 승진은 없었다.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한 “노동당 8차 대회 공보”와 “당 중앙위 8기 1차 전원회의 공보”를 보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21번째로 당 중앙위원으로 호명됐다. 정치국 후보위원직은 내놨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들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직을 내놨지만 중앙위원직은 유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변화는 아니다”라며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과 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5일 노동당 8차 대회 개막일에 4·25 문화회관 대회장으로 들어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한 소식통은 “이번 대회는 총비서에 추대된 김정은 위원장한테 모든 관심이 집중돼야 하는 행사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뒤로 빠졌을 수도 있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이 실제 어떤 일을 맡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에서 북한 대미외교의 ‘대표선수’ 노릇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내 지위가 중앙위원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한 계단 낮아지며 상승세가 꺾였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대미외교에서 성과가 없었던 사실에 대한 조처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 김 제1부부장,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최선희 제1부상은 2018년 2월 외무성 부상에 오른 뒤, 이듬해 3월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에 뽑혔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2019년 4월엔 당 중앙위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 국무위원, 외무성 제1부상을 한꺼번에 꿰차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김여정 제1부부장에 이어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수행비서’ 구실을 해온 현송월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중앙위원직을 유지했다. 노래 ‘준마처녀’로 유명한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였던 현송월은 모란봉악단장을 거쳐 2017년 10월 당 중앙위 후보위원이 됐고, 2018년 삼지연관현악단장에 올랐다. 이어 2019년 2월 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부부장, 2019년 4월 당 중앙위원이 됐다.
김여정 제1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 현송월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4인방으로 꼽힌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 "남 태도에 달려…'3년전 봄날' 돌아갈 수도"
"개별관광·방역협력·인도지원 필요없다"…북한식 금강산 관광 지시도
8차 당대회에서 '총화보고'를 하고있는 김정은 위원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남북 간 합의 이행 태도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진전이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7일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조선에서는 의연히 조선반도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 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경제부문 관련 보고에서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남측 관광시설 철거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측의 첨단무기 도입과 무력증강에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간 군사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만약 남조선당국이 이를 시비하려면 첨단군사자산획득과 개발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느니, 이미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더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느니, 세계최대수준의 탄두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고 계속되는 첨단공격장비반입 목적과 본심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고관점을 가지고 '도발'이니 뭐니 하며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시점에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미국에 강대강·선대선 원칙…누가 집권하든 실체 불변"
"'최대 주적 미국…적대세력 핵 사용 않는 한 핵무기 남용 안해"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9일 미국을 겨냥해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강조하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난 사흘간(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을 겨냥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 무력을 과시하면서도 이를 남용하지는 않겠다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가방위력이 적대 세력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한반도 정세 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책임적인 핵보유국"이라고 자처하며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을 확언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새 핵잠수함 설계 끝나…ICBM 1만5천km 명중률 제고해야"
"핵무기 소형 경량화·초대형 핵탄두 생산 지속…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 도입"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핵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언급된 핵잠수함은 기존 디젤 방식이 아닌 원자력 기반 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또 "1만5천㎞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사거리 1만5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면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핵 위협이 부득불 동반되는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의 각종 군사적위협을 주동성을 유지하며 철저히 억제하고 통제·관리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김정은 “대남문제 고찰, 대외관계 전면 확대발전” 밝혀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당대회 연설 전문은 아직 공개하지 않아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사흘째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하고 있다. 연설을 하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 주석단에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 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치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치 1면 전체에 펼친 기사에서 “7일 노동당 8차 대회 3일회의가 진행됐다. 김정은 동지께서 2일 회의에 이어 당중앙위 7기 사업총화보고를 계속하셨다”며 이렇게 전했다.
김 위원장이 ‘대남문제’ 및 ‘대외관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내놨는지 <노동신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1578자 분량의 당대회 기사에서 ‘대남문제’와 ‘대외관계’와 관련해 이 한문장을 빼고는 어떤 추가 언급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 전문이 공개돼야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살필 수 있겠지만 일단 <노동신문> 기사만을 놓고 보면, “대남문제”는 “고찰”이란 중립적 개념으로 표현한 반면에 “대외관계”는 “전면적 확대발전”이라는 적극적 어휘를 선택한 대목이 눈에 띈다. 다만 “대외관계” 관련 표현을 대미정책과 바로 연결해 해석할 일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대외관계 전면적 확대발전”이란 표현은 중국·러시아·쿠바·동남아 등 북쪽과 관계가 좋은 나라들과의 관계를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7일치에선 김 위원장이 6일 보고에서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해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 의지를 재천명하고 그 실현에서 나서는 목표들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인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기간 대남·대외·국방 분야 발언과 관련해 <노동신문>에 공개된 내용은 추상적 표현으로 이뤄진 이 두 문장이 전부다.
<노동신문>은 “사업총화는 계속된다”던 6·7일치와 달리 이날은 “대회는 계속된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는 5~7일 사흘로 끝났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동신문>은 이날치에선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5년 전 7차 당대회 때 대회 사흘째인 2016년 5월8일치에서 김 위원장의 이틀에 걸친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9개면에 펼쳐 보도한 전례와 다르다. 다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역대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전문이 공개돼온 전례에 비춰, 김 위원장의 이번 사업총화보고 전문도 조만간 공개되리라 예상된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가 “우리 혁명의 내적 동력과 발전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휘해 직면한 모든 장애와 난관들을 성과적으로 극복해나갈 방략을 명철하게 밝”혔으며 “대회 참가자들이 크나큰 격정 속에 접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혁명의 내적 동력과 발전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휘”라는 구절은,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 밝힌 김 위원장의 대회 개회사와 맞닿아 있다. 김 위원장이 사흘에 걸친 사업총화보고에서 “자강력제일주의”에 따른 자력갱생식 난관 돌파 의지를 강조했음을 방증한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가 “이민위천의 이념과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이 구절구절 차넘치는 내용들”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백성을 하늘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의 “이민위천(以民爲天)”은 김 위원장이 대표적 통치철학으로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사실상 같은 뜻이며, “일심단결”과 함께 평양 4·25문화회관 노동당 8차 대회장의 벽면에 걸린 양대 구호의 하나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 사흘째인 7일 △“교육, 보건, 문학예술을 비롯한 사회주의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일대 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개화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방략과 방도들” △“비사회주의적 요소들을 철저히 극복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 △“국가사회제도의 우월성과 위력을 높이 발향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도들” 등을 제기했으며, “청년동맹을 비롯한 근로단체들이 자기 사명과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지적”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핵’은 언급 없고 부드러워진 김정은의 신년 메시지
총화보고 “사회주의건설 평화환경 수호의지 재천명”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주석단 사진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파란색 동그라미)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해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의지를 재천명하고 그 실현에서 나서는 목표들을 제기하였다”고 <노동신문>이 7일치 1면 전체에 걸쳐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5일에 이어 6일 계속된 노동당 8차 대회 ‘당 중앙위 7기 사업총화보고’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는 (7일에도) 계속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둘째날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전하는 <노동신문>의 699자 분량의 기사에서 “국가방위력”과 관련한 내용은 이 한 문장뿐이다. 김 위원장이 보고를 모두 마친 뒤 공개될 전문을 봐야겠지만, 일단 7일치 <노동신문> 보도문의 내용은 공격적이지 않다. ‘핵’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아울러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라는 표현은,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2018년 9월29일)과 큰 틀에서 맥락이 같다.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고 “그 실현에서 나서는 목표들을 제기했다”는 <노동신문> 보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당대회 이후 한반도 정세의 진로와 관련해 핵심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다만 “중대의지를 재천명”했다는 표현은 김 위원장이 이전에 한 발언과 같은 취지의 의지를 밝혔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2019년 12월28~31일)에서 “강력한 핵억제력의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7일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국가방위력’ 관련 한 문장을 빼고는 모두 넓은 의미의 ‘경제’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 위원장은 이틀째 보고에서 “교통운수, 기본건설 및 건재공업, 체신, 상업, 국토환경, 도시경영, 대외경제를 비롯한 주요부문들”과 “경제관리분야의 실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 해당 부문들에서 혁신과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목표와 실천방도들”을 상정했다. 아울러 “농업, 경공업, 수산업 부문에서 계획적이며 지속적인 생산장성을 이룩”하고, “시·군들을 자립적·다각적으로 발전”시켜 “인민생활에서 폐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해결방책들”을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5일 사업총화보고 첫날에는 “새로운 5개년 계획에 따라 나라의 전반적 경제를 한계단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데 대해 언급”하고, “금속, 화학, 전력, 석탄, 기계, 채취공업을 비롯한 인민경제 기간공업 부문의 현 실태를 분석하고 과업을 제기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한 바 있다.
<노동신문> 보도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의 첫날과 둘째날 사업총화보고에서 ‘경제’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김 위원장은 36년 만의 당대회였던 7차 당대회(2016년 5월6~9일)에도 사업총화보고를 이틀만 했는데, 이번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세부적으로 짚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신문>은 7일치에서 노동당 대회 소식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의 이틀째 사업총화보고를 전한 1면의 699자짜리 짧은 기사 한건만을 보도했다. 그리곤 2면에 베트남공산당과 라오스인민혁명당 중앙위가 축전을 보내왔다는 소식을 2면에 전했을 뿐이다. 북한 최대의 정치행사인 당대회 이틀째 보도로는 예상 밖으로 단출한 편이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가 사흘째 계속돼 보고 전문을 소개할 수 없는 사정 탓으로 풀이된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 “경제목표 엄청나게 미달”...전례없는 ‘실패’ 인정
북한 8차 당대회 발언 최고지도자 ‘목표 미달’ 언급 파격
미국 제재 등 외부탓 대신 “주체역량 백방으로 강화” 강조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 6일치 2면에 실린 4400자 분량의 개회사에서,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5년간을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에 비유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당 7차 대회 이후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세세연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등을 염두에 둔 평가다. ‘핵’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표현법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보면,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경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7차례에 걸친 이전의 조선노동당 대회에선 최고지도자가 ‘목표 미달’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개회사의 “엄청나게 미달”이라는 표현은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 특유의 ‘솔직 화법’ ‘실용주의 리더십’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경제의 후퇴는 예견된 일이다. 미국·유엔의 고강도 장기 제재에 더해 2020년 ‘초대형 돌발 악재’인 코로나19와 여름철 수해라는 ‘3중고’가 북한 경제를 뿌리부터 흔든 탓이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취약한 보건의료 기반 탓에 장기 국경 폐쇄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북한 경제의 외부 생명선’으로 불리는 북-중 무역을 지난해 10월 이후 ‘0’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중국은 북한 대외무역의 98%를 차지한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경제의 3대 성장축’ 구실을 해온 “시장화 진전~북-중 무역 확대~국영제조업 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 불능”에 빠진 듯하다는 진단도 있다.
개회사만 놓고 볼 때,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의 주된 원인을 북쪽의 전통적 수사법인 “미제와 남조선의 적대시 고립말살 정책”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진을 방해·저애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며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당대회 소집 결정 이후 넉달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거나 “지난 5년간의 당 재정사업을 분석총화하고 개선 대책을 연구했다”고 밝힌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7차 당대회에서 “항구적 전략 노선”이라 규정한 “자강력 제일주의”에 따른 자력갱생식 난관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김 위원장의 처방이 사상만을 강조하는 ‘주의주의’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공산당 중앙위 축전” 전문이, 당대회 첫날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6일치 5면 전체에 실린 사실은 곱씹어볼 만하다. 축전은 “중국 측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데 새롭고 적극적인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 강화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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