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탐사선 잇달아 도착, 인도도 달 탐사·중국 우주정거장

 

영화 아마겟돈의 한 장면. IMDB 예고편

 

코로나 팬데믹에도 지난해 우주탐사에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이 탄생했고 최초의 저궤도 군집위성 인터넷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소행성과 달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2021년에도 우주 분야에서 야심찬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진행된다. 화성과 달, 소행성을 향한 새로운 도전과 차세대 우주망원경 발사,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 등 굵직하고 흥미진진한 우주 뉴스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주요국들의 우주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우주의 지정학적, 경제적 가치도 한껏 높아질 전망이다.

29일 화성 궤도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말’. 아랍에미리트 우주청 제공

2월 잇따라 화성에 도착하는 우주선들

우선 지난해 7월 잇따라 지구를 출발한 아랍에미리트와 중국, 미국의 화성탐사선 3대가 오는 2월 연쇄적으로 화성에 도착한다.

지난해 720일 가장 먼저 화성을 향해 떠난 중동 신생국 아랍에미리트의 우주선 아말’(희망)이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는다. 화성 궤도 도착 예정일은 29일이다. 아말은 이후 1년간(지구일 기준 2) 화성 궤도를 돌면서 대기와 날씨를 관측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를 토대로 최초의 화성 1년 기후도를 작성한다.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 톈원 1. CNSA 제공

아말보다 3일 늦게 화성 여행에 나선 중국의 톈원 1호는 11일 화성 궤도에 도착한다. 톈원 1호는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으로 착륙선, 궤도선, 로버로 구성된 트리플 탐사선이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지구에서 약 13천만km, 화성에서 약 830km 떨어진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행한 거리가 4km를 넘어섰다. 2월에 화성 궤도에 도착해 두달 동안 궤도를 돌다 423일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 예정지는 유토피아평원이다.

미국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상상도. NASA 제공

가장 늦은 730일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는 218일 화성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 예정지는 예제로 충돌구다. 화성 착륙 과정은 매우 까다로와 공포의 7으로 불린다. 이 난관을 극복해 착륙에 성공하면 퍼시비어런스는 미국의 다섯번째 화성 탐사 로버로 활동하게 된다. 무게 1톤 남짓한 이 로봇 차량은 23개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화성 날씨와 지형을 분석하면서 화성 표본을 수집한다. 또 화성에서 헬리콥터 `인제뉴이티'를 띄우는 시험도 예정돼 있다. 지구가 아닌 천체에서의 첫 비행 시험이다.

미국 아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 1. 아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 제공

독립 75주년 앞둔 인도, 첫 달 착륙·유인 우주선 도전

이어 주목할 분야는 달 탐사다.

2019년 무인 달 탐사선 착륙에 실패한 인도가 오는 3월 달 남극 착륙에 재도전한다. 인도는 당시 착륙선을 실은 찬드라얀 2호를 달에 보냈으나 착륙 직전 추락하고 말았다. 이번에 보낼 찬드라얀 3호는 기본적으로 찬드라얀 2호의 복제판이지만,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착륙선에 새로운 장비를 추가했다. 찬드라얀 2호의 궤도선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서, 궤도선 없이 착륙선과 로버만 보낸다.

인도는 올해 안에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에도 나선다. 3명의 우주비행사가 저궤도(고도 2000km 이하)에서 5~7일간 머문 뒤 돌아오는 게 목표다. 애초 지난해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했다. 2022년은 인도 독립 75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능한 한 올해 말까지는 유인 우주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7월엔 미국 민간 우주업체 아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Astrobotic Technology)가 소형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 1호를 발사한다. 이 우주선엔 나사의 달 착륙 기술 시험 장비와 함께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유전자, 몇몇 사람의 유골이 함께 간다. 영국은 민간기업 스페이스빗(Spacebit)을 통해 이 착륙선에 영국 최초의 달 탐사 로봇 아사구모(Asagumo)를 실어 보낼 예정이다. 아사구모는 바퀴가 아닌 다리로 움직이는 거미 로봇으로,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한다.

아르테미스 1단계 시험비행 상상도. NASA 제공

11월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1단계 발사가 예정돼 있다. 나사가 개발중인 차세대 우주 발사체 에스엘에스(SLS)가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을 싣고 25일간의 달 궤도 시험 왕복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의 비행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다. 이 시험에 성공하면 2023년 유인 시험비행을 거쳐 2024년 유인 달 착륙에 도전한다.

올해로 이별을 고하는 우주선도 있다. 20167월부터 목성 궤도를 돌고 있는 주노(Juno)7월 활동을 마치고 목성의 품에 안겨 산화한다.

소행성 충돌 시험 상상도. NASA 제공

축구장 크기 소행성에 냉장고 만한 우주선이

소행성 탐사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찾아내 궤도를 변경하는 소행성 충돌 실험이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 폭파에 나서는 1998년작 SF영화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이 스릴 넘치는 실험은 나사와 유럽우주국이 함께 추진한다. 지구에서 1100km 떨어져 있어 지구근접천체로 분류된 디디모스(Didymos) 쌍소행성이 대상이다. 나사는 오는 7월 디디모스 천체 시스템 중 지름 160m의 작은 소행성 디디문(Didymoon)을 향해 다트(DART)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디디문은 모천체인 디디모스를 1km 떨어진 거리에서 돌고 있는 위성이다. 다트를 초속 6.6km의 속도로 이 소행성에 충돌시켜 공전 속도를 1%, 공전 주기를 몇분 정도 변경하는 게 나사의 목표다. 축구장 크기 만한 천체에 대형 냉장고 만한 우주선이 부딪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주목된다. 다트는 1년여를 날아가 20229월 디디문과 조우할 예정이다.

다트가 임무를 마치고 나면 유럽우주국의 헤라 우주선이 날아가 충돌 지역을 조사한다. 헤라는 2024년 지구를 출발해 2026년 디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실제로 디디모스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 이번 실험은 훗날의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연습용이다.

나사는 이어 10월 목성의 앞뒤 양쪽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트로이 소행성' 군단을 향해 탐사선 '루시(Lucy)'를 발사한다. 12년짜리 프로젝트인 루시는 2025년 소행성 벨트를 지나 2027년부터 2033년까지 트로이 군단 중 8개의 소행성을 방문한다. 트로이 소행성들은 태양계 초창기의 유물로 추정되는 천체들이다.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에서 관측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NASA 제공

2세대 우주망원경 시대 개막허블 2배 넘는 제임스웹

우주관측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나사가 무려 25년을 준비해온 우주망원경 제임스웹(JWST)을 마침내 발사한다. 예정일은 1031일이다. 제임스웹은 1세대 허블 우주망원경을 잇는 2세대 우주망원경의 대표주자다. 1세대가 가시광선을 주된 프리즘으로 했다면 2세대는 적외선을 이용해 관측한다. 외계행성을 찾는 단계를 넘어, 외계행성의 구조와 대기까지 분석한다. 제임스웹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 균형점인 라그랑주점(L2)에 자리를 잡는다. 지구에서 150km 거리다. 100억달러가 투입된 제임스웹의 반사경 지름은 6.5미터로 허블(지름 2.4미터)2배가 훨씬 넘는다. 허블망원경의 6배나 되는 집광력으로 훨씬 더 먼 곳의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다.

지상에선 중국의 지름 500미터 천체망원경 텐옌(天眼)11일부터 공식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은 4월부터는 외부에도 망원경을 개방해 관측 시간의 10%를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할당한다. 4450개의 반사경으로 이뤄진 이 망원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정식 전파망원경이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핑탕현 산 정상의 분지에 건설됐다. 오랜 기간 세계 최대 망원경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121일 무너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지름 305미터)보다 훨씬 크다.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3호 상상도. CMSA 제공

중국,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 시작

2010년대 이후 우주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 안에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 3' 건설을 시작한다. 2년 동안 11차례 발사를 통해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길이 16.6m, 지름 4.2m의 핵심 모듈 톈허부터 발사한다. 발사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반기 중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톈허 모듈은 이미 하이난섬 원창우주발사기지에서 대기중이다. 고도 370km 궤도에 들어서게 될 중국의 우주정거장은 3명의 우주비행사가 6개월간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애초 2018년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발사를 담당할 로켓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보잉의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 비행 상상도. 보잉 제공

어제의 뉴 프런티어가 오늘의 뉴 프런트

뉴 스페이스시대를 반영하듯 민간 우주개발업체들도 잇따라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소형 로켓 전문개발업체인 로켓랩은 헬리콥터를 이용한 로켓 회수에 도전한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재사용 가능하고 탑재 화물중량을 두배로 늘린 뉴글렌 첫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보잉은 현재 개발중인 스타라이너(CST-100 Starliner)로 스페이스엑스에 이어 민간업체로선 두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도전한다. 3~4월 무인 궤도 비행, 여름에 유인 비행이 목표다.

주요국들의 경쟁적인 우주 도전 뒤엔 지정학적, 군사적 노림수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인도의 유인우주선 발사는 라이벌 중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고, 중국의 우주정거장은 반위성 우주작전 능력 강화를 위한 기술 확보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국방장관 플로랑스 파를리(Florence Parly)는 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적인 우주 활동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제의 `뉴 프런티어'(new frontier, 개척지)`뉴 프런트 `new front'(전선)가 됐다"고 말했다고 `이노코미스트'는 전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