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보존법 무시한 채 파기 일쑤 "백악관 직원들이 일일이 테이프로 붙여"

푸틴과 회담 통역사 메모도 압수'증거인멸?' 퇴임후 범죄수사 지장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문서 관리를 경시한 탓에 트럼프 행정부에 관한 기록물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 보도했다.

이로 인해 현 정부에 관한 역사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불충분한 기록으로 인해 퇴임 후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수사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법에 따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청장의 조언을 구하고 의회에 먼저 통보하지 않는 한 임의로 기록물을 파손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 보존에 관한 법을 좀처럼 신경 쓰지 않았고, 문건들을 치우기 전 찢어버리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백악관 직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손한 문건을 테이프로 다시 붙이는데 몇 시간씩 보내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행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에 관한 서류를 보내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백악관 비서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에 따라 문서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백악관 기록 담당자 10명이 찢긴 문서를 테이프로 붙이는 업무를 맡게 됐다고 한 전직 기록 관리자가 가디언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후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한 적도 있다. 당시 두 정상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팀과의 회의 중 메모를 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질책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기록에 대한 복원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대통령 사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로 꼽히는 트럼프 재임기 역사에 거대한 구멍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템플대 소속 역사학자인 리처드 이머맨은 "트럼프 정부 당시 백악관은 기록물 관리를 우선시하지 않았을뿐더러 기록물을 숨기거나 훼손하려 한 사례도 여럿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 문서보관소 등 일부 단체는 백악관 직원들이 개인 이메일 등 비공식적 계정을 통해 주고받은 문서나 전자 기록을 파기하지 못하도록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의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법을 심각할 정도로 준수하지 않아 역사적 기록에 큰 구멍이 있을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기록물 관리가 허술한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관한 검찰 수사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현재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그룹의 각종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도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플로리다에 '트럼프 왕국' 세우나신당창당 출마설도

'MAGA의 오아시스'서 재기 모색"박물관·도서관 건립도 추진"

2024년 탈당 후 제3당 독자출마 시나리오도 고개"공화당엔 악몽

 

곧 워싱턴DC에서 퇴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왕국'을 세우며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1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 세력이 특히 많은 '2의 고향' 플로리다에서 가족과 모여 살며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가족의 정계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측근들은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 취임식에 불참한 채 백악관을 떠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셀프 배웅' 행사에 참석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마러라고로 떠난다.

WP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플로리다 내 '마가 오아시스'에서 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가'(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다.

플로리다주는 무엇보다 지지기반이 몰려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로서 매력적인 장소로 평가된다.

지난해 대선에서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단 2곳의 격전지 중 하나였다고 WP는 설명했다.

신문은 "플로리다에선 트럼프가 지지자들로 둘러싸일 것"이라면서 "지난 6일 의회 폭동 이후 그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버림받았지만, 플로리다주에선 회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박물관도 플로리다에 건립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내부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은 WP에 이들 시설은 '충신'인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20억 달러(22천억원)를 모금하고 싶다고 주변에 말했으며, 지지자들의 소액 모금으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플로리다는 오랫동안 뉴요커로 살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가 훗날을 도모할 제2의 근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아버지의 거주지인 팜비치에서 약 15마일(24) 떨어진 주피터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매체 페이지식스에 따르면 장녀인 이방카와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도 최근 마이애미 인근 부동산을 매입했고, 막내딸 티파니 역시 마이애미에서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

플로리다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수 논객과 언론인도 대거 거주하고 있다.

보수 라디오 진행자 마크 레빈, 러시 림보와 폭스뉴스 출연자인 제랄도 리베라와 댄 본지노가 플로리다 남부에 살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각료도 최소 2명이 플로리다에 자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해온 대표적인 보수매체 뉴스맥스도 본부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플로리다에 구축한 '진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해 대선 이후 2억 달러(2200억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이 중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세이브 아메리카' 정치활동위원회(PAC)로 넘어가 퇴임 이후 정치활동에 쓰일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 자녀가 정계 진출을 시도할 경우 플로리다주가 이를 위한 지역적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선 장녀 이방카가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간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플로리다에 건립한 자신의 '왕국'을 기반으로 2024년 대선 재출마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진 않다. 실제로 그는 2024년 재출마 가능성을 수차례에 걸쳐 시사해왔다.

WP는 지난 6일 발생한 의회 폭동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3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3당을 통한 경로를 택할 경우 이는 공화당으로선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도 공화당에 이러한 위협을 가해왔지만, 그가 그동안 구축한 지지기반을 감안할 때 탈당 후 독자 출마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2024년 정권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으로선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13번째 사형 집행…임기 종료 나흘 두고도 폭주

1800년대 말 이후 처음 대통령직 인수기간에 사형 집행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종료를 나흘 앞두고 연방정부 차원의 마지막 사형을 집행했다.

AP통신은 1996년 메릴랜드주에서 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더스틴 힉스(48)에 대해 16일 오전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7년 동안 중단됐던 연방정부의 사형을 지난해 7'부활'시켰다. 힉스에 대한 사형은 이후 13번째이자, 오는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사형 집행이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0년 이래 가장 많은 연방정부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비영리단체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 기간에 연방정부의 사형을 집행한 대통령은 1800년대 말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지난 13일에는 임신부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여성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이 집행돼 70년 만에 사형된 여성 죄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죄수는 50명가량으로, 그 수는 1년 만에 약 20% 줄어들었다.

통신은 연방정부의 사형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보인 조 바이든 당선인 행정부 아래에서는 이들에 대한 사형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