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폐지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3일 인권위는 현재 진행중인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2019헌바59)에 대해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대한민국은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를 지속적으로 권고해왔고, 인권위 역시 2005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표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며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라며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이를 보호·보장할 의무만 있을 뿐, 이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사형제도 유지 및 집행이 범죄억제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된 바가 없다”며 “범죄의 예방은 범죄억지력이 입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형벌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빈틈없는 검거와 처벌의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수사의 과학화와 사법절차 개선을 통해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형제도 존치론 쪽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과 같이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었을 경우 그 생명은 회복할 수 없다”며 “무고하게 제거된 한 생명의 가치는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형벌의 목적 중 하나인 교화의 측면에서 볼 때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이미 제거된 생명을 교육해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형은 교육 순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로, 사형을 대체해 형벌제도가 꾀하는 정책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잔혹한 형벌로, 국가가 형벌의 목적달성을 위해 그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사형제도에 대한 3번째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넘어 사형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존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