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령 위원 “한국 단독추진 100% 불가능”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 주장 완전히 틀려
비핵화 대비해서 미리 검토했다면 잘 한 일”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원자력공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 작성된 북한 내에 원전 건설을 검토한 문건을 근거로 보수야당이 “이적 행위”, “대북 원전 게이트”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해 야당 추천으로 원자력안전위원이 된 원자력 전문가가 “한심하다”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병령 원안위원(원자력공학 박사)은 4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은 미국과 단교를 하고 한다고 해도 안 될 일”이라며 “‘이적행위’라는 얘기는 말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틀린 얘기”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올해 74세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원자력계의 원로다. 원자력연구원에서 한국형 경수로 개발책임자와 원전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2018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원안위원이 됐다.
이 위원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면 돈이 8조~10조원이 들고 공사 기간도 7~8년이 걸린다”며 “미국 주도로 모든 나라가 북한에 김정은 사치품이 들어가는 것도 막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적극적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세우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슈퍼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산업부의 과장 국장이 지금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더 나가서 ‘원전 당장 지어줘야 된다’고 결론을 낸 문서를 만들어서 위에 보고를 했든 안 했든 그게 무슨 대수겠느냐”며 “언론에 가십 정도로 다뤄질 일을 놓고 무슨 큰 문제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너무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지시로 만들었어도 문제될 게 없다”
이 위원은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원의 월성 원전 감사를 앞두고 삭제한 문서 파일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 포함됐다는 검찰의 공소장이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김 위원장은 “정부가 북한에 극비로 원전을 지어주려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문건은 이후 산업부가 전문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비해 미·일 등과 공동 의사 결정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자료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3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는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는 계획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위원은 “그 분은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도입한 공로도 있고 해서 내가 존경해 온 분인데, ‘이적 행위’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듣고 깜짝 놀랐다. 제1야당의 대표인데 저렇게 경솔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위원은 “북한 원전 건설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얘기는 굳이 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설령 그 문서가 산업부 국장 과장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누가 만들어 보라고 해서 만들었다고 해도 문제될 게 무엇이냐”며 “그런 일을 두고 제1야당과 언론이 난리를 치는 것은 기가 막히고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위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 한국이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지 않으면 중국이 지어주고 북한을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은 민족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회사가 호황에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에 호황을 대비한 준비를 해놓는 것처럼 공무원은 남북 관계가 완전히 얼어 붙었을 때도 풀릴 때를 준비하고 공부하고 그러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년 당시에 누가 그런 준비를 시켰다고 한다면 그 공무원은 사전 준비를 잘 하는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산업부가 이 내부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나와 있는 날짜(검찰 공소장 기준)는 2018년 5월14일로, 한반도가 전례 없는 평화 분위기에 빠져 있던 때였다. 3월5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전격 발표되고, 4월27일 이뤄진 회담에서는 연내 종전선언을 천명한 판문점 선언까지 나왔다. 5월11일에는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발표까지 나와 남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 김정수 기자
USB 논란 “미 강경파 볼턴도 문제삼지 않아”
정의용, ‘미국과 내용 공유’ 작심 공개해 쐐기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4·27 판문점 회담을 총괄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작심하고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이하 유에스비)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적행위’에서 ‘유에스비 공개’로 논점이 바뀐 야당의 공세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 후보자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택한 카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자신의 대화 상대(카운터파트)였던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에스비의 내용을 공유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대북 초강경파로 잘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펴낸 자서전 <그 일이 일어난 방>을 통해 북-미 핵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에 이뤄진 시시콜콜한 논의 내용을 폭로하고, 정의용 후보자를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유에스비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남기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도 문제를 삼지 않은 사안이니, 야당도 이제 자중해야 한다고 요청한 셈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전반적 상황에 비춰” 유에스비 공개가 적절하지 않다고 한 언급에선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앞서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기 바란다는 속내도 읽을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사안의 성격상 “더 설명할 수 없을 거라 본다. 유에스비 내용은 언젠간 공개될 것이다. 지금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정 후보자는 정부가 북에 원전을 제공하는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원전 제공을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마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세이프가드 협정 체결 △원전 제공국과의 양자 협정 체결 등 최소 5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짚었다.
청와대도 유에스비 비공개로 기조를 정하고,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유에스비 공개 요구에 “아무 근거 없이 의혹 제기를 한다고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일, 또 오갔던 것을 무조건 다 공개한다면 나라가 뭐가 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야당이 (공개해도 괜찮다는) 자신 있으면, 책임 있게 걸라”며 “야당이 명운을 걸면 청와대도 그에 상응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야당은 유에스비 공개를 줄곧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티비에스>(TBS) 라디오에서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공개하면 된다”며 “그렇게 해서 해명이 되면 (원전 추진을) 안 했다더라”고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완 길윤형 기자
산업부 ‘북 원전’ 6쪽 문서 공개…극비리 추진 정면 반박
“내부검토 자료” 해명불구 야권 논란 지속에 공개
고려사항 첫 줄 “미·일 등 외국과 공동구성” 명시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원전 추진 의혹 관련 주장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야당에서 현 정부의 ‘이적 행위’의 근거 자료라고 주장하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서를 공개했다. 야당은 이 문서가 월성원전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직원이 삭제한 530개 파일에 포함돼 있다는 검찰의 공소장을 근거로 정부가 북한에 극비로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에 앞서 31일 브리핑을 열어 이 문서가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을 위해” 정보공개심의위를 거쳐 원문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산업부가 공개한 여섯쪽의 문서는 맨 앞에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적혀 있다. 또 ‘고려사항’의 맨 첫줄에 “(추진 체계) 의사결정 기구는 미·일 등 외국과 공동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단 추진 체계를 외국과 공동 구성한다는 점에서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야당 등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이 문서가 여전히 산업부 전산망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정부 차원의 은폐와는 무관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문건은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에 건설 △비무장지대에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 송전 등 세가지를 설정해 장단점을 검토했다. 건설할 원자로 노형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문서의 검토의견에는 북한에 건설하는 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현재 북미 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향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산업부는 삭제된 자료 530개 가운데 북한 원전 관련 자료로 예시된 17개 파일 가운데 산업부가 작성한 자료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과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2개이고, 나머지 자료는 과거 케도 관련 자료와 전문가 명단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문 대통령 “구시대 정치로 대립 부추겨”…‘원전 공세’ 작심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야당의 ‘대북 원전 지원 의혹’ 공세를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규정하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지도자들을 향해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연 수석·보좌관 회의 머리 발언을 통해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 자료 가운데 원전 건설 제안이 들어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으로선 야당의 ‘탈원전’ 이슈를 ‘북핵’ 프레임에 엮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야권의 시도에 최대한 정제되면서도 엄중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 공소장에 근거해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이적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한 발언”이라고 했고, “(북한에 건네준) 자료에는 ‘원전‘의 ‘원’자도 들어있지 않다”(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건설비용만 5조원이 들고 건설기간이 10년 넘게 걸리는 원전을 어떻게 극비리에 합의할 수 있겠냐”(윤영찬 의원·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고 하는 등 여권의 반격도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선을 넘는 정치공세다. 색깔론”이라고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남북협력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을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것으로 연결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펼치는 전형적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 대한 송구함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종교시설 등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다시 늘어나는 일이 거듭되고, 결국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민생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게 되어 참으로 속상하다”면서 “특히 영업시간을 1시간만이라도 늘려달라는 요구 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또다시 결정을 미루게 되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과 이동을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게 되어 매우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영업손실 보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과 고통을 나누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완 기자
김정은에 건넨 USB엔 ‘화력 설비 개선과 재생에너지 구축’ 담겨
특정 지역에 화력발전소 설비 개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당시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에 담긴 에너지 지원 대책 내용이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특정 지역에 대한 화력발전소 설비 개선과 함께 서해안과 동해안에 조력·풍력·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당시 문 대통령이 유에스비에 담아 건넨 ‘신한반도경제구상’에서 에너지협력 내용은 ‘OO지역 등에 대한 화력발전소 설비개선과 함께 서해안은 조력, 동해안은 풍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구축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자료를 확인한 관계자는 “에너지 지원 관련한 분량은 한 쪽에 8~9줄 정도였고 이중 발전소 관련한 것은 두서너줄이었다. 설비를 개선해주겠다는 화력 발전소의 구체적 숫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에너지협력 부분엔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상이 담겼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결 사업인데, 여기에 북한도 포함해 전력망을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단된 개성공단의 송전을 다시 재개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통일부는 기자들에게 입장 자료를 배포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영지 기자
천영우 “비핵화 전제로 한 북 원전 추진, 호들갑 떨 일 아냐”
북한 원전 정치권 논란에 “이적행위 지적은 본질과 어긋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북한 원전 건설 문제와 관련해 “(국제비확산체제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검토한 것이라면 호들갑을 떨 일은 못 된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야권에서 ‘이적행위’라고 지적한 북한 원전 건설 검토 문제와 관련해 “북한 원전 건설 문제는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제네바 기본합의 때부터 나온 얘기다. 북한 핵이 있는 동안에 (북한 원전 건설 지원은) 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맡았고, 1999~2001년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국제부 부장으로 제네바 합의에 따른 북한 함경남도 신포(북청) 경수로(원전의 한 종류) 공사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2008년 중단된 6자회담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천 이사장은 한국 정부에서 이 문제를 마지막으로 다룬 책임자가 된다.
천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1일 “북한 원전 건설 구상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다”며 자신을 호출하자, 이 문제와 관련된 견해를 31일과 1일 두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1일 오전 글에서 북한 원전 건설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고,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면서 핵확산금지조약(3조 2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의 통제 리스트 등 관련 규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원천기술 등이 포함된 품목의 대북 이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해 북한이 미국의 원천기술로 건설된 원전을 비평화적 목적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법적 의무를 규정한 (북-미) ‘원자력 협력협정’의 체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천 이사장은 “이런 절차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건설할 때도 거친 것이고 어느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든 필수적으로 거치는 법적 요건”이라며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전제하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검토한 것이라면 호들갑을 떨 일은 못 된다”고 결론냈다. 다만 그는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을 산업부가 검토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적 제도적 규범을 산업부가 모르고 검토한 것이라면 그 무지의 수준에 경악할 일”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천 이사장은 전날엔 원전을 짓기 위한 여러 국제적 제약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2007년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쪽 대표) 김계관은 중단된 경수로 공사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6자회담 5개 참가국이나 3개 핵보유국이 공동감시하에 두었다가 원전 건설이 완료되면 반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도 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이 글에서도 원전 검토를 “‘이적행위’로 규정한 것은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지은 기자
‘대북 원전 게이트’가 ‘가짜 쟁점’인 세 가지 이유
첫째, 대북 경수로(형 핵발전소) 건설은 미국과 국제사회 ‘북한 비핵화’ 보상책 꾸러미.
둘째, ‘북에 핵발전소 지어주기’ 남북 당국차원의 양자 협력 공식·제기 논의된 적 없다.
셋째, 미국과 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는 1994년 10월21일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경수로형 핵발전소 2기를 지어주겠다고 공식 약속했다. 이를 근거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북한 함경남도 신포지구에 짓던 한국형 경수로 핵발전소의 원자로 기초콘크리트 타설공사(2002년 8월7일) 모습. 케도 누리집 갈무리
정치권을 느닷없이 뜨겁게 달구는 이른바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의혹’은 전형적인 ‘가짜 쟁점’이다.
일단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대북 경수로(형 핵발전소) 건설 지원 사업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오랜 ‘북한 비핵화’ 보상책 꾸러미의 하나다. 둘째, ‘북한에 핵발전소 지어주기’는 남북 당국 차원의 양자 협력 사업으로 공식적으로 제기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 셋째, 무엇보다 미국·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는 한 ‘북한에 핵발전소 지어주기’는 종이 위의 집만큼의 가치도 없는 몽상이자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핵발전소 계획
우선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은 비밀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개 프로젝트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실천하면 경수로를 지어주겠다’는 건 국제사회의 공식 약속이다. 말뿐만 아니다.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 ‘한국형 경수로’를 탑재한 핵발전소 건설 공사를 실제로 진행했다. 1994년 10월21일 합의·발표된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그 근거다. 이 합의서 1조1항은 “미합중국은 1994년 10월20일부 미합중국 대통령의 담보 서한에 따라 2003년까지 총 200만킬로와트 발전능력의 경수로 발전소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제공하기 위한 조처들을 책임지고 취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이사국으로 참여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가 구성돼 북한 신포에 ‘한국형 경수로’를 탑재한 100만 킬로와트급 핵발전소 2기를 짓는 건설 공사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 집권당이던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됐다. 경수로를 ‘한국형’으로 하는 조건으로 건설 비용의 70%는 한국이 대기로 했다. ‘신포 경수로’는 2002년 8월7일 원자로 기초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기도 했으나 그해 10월 이후 이른바 ‘2차 북핵위기’의 발발과 함께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한반도 비핵화’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합의·채택의 주역인 송민순 당시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오른쪽 둘째)와 김계관 북한 단장(왼쪽 둘째),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왼쪽 첫째)가 어울려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5년 9·19공동성명…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북한 권리 인정
‘경수로 건설 사업’은 2000년대 중반 6자회담을 거치며 되살아났다. 2005년 9월19일 6자회담에서 합의·발표된 ‘9·19 공동성명’은 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3조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일본, 대한민국, 러시아연방 및 미합중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 에너지 지원을 제공할 용의를 표명하였다.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200만킬로와트의 전력공급에 관한 2005년 7월12일자 제안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했다. ‘200만킬로와트 대북송전’은, 참여정부가 6자회담 비핵화 합의의 마중물 차원에서 2005년에 제안한 내용의 재확인인데,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의 장기 공전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북한과 미국 또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관련 합의에 “경수로” 또는 “에너지 지원”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건, 북쪽이 이 협상을 안전 담보와 함께 에너지 문제 해소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애초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약속은 1985년 12월 고르바초프의 소련이 북한의 줄기찬 요청을 받아들여 경수로 4기를 신포에 지어주기로 약속한 데서 출발했다(물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조인이 전제조건으로 달렸다). 고르바초프의 이 약속은 소련연방의 해체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고, 1990년대 초 이른바 ‘제1차 북핵위기’를 거쳐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미국 정부의 경수로 건설 지원 약속’으로 되살아났다. 경수로 건설 지역으로 거듭 지목된 신포는 남쪽 사람들한테는 북청사자놀음 또는 북청물장수로 유명한 그 북청의 새로운 행정구역명이다.
멀리는 1985년, 짧게 잡아도 1994년부터 이어진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프로젝트’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 상태인 핵협상이 재개되면 다시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실천을 이끌 ‘보상책’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듯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방안은 199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당사국들과 유럽연합의 ‘북한 비핵화 보상책’으로서 다자 프로젝트로 검토·추진·실행돼왔을 뿐, 남북 당국 차원의 양자 협력 사업의 맥락에서는 논의된 바 없다. 역대 한국 정부는 1982년 2월1일 전두환 정권의 손재식 국토통일원장관이 ‘20개 남북 협력 시범 실천 사업’을 제안한 이후로 지금껏 도로·철도 연결이나 자연자원 공동개발 등은 논의·실천해왔으나 핵발전소 건설은 양자 차원에서 다룬 적이 없다. 이런 논의 지형의 역사는 ‘비핵화’ 문제가 결정적 고빗길을 넘기 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
미국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북한 핵발전소 건설
무엇보다 지금은 미국과 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북한과 협력사업을 전방위로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 예방과 임산부·영유아 영양 지원 등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조차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제재 면제’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봐도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건설 사업이 한동안 진행된 ‘한국형 경수로’도 그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어, 설혹 대북 제재가 완화·해제되더라도 미국의 동의·협력이 없이는 한국 정부가 혼자 어쩌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 ‘경수로 건설 사업의 비밀 추진’이라고? 실체를 찾을 수 없는 아주 이상한 질문이다. “핵무장한 북한에 핵발전소를? 충격적 대북 원전 게이트”라는 국민의힘의 인식과 주장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훈 선임기자
윤건영 “2018년 회담선 원전 얘기 안해…에너지 협력은 오랜 과제”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인터뷰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가운데) 등이 지난 2019년 7월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2018년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원전’의 ‘원’ 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그해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 환담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에는 남북간 에너지협력과 관련한 내용은 있었지만, 원전 건설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북풍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야당은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원전 건설 지원을 제안한 것 아니냐고 한다.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건 2018년 4월 대통령도 얘기했다. 일부 언론은 ‘도보다리’에서 유에스비가 전달됐다고 하는데, 회동 장면이 전세계에 생방송 중계가 되던 상황에서 유에스비 전달이 가능했겠나?”
―당시 청와대는 유에스비에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발전소’ 관련 내용이 있다고 했는데, 원전 건설 지원 내용이 들어 있었던 건 아닌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2015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발표한 것이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2018년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이 내용을 종합해 ‘비핵화를 달성한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넸다. 이걸 원전이랑 연결시키는 건 황당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안 도보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시 김의겸 대변인이 두 정상 간 대화에서 있었다고 언급한 ‘발전소 내용’이라는 건 뭔가?
“건네준 유에스비에는 ‘원전’의 ‘원’ 자도 없다. 에너지협력도 들어가 있지만, 원전은 절대 없다.”
―에너지협력의 경우, 전력 생산 단가나 안전성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한국형 원전 건설 지원이 포함될 수도 있지 않나? 아이디어 차원에서라도.
“남북간 에너지협력은 오랫동안 논의된 과제이고, 비핵화 과제 중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과거 역대 정부가 다 그 과정을 거쳐왔고, 김영삼 정부도 한·미·일이 참여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서 (원전 건설 지원을) 추진했다. 9·19 공동성명 때도 비슷한 약속이 있었다. 다만 ‘원전을 지어주겠다’는 말이 (2018년 정상회담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전제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력난 극복을 위해 발전소 건설 지원이나 에너지협력을 검토할 수는 있지 않나?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2018년도에는 논의 단계가 아니었다. 2017년까지 남북은 전쟁 위기가 엄청나게 가중되던 상황이었다. (북한이) 핵개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왜 야당이 원전 문제를 들고나왔을까?
“김종인 위원장이 ‘신북풍 공작’을 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서해북방한계선(NLL·엔엘엘) 관련 의혹으로 재미를 보더니, 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신북풍을 일으켜 재미를 보려는 거라고 생각한다.”
―산업부 공무원의 자료 삭제 행위가 이런 의혹까지 불러왔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무관해 보이는 북한 전력 관련 문건까지 삭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왜 삭제했는지는 검찰 수사 결과로 나올 거다. 제가 뭐라 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 다만 2018년 5월은 한반도 봄이라고 불렸던 시기로 남북경협, 평화협력 등 많은 아이디어가 제시됐을 때다. 공무원 컴퓨터 안의 아이디어 문서가 모두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는 없다.”
문 대통령 “김종인 도 넘어”…‘이적행위’ 발언에 격앙
민정수석실, 법적 대응 수순 돌입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이 ‘북한 원전 극비리 건설 추진’설을 제기하며 정치적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가 매우 격앙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두고 ‘이적행위’라고 발언한 데 대해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으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비공개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발언 수위가 선을 넘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재 김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처럼 야당 대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한 흑색선전이 거침없이 쏟아져 정국은 물론 자칫 남북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이런 게 ‘포용정치’냐고 반발하지만,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포용은 구태 정치까지 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북한 문제에 예민한 주변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국도 있는 문제인데, (야당 주장을) 저렇게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정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북풍 공작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2018년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발전소 내용이 담긴 유에스비(USB·이동식저장장치)를 전달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며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 기사는 물론 거짓이고,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거라고 은연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며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던 나는 북한의 김창선 부장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전세계로 생중계된 장면을 이렇게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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