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9 군사합의 남북 간 긴장 완화 기여”
‘북한=적’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

 

2020년 국방백서와 2018년 국방백서.

 

2년마다 발간되는 ‘2020년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해 ‘동반자’란 표현이 삭제되고 ‘이웃국가’로만 표기됐다.

국방부는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0년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내용을 보면, 일본에 대해 “양국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국가”라고 설명했다. 2018년 국방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했던 것에서 ‘동반자’란 규정이 빠진 것이다.

이는 최근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가 반영된 기술로 보인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7월 2020년 방위백서에서 일본의 안보 협력 대상 국가로 한국이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도, 아세안(필리핀 등 동남아 10개국)에 이어 네 번째로 거론하는 등 한국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했다.

이번 국방백서는 또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 2018년 12월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2019년 7월 수출 규제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양국 국방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동의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서 국방부 입장에서 이웃국가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한-일관계가 불편한 상황 등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백서는 남북간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대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획기적으로 완화되었다”고 적극 평가했다. 백서는 “북한군이 과거 군사분계선 5㎞ 이내 구역에서 다수의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으나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일체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100여 회의 총격·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비무장지대에서도 “2020년 5월 중부전선 우리측 감시초소를 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사적 긴장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서해 완충구역에서도 북한군이 “2019년 11월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제외하고는 함포·해안포의 실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 해군함정의 북방한계선 침범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는 2019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과 2020년 5월 비무장지대 지피(GP·감시초소) 총격 등 두 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선 플루토늄은 50여㎏, 고농축우라늄은 “상당량”을 보유했으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2018년 백서의 평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재처리시설을 가동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플루토늄 보유량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며, 우라늄농축시설이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어서 정확히 평가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선 “2019년 이후 작전 운용상 관리가 유리한 다종의 고체추진단거리탄도미사일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돌 열병식에 나온 탄도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극성-4ㅅ’ 등 9종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초대형방사포라고 지칭한 무기는, 이번 백서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LBM)로 분류했다. 방사포는 연속 사격 능력이 특징적이며, 비행 궤적도 탄도미사일과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전체 시스템 측면에서 방사포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기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이 운용하는 미사일여단은 2018년 백서에서 9개였으나, 이번 백서에선 13개 여단으로 늘어났고, 기계화보병사단은 4개에서 6개로 증가됐다. 또 특수전 부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적시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여단 증가에 대해 “그동안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13개라는 주장이 꾸준히 있었는데, 이번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그렇지만 실제 그만한 미사일이 다 배치돼 편제된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계화보병사단에 대해 “실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애초 기계화보병군단으로 알고 있던 것이 지난해 10월 당창건 75돌 열병식에서 사단으로 호칭한 것이 확인돼 이를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해 육군 29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 7회를 했다고 기록했다. 해·공군은 전년 대비 각각 9회, 49회 늘어났고, 육군과 해병대는 같은 기간 60회, 17회씩 줄어든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해·공군은 비대면 훈련이 가능한 반면, 육군과 해병대 훈련은 사람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백서에 ‘북한은 적’이란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2018년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 등 특정 국가나 세력을 지칭하지 않은 채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018년 국방백서 내용을 유지하여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잠재적 위협,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으로 기술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백서는 2일부터 국방부 누리집에서 열람과 내려받기가 가능하며, 정부 기관과 국회, 연구소, 도서관 등에는 이달 안에 책자로 배포될 예정이다. 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다국어 요약본으로도 올해 상반기에 발간된다. 국방백서는 2년에 한 차례 국방정책 홍보 등을 위해 펴내는 것으로, 이번 백서가 1967년 이후 24번째이다.    박병수 기자


일본, 국방백서에 공개 반발…주일 무관 불러 항의

 

국방부, '2020 국방백서' 발간

일본 정부는 한국 국방부가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특히 국방백서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영유권 주장),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 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 관계가 난항을 겪었다고 기술한 것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주일본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는 뜻을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시카와 다케시(石川武) 방위성 보도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과 양립하지 않는 내용이 기술됐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둘러싼 상황을 포함해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은 중요하다. 협력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국방백서에 대한 불만을 자국 언론에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2018 국방백서'가 공개된 2019년 1월 15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이 일본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 가치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 "논평을 삼가겠다"고 반응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된 것에 대해 작년 공개된 일본 방위백서에 대항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기술이 2018년 판에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였지만, 2020년 판에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나라'로 바꿨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작년 7월 공개한 방위백서에서 '한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 협력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항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도 국방백서의 일본 표현 변화를 보도하면서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을 이유로 "(일본에 대한 표현은) 이웃국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행된 2018년 판 국방백서에선 '한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표현이 삭제된 점도 거론했다.

일본 민영 방송사 뉴스 네트워크인 NNN도 한국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NNN은 북한에 대해서는 2년 전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적'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고 남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