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4 셰퍼드 선장 100㎏ 우주복 입고 6번 아이언 한 손 스윙

유일한 달 골퍼…프로 골퍼가 지구에서처럼 제대로 스윙하면 4.2㎞

 

골프 스윙 준비하는 셰퍼드 선장

 

아폴로 14호 선장 앨런 셰퍼드가 달의 '프라 마우로'(Fra Mauro) 크레이터에서 골프를 친 지 오늘로 꼭 50년이 됐다.

셰퍼드는 당시 6번 아이언을 접이식으로 특수제작해 갖고 갔으며 한 손 스윙 끝에 두 개의 공을 쳐 냈다. 지구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달의 중력 상태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미국의 골프 애호가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셰퍼드는 컬러TV로 방영된 화면에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스윙으로 공을 맞힌 뒤 "마일즈, 마일즈(miles and miles and miles)"를 외쳤지만, 실제 날아간 거리는 약 40야드(36m)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200야드(182m) 정도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지만, 영국의 영상·사진 전문가 앤디 사운더스는 달에서 이뤄진 인류의 첫 골프 스윙 50주년을 앞두고 당시 촬영된 이미지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해 첫 공은 24야드, 두 번째 공은 40야드를 날아간 것으로 제시했다.

사운더스는 아폴로계획 때 촬영한 이미지를 보완하는 '아폴로 리마스터드(Apollo Remastered)'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셰퍼드 선장이 입고 있던 우주복이 100㎏ 가까이 돼 한 손으로만 스윙이 가능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선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한 손 스윙을 연습하기는 했지만 처음 두 차례 스윙에서는 공보다는 땅을 찍고 세 번째 스윙도 간신히 공을 맞히기는 했으나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생크에 가까웠다.

셰퍼드 선장과 함께 달에 착륙한 달 착륙선 조종사인 에드거 미첼은 태양풍 실험 장치의 장대를 창처럼 던졌는데 첫 번째 공보다 더 많이 날아갔다.

 

달에서 친 골프공(붉은 원 안): 오른쪽 상단은 약 24야드 날아간 첫 번째 공. 그 뒤로 보이는 막대는 미첼이 던진 장대. 왼쪽 상단은 약 40야드 날아간 두번째 공. [NASA 제공]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 경력을 가진 지미 워커는 6번 아이언으로 200야드를 보내는데, 달에서 지구처럼 골프화까지 챙겨 신고 스윙이 가능했다면 공이 1분 이상 날아가며 4천600야드(4천200m)를 갔을 것으로 예측했다.

해군 조종사 출신인 셰퍼드는 1961년 머큐리-레드스톤 3호 로켓에 탑승해 고도 187㎞에서 15분 동안 탄도비행에 성공해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다. 하지만 속귀(內耳)에 문제가 생기면서 행정직으로 전출됐다가 수술을 받고 복귀해 1971년 1월 아폴로14호를 타고 다섯 번째로 달을 밟게 됐다.

셰퍼드는 어디를 가든 골프채를 들고 다닐 정도로 골프를 좋아하는 유명 코미디언 봅 호프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1970년 휴스턴 유인우주센터를 찾았을 때 달에서 골프를 쳐보면 어떻겠냐는 농담을 건넨 것이 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셰퍼드는 달의 중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고, 휴스턴에 있는 리버 오크스 컨트리클럽의 수석 프로 잭 하든에게 '윌슨 스태프' 6번 아이언 헤드를 장착할 수 있는 접이식 골프채 제작을 부탁했다.

셰퍼드 선장이 골프채와 공 두 개를 몰래 달에 가져갔다는 얘기도 돌아다녔지만,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도부에 공식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인우주센터 책임자는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셰퍼드가 미국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며 모든 과학 임무를 수행한 뒤에 하겠다는 약속을 해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아폴로 14호는 당시 달 표면에서 최초로 손수레를 사용해 달에 설치할 과학실험 장비를 운반했으며 약 40㎏의 운석을 수거했다. 달에 최장 시간(약 33시간) 체류하며 9시간 22분간 선외활동을 했다. 이 역시 최장 선외활동 기록으로, 셰퍼드 선장의 골프 스윙은 약속대로 선외활동 마지막 부분에서 이뤄졌다.

 

아폴로 14호 승무원: 왼쪽부터 에드거 미첼, 앨런 셰퍼드, 스튜어트 루사 [NAS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