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 “박근혜 정부 때 사찰은 공소시효 남아”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 사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인 사찰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 불법 사찰은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됐고 비정상적 수집 문건 수는 약 20만건에 이른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9년에 사찰 지시가 내려온 뒤 중단하라는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난주 국정원장의 답변”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내 정보 조직이 개편할 때까지 계속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정보공개 청구한 이들의 요구에 따라서 (문건) 검색을 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 신상정보 자료도 나오고 있다”며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문화계, 노동계 등 전방위적으로 (사찰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비정상적으로 수집된 문건의 수를 약 20만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보공개 청구한 이들에게 1인당 신상정보 문건이 적게는 3∼4건, 많게는 10여건 정도 제공되는 것을 미루어보아 사찰 대상자 수가 2만명이 넘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했다.
그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을 때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처로 명시된 것은 민정수석, 정무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이고 국무총리가 보고처로 된 자료도 있었다”며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 총리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는데 이건 국무총리 권한대행 시절에 보고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처가 총리실로 되어있는 자료도 있다는 것이지 어느 시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 받고도 조치를 안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 사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김대중(DJ) 정부 국정원 도청 사건’을 들어 역공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관행대로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들어서 불법 도·감청 하지 말라는 공개발언이 있었고 불법 도·감청 건수는 상당히 적었다”며 “당시 임동원·신권 전 국정원장 판결문을 보면, (불법 도·감청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유죄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국정원, 여야 의원 불법사찰 DB까지 쌓았다
“MB 민정수석실, 국정원에 VIP 보좌 ‘의원 전원 관리’ 지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기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매우 민감한 정보,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문서를 열어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사찰 대상 목록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원이 구체적 내용에 관해 입을 다문다고 하더라도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정원의 불법사찰 논란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 어떻게 사찰?
국정원은 사찰의 방법·내용 등에 대해 함구했지만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이미 언론에 보도된 2009년 12월16일 문건에 대해선 자세히 밝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에 중요 인사에 대한 정보 관리를 요청하면서 ‘브이아이피(VIP) 통치 보좌는 물론 대정부 협조관계 구축 및 견제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신상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문서에 적었다. 또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자료를 수시로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자료를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또 “검찰·국세청·경찰 자료를 모아 국정원에 지원하면 국정원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자료를 요청할 경우 보고서 형태로 바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국정 저해, 정치인 견제 차원에서 해당자에 대한 비리 정보 지원도 요청한다”는 문장이 명시돼 있어 자료를 축적한 정치적 의도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다만 국정원은 “미행과 도청 등 (불법 수단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정원의 불법사찰은 이명박 정부 시기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 국정원의 ‘자발적인 사찰’ 사실이 드러난 만큼 불법사찰은 정권 차원의 엄단 조처가 없는 한 계속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며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봉인 문서를 해제해서 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 선거에 영향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진상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보위원들의 보고를 받은 뒤 대응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룰지,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지 결정해야 하는데 후자 가능성이 높다”며 “사찰 자료 공개 청구도 의원 개인별로 할지, 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15일 사찰 의혹과 관련해 “결코 덮어 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강한 어조로 국정원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산 선거 판세 뒤집기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판세를 흔들기 위해 민주당과 국정원이 합작해 사찰 문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후보가 부산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는데 이 정권 들어와서 적폐청산 한다고 하면서 6개월 동안 탈탈 털었는데 그때 뭐가 나왔느냐? 4년 동안 적폐청산을 하고 지금 와서 이것을 꺼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엄중한 불법행위인 만큼 진상 공개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선거 때문이라면 민주당이 먼저 움직였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실을 출처로 적시해 보도된 기사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부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원장이 ‘이 이슈가 선거에 연결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와 연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공개된 정보에서 박 후보와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의 관여 여부가 추후 확인될 수도 있지만 선거일 전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지원 원장은 이날 “불법사찰을 한 정권도 나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선거 이후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노현웅 서영지 김미나 기자
"국정원 불법사찰, MB 청와대 지시…박 정부서도 계속된 듯"
국회정보위원장 김경협 의원, 관련 문건 근거 의혹제기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15일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불법 사찰 지시의 주체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하며 "보안을 잘 지켜서 이런 파일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라는 지시"였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며 "실제로 그 이후까지 계속 이뤄진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찰 대상에 대해 "18대 국회의원 전체,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해 아주 낱낱이 조사하라는 지시"라며 "야당과 친박계 의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고 언론계, 법조계 부분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사찰 정보가 미행, 도청 등의 방식으로 수집됐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아마 그런 정보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여당의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 제기가 재보선용이라는 MB계의 반발에 대해선 "얼마 전에 대법원이 (국정원에) 본인 당사자 파일을 제공하라는 판결을 했고 그 결과 확인되고 있는 것이어서 재보선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원에 사찰 목록을 취합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며 16일 정보위 회의에서 답변을 들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결국은 이런 것들(불법 사찰 정보)이 폐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여기에 따른 법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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