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검찰 수사가 멈칫거리고 있다고 한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 직후 한나라당이 수사를 의뢰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검찰이 사건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의 수사 경과를 둘러싼 내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검찰이 여전히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정치적 고려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그동안 고 의원이 폭로한 300만원 건과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사무국장들에게 전달하려던 2000만원 건 등 두갈래로 수사를 벌여왔다. 후자의 경우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구속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으나 전자에 대해선 박희태 국회의장 주변 인물들의 부인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굼뜨다는 데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고 의원을 소환 조사해 2008년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박희태 후보 캠프의 조직 구성을 파악해놓고도 박 의장의 핵심 측근인 조정만 정책수석과 이봉건 정무수석, 함아무개 보좌관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11일이나 지난 뒤에 벌였다. 이들 거주지에 당시 자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뒷북을 친 것이다. 특히 고 의원이 돈봉투를 돌려준 뒤 전화를 해왔다는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집은 압수수색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등 적극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둘러싸고,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가 공천에서 탈락시켰던 인사를 억지로 당 대표로 만들려다 보니 승산이 희박하자 막판에 돈봉투 살포라는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금 출처가 총선자금이니 대선잔금이니 하는 소문이 나돈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사건임에도 검찰 수사는 박 의장이 주변에 쳐놓은 방어막도 뚫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 돈봉투 고발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과 폐쇄회로텔레비전 동영상까지 이미 확보하는 등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수사를 벌이는 것과도 비교된다. 
검찰은 그동안 총리실 민간인사찰 사건이나 디도스 사건 등 권력 핵심부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사건에서 꼬리자르기 수사를 벌여온 게 한두번이 아니다. 임기 말인 지금까지도 정치검찰 소리가 나온다면 정말로 참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