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가 24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법관으로는 처음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연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을 비롯해 이미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의 수명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에 청구인인 국회 쪽과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을 불러 향후 심판의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절차 진행 정도에 따라 헌재는 추가 준비절차기일을 열 수도 있고, 곧바로 정식 재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아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같은 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으나 지난 8일 기각됐다. 조윤영 기자

 

헌재, ‘사법농단’ 임성근 탄핵심판 주심 기피신청 전원일치 기각

 

헌법재판소가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탄핵심판 재판부에서 제외해달라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쪽의 기피신청을 8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탄핵심판은 애초 예정대로 재판관 9명 전원의 심리로 진행된다.

헌재는 임 전 부장판사 쪽이 낸 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추측성 기사를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후 임 전 부장판사 쪽은 같은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의 이력을 들어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한 데다, 회장과 공동대표를 각각 역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재판관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 등 법관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고 해도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조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 회장 또는 대표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달리 법관 탄핵 사건에 관해 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공직자 반헌법적 행위 방치? “나쁜 목동에 양떼 맡길 건가”

헌재가 임성근 판사를 ‘단죄’ 해야 하는 이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고 탄핵 사유도 중대한 것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좀 특이한 상황이 겹치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즉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가 2월28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직자 신분을 잃게 되는데, 그래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원래 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탄핵 재판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임 부장판사가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는 바람에 연기됐습니다. 결국 그의 임기가 끝난 뒤에야 재판이 시작되는 셈인데요, 기피 신청을 낸 것도 이 점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결국 탄핵은 해당 공직자를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인데, 이미 그만둬버렸으니 재판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퇴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1월13일 하원 의회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습니다. 미국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해당하는 절차를 상원의회가 맡는데요, 이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미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는데 상원의회는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유무죄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죄 선고가 났습니다.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같다.

이 과정에서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법리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탄핵 제도를 규정한 미국 헌법에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탄핵의 주된 목적이 공직 박탈인 만큼 퇴임 뒤에는 탄핵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은 탄핵의 효과로서 공직 박탈뿐 아니라 이후 다른 공직 취임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탄핵당할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라면 다른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법질서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것이 탄핵 제도를 만든 또 하나의 핵심 이유라는 것입니다.

한 법학자는 이런 비유를 합니다. 양떼를 돌보던 목동이 양을 훔친 경우 재판에서 유죄가 확인되면 그 양떼의 주인으로부터 해고될 뿐만 아니라 다른 양떼를 돌볼 자격도 박탈하는 법이 있는데, 양을 훔친 목동이 재판받기 전에 즉시 해고됐다는 이유로 아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그래서 다른 양떼를 돌볼 기회를 주게 된다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역사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1876년 육군성 장관인 윌리엄 벨크냅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하원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위원회는 증거를 확보한 뒤 의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전에 벨크냅이 사임한 뒤였습니다. 하원의회는 그래도 탄핵이 가능한지 논쟁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상원도 탄핵심판을 진행했습니다.

옛 미국 육군성 장관 윌리엄 벨크냅.

벨크냅의 경우는 탄핵소추도 이뤄지기 전에 사임했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개시되는 시점에서부터 아예 민간인 신분이었습니다.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점인데요. 트럼프는 적어도 탄핵소추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현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탄핵은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영향받지 않는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런 다양한 법리와 선례를 조사해,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탄핵의 의미는 한 개인의 공직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가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헌법적 가치의 선언이라는 한 법학자의 지적도 보고서에 소개가 돼 있습니다. “탄핵당한 개인의 운명보다 선언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명문 규정을 둬 이 문제를 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관한 규정(제51조)에서 “탄핵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대통령의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퇴임한 공직자의 탄핵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국회법(제134조 제2항)을 보면 탄핵소추가 된 공직자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직하거나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리 공직을 그만둠으로써 탄핵결정을 피하는 꼼수를 차단한 것인데요, 이런 규정에 비춰 보더라도 탄핵소추가 된 뒤 임기가 종료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하면 해당 공직자는 ‘파면’됩니다. 파면된 공직자는 5년간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없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법관의 경우 파면되면 변호사 개업도 5년간 제한됩니다.(변호사법 제5조 제4호) 미국 사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직 박탈뿐 아니라 추가적인 공직 취임 제한을 통해 ‘나쁜 목동’에게 양떼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탄핵 제도의 취지인 것입니다. 임기가 종료했다는 이유로 이런 추가 제재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면, 공직자가 임기 막바지에 반헌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쟁점에 대해 탄핵 제도의 본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임기 종료 뒤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하면, 다음 쟁점은 그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법관 탄핵 전례가 없으니, 외국에서는 어떤 사유로 법관 탄핵이 이뤄졌는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법관이 탄핵됐는데, 탄핵 사유에는 열차에서 불법촬영을 한 행위, 법원 직원을 스토킹한 행위, 골프채와 양복 등을 뇌물로 받은 행위 등 재판 이외의 일탈행위와 함께 영장발부와 관련한 부정, 조정절차에서 선처 요청 등 재판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에서 모두 8명의 법관이 탄핵됐습니다. 부적절한 선물 수령, 부패, 조세포탈, 재산 허위신고, 위증, 음주 재판 등의 사유들이었습니다.

임성근 판사 직권남용혐의 판결문.

임성근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혐의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바꾸도록 하고 재판장에게 법정에서 피고인을 질책하라고 지시한 행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의 형사사건에서 선고가 끝난 판결문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한 행위,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유도한 행위 등입니다. 이런 재판 개입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는 중대한 비리입니다. 미국에서 1994년 탄핵당한 펜실베니아주 대법관 롤프 라센의 혐의 중에는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행위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성근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현행 법상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단죄 수단은 탄핵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 오랜 기간 지체하다가 임기 만료 직전에 탄핵소추한 국회, 다소 아쉬운 속도감을 보인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기관이 중대한 위헌적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면책용으로 최소한의 행동만 할 뿐 해당 문제를 회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지지 않고 결국 위법한 행위를 한 법관은 전관 변호사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 헌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는 질타입니다.

여기에 답할 수 있는 주체는 이제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사법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용현 기자

 

임성근, 결국 임기 채우고 떠나…탄핵심판 2가지 시나리오

          ‘각하 vs 본안판단’ 헌재에 쏠린 눈
기피 신청 재판 지연 노림수? “헌법적 중요 사안 판단할 수도 있어”

 

‘사법농단’에 연루돼 법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8일 법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법복을 벗고 재판을 받게 됐다. 임 부장판사가 이 사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기피신청한 영향으로 애초 지난 26일로 계획된 탄핵심판 변론 준비기일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임 부장판사가 법관이 아닌 신분으로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퇴임을 앞둔 지난 26일 법관 전용 내부 통신망에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법원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너무도 송구스럽다”며 “저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 개입’ 의혹과 법관으로서 최초로 탄핵 소추된 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초 이날은 그의 탄핵심판을 위한 첫 변론준비기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탄핵심판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기일이 미뤄졌다. 헌재는 재판관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을 낼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하는 것이다. 헌재가 기일을 미룬 것은 26일 전에 관련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피신청은 탄핵심판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임 전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해 퇴임 뒤 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에서는 기피신청을 해도 인용된 경우가 거의 없고,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한 사유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단이 기피신청을 하며 든 이유는 이 재판관의 경력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이 재판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임 부장판사 쪽은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임 부장판사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명예훼손 사건과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재판 개입 행위와 관련해 이 재판관이 직접적으로 연루되거나, 사건과 관련해 특정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헌재도 일반 민·형사 소송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판단한다. 탄핵심판은 전원 재판부에서만 심리해 특정 재판관을 배제해도 다른 재판관과 교체가 불가능하고, 위헌 판단을 할 때도 정족수를 맞추는 재판관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실무 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에서 “현행 심판정족수 제도에서는 (기피 등으로) 재판관이 배제되면 위헌이나 인용 판단의 확률이 낮아질 수 있어 일반재판보다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해석해야 한다”며 “기피사유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만을 의미하며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 재판관을 뺀 나머지 8명의 헌재 재판관이 모두 판사 출신이어서, 이들 재판관과 임 부장판사의 인연이 공정한 심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영진 재판관을 뺀 7명의 재판관은 모두 임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다. 더욱이 유남석, 이영진, 이종석, 문형배, 김기영 재판관 모두 임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이나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임 부장판사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1992∼1996년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청구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가 보인 태도도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4일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청구서는 곧바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송달됐지만, 임 부장판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헌재가 그의 집 주소를 확인해 직원을 직접 보내, 본인에게 청구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가 퇴임한 뒤 재판을 받게 되면서, 헌재가 탄핵심판을 각하할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탄핵의 목적이 해당 공무원을 파면하는 것인데,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임 부장판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헌재가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부장판사 개인을 파면시키는 목적을 넘어 법관 독립 침해 행위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확인한다는 헌법수호기능 실현 차원에서 심판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법연구관이었던 또 다른 법조인은 “헌재는 과거에 종료된 행위라도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판단을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며 “탄핵 소송은 전례 자체가 없지만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각하 사유가 있어도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는 2013년 긴급조치 1·2호의 위헌 여부를 가릴 때, 긴급조치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각하 요건에 든 청구인이 있었지만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 실무제요에도 “헌법소원의 본질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도 겸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경우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쪽 대리인단도 이 점을 강조해 헌재가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