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가 · 야권정치인 등 ‘홍콩보안법 위반’ 무더기 기소
시민사회 · 범민주진영 연대체 전격 활동 중단 및 해산 발표

 

지난해 7월12일 홍콩 범민주진영 입법의원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해 민주동력 주도로 열린 자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홍콩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공안당국이 시민사회 활동가와 야권 정치인 등 47명을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20년 세월 홍콩 시민사회와 범민주 진영의 정치적 구심점 구실을 해 온 ‘민주동력’은 전격 자진해산을 발표했다.

28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경찰은 이날 범야권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입법회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자체 경선을 문제 삼아 23~64살 남성 39명과 여성 8명 등 모두 47명을 홍콩보안법 22조 위반(체제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된 이들은 하룻밤 구금된 뒤 내일 법원에서 구속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소된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는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과반의석(35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이른바 ‘35+’ 운동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지난해 7월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공민당 등 범야권이 입법회 선거를 겨냥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체 경선을 실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의 불허에도 홍콩 시민 60여만명이 당시 경선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선거를 1년 연기했다. 또 당시 경선을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규정한데 이어, 지난 1월5일 경선에 참여한 범민주파 정치인과 경선을 조직 진행한 민주동력 활동가 등 55명을 체포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당시 체포된 가운데 이미 구금된 3명을 빼고 보석으로 풀려난 52명은 오는 4월 경찰 출두가 예정돼 있었다”며 “하지만 경찰 쪽이 26일 아무런 설명없이 이들에게 28일 오후 2시까지 출두하라고 통보했다”고 전한 바 있다.

사회민주연맹 소속 구의원이자 송환법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공동의장도 이날 기소됐다. 민주당 소속 구의원으로 지난해 경선을 주도한 단체인 민주동력 의장인 앤드류 치우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2002년부터 홍콩 범민주 진영의 정치적 구심점 구실을 해 온 민주동력 쪽은 경찰의 출두 요구가 전해진 직후인 27일 저녁 소셜미디어를 통해 “역사적 책무를 다했다”며, 활동 중단과 자진 해산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