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권 없애는 데 의미있는 역할” 주장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치검찰-부패검찰 흑역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알면서 눈감아
이명박 정부 땐 법원의 조정을 배임으로 기소

 

윤석열 검찰총장 신문 인터뷰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역시 검찰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한 말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

그 이외의 인터뷰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범죄 방식이 전형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뀔 때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이 있었다.”

그동안 검찰이 기득권 세력의 범죄나 부패한 검사들의 범죄를 눈감아준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습니다. 정치권력의 주문에 따른 무리한 ‘청부 수사’와 무리한 ‘청부 구속’과 무리한 ‘청부 기소’로 억울한 피해자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낸 ‘전과’에 대한 반성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과 검찰은 ‘정의의 사도’였다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 스스로 ‘문민정부 이후’라는 시점을 제시했으니,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독재의 주구’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아니, ‘검찰 공화국’으로 불렸던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출세를 위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최근까지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2016~2017년 촛불 혁명에서 검찰이 왜 ‘적폐청산 1호’로 떠올랐는지 기억을 환기해드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는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갈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7년 9월에 펴낸 <문제는 검찰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검찰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후속편입니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시절 검찰의 흑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몇 대목만 인용하겠습니다.

“2016년 10월에 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민들은 검찰의 실상을 다시 확인했다. 정치검찰과 부패검찰의 행태가 극단적으로 확대되어 정치검찰은 대한민국을 장악했고 부패검찰은 한국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행정부 전부를 장악했다. 국정농단 세력은 정치검사 김기춘, 우병우와 함께 검찰을 장악했다. 검찰 장악을 바탕으로 정부를 사조직처럼 이용했다.”

 

“수많은 공무원의 불법행위, 범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된 메커니즘의 핵심에 정치검찰이 있었다. 정치검찰은 불법행위, 범죄행위를 묵인했고 불법행위를 직접 감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범죄행위를 보호하고 또 조장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 있었다. 최순실 사건 이전에 정윤회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월 5일, ‘정윤회 문건’은 증권사 정보지에 근거한 허위이며, 박관천과 조응천이 박지만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박관천은 구속 기소, 조응천과 문서 유출에 참여한 한모 경위는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의 전조를 힘으로 덮어버렸던 것이다.”

 

“본분에 충실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016년 7월 22일 우병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당시 우병우의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8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면서 8월 29일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제출하고 그 사표는 2016년 9월 23일 전격 수리된다.”

 

“홍만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서 이인규 중수부장의 지휘를 받아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피의사실 공표 등 무리한 수사를 벌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종결되었다.”

 

“홍만표는 2016년 6월 2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었다.”

“홍만표 변호사의 타락은 정치검찰의 윤리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진경준의 재산에는 늘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그럼에도 진경준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검증을 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을 우병우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정치검찰과 부패검찰로 요약된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얼굴은 사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뿌리는 초집중 되어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검찰은 형사사법에 관한 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사권의 독점,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의 결과다.”

 

“이 권한 때문에 정치권력은 검찰을 이용했고, 검찰은 그 대가로 정치권력의 일부가 되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검찰은 정치검찰이 되어 나라를 통치했다.”

 

“정치검찰의 복원과 검찰권력의 남용은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치적 반대자를 형사범 또는 정치범으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비리 수사를 빌미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마치 중계방송을 하듯 혐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치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 노린 것은 재판 이전의 재판, 여론재판이었다. 여론재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세력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웠고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려고 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합의를 배임으로 기소했다. <케이비에스>에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지 못한 1,8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범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다. 법원의 조정 권유와 법률회사의 검토, 경영회의의 의결을 거친 결정이 어떻게 <케이비에스>를 배신한 행위가 될 수 있겠는가? 만일 정연주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조정을 권유한 항소심 재판부, 변호사는 배임의 교사범이 되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로 위기에 몰렸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피디수첩> 제작진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수사를 하고 기소했다. 정국의 변화를 <피디수첩> 수사와 재판으로 돌파하고자 한 것이었다. 검찰은 임수빈 검사가 밝힌 대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기소했다. 전형적인 수사권과 공소권의 정치적 행사 사례다.”

 

“검찰은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의 글이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수사, 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을 이용한 처벌은 1961년 법률 제정 이후 처음이었다.”

 

김인회 교수는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검찰이 저질렀던 ‘흑역사’를 주로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은 어떠했을까요?

윤석열 총장의 말대로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을까요?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을까요?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력에 철저하게 예속된 검찰 수뇌부의 행태에 비판적인 검사들이 자조적으로 했던 말입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쿠데타 사건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자,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재빨리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습니다. “우리는 개다”라는 한탄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출범 뒤인 1993년 당시 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태준 포항제철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태준 전 회장은 1995년 풀려났습니다. 청와대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특별사면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검찰이 박태준 전 회장에 대한 공소를 취소한 것입니다. 저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가 취소했다는 얘기를 그 전이나 뒤에 들어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못지않게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정치권력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달려든 것은 대통령 임기 말에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사건이 불거진 뒤의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검사들끼리 권력 암투가 벌어졌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신경전이 5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거나,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윤석열 총장의 말에 제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검찰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은 윤석열 총장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2일 다른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산하에 둬도 좋으니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총장의 ‘쪼개기’ 대안을 검찰 조직 전체와 검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검찰 전체가 찬성한다면 윤석열 총장의 제안대로 검찰의 권한을 그렇게 영역별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동안 검찰의 ‘만행과 횡포’는 일부 검사들이 모든 분야에 대한 수사권을 한손에 쥐고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를 마음대로 휘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검찰 권력을 세로로 쪼개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 가로로 쪼개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 검찰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정말로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반부패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산하에 설치하면 앞으로 검찰의 특수수사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반부패수사청장이 지휘하게 됩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보호 본능이 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검찰주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반부패 수사 지휘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할 수 있다면 이런 형식의 검찰 권력 분산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예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에 검사를 두는 방안은 어떨까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따로 뒀듯이, 중대범죄수사청 검사를 따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현재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보내면 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낸 검찰개혁 공약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수사청 설치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는 제3의 기관인 수사청이 담당

-수사청은 검사(수사검사와 검찰 수사관)와 수사경찰로 구성

 

한 가지 쟁점은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검사에게 기소권을 줄 것인지 여부입니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청 검사는 기소권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윤석열 총장의 제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입법부에서 형사 정책적 차원의 토론을 거친 뒤에 정치적으로 결단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이나 검사들의 반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부패 역량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민주주의 체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빼앗으면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안 해도 공수처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경찰이든 더 철저히 수사할 것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정치권력을 상대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의 비리를 파헤쳐서 정권의 신임을 얻고, 정권 말기에는 현 정권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의 칼날을 피하는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나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권력은 영원하다’는 말이 사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좀 끔찍하지 않습니까? 성한용 기자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처벌 피하려?  대검 수뇌 갖은 꼼수”

임은정 ‘한명숙 사건’ 배제 파장확산…법무부-대검 입장달라

 

임 연구관 “대검 지시로 수사 못해”
대검 “배당한 적 없어…법 따져봐야”

임은정 부장검사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검은 애초 임 연구관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대검 감찰부가 “임 연구관이 주임검사로 사건을 맡아왔다”고 맞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나서 “(임 연구관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 연구관은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최근까지 한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해왔다. 임 연구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부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글을 보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5~6월 이 사건을 감찰3과에 배당하고 같은 해 9월에 임 연구관을 주무 연구관으로 지정했다. 이어 지난 2월26일에는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에 진상조사 경과보고서 등을 보고하고 수사 착수를 위한 내부 결재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 연구관의 수사권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면 지시로 감찰3과장이 최근 주임검사로 새로 지정됐다는 게 대검 감찰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은 애초 임 연구관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이 없다”며 “임 연구관이 위증교사 사건을 조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검과 임 연구관의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계속해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임 연구관을 배제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어느 쪽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검사는 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검의 조처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이다. 장예지 기자


윤석열 대구서도 강경발언… 정 총리 “직 내려놓고 처신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를 방문해 수사와 기소 분리 목적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부패를 판치게 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와 여권은 윤 총장의 반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처신하라”고 윤 총장을 질책했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검찰총장의 거듭된 여론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수사청 설치 입법안에 대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막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이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장직 사퇴 의사나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 등에 관한 질문엔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도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후퇴”라고 강조하며, 검찰 조직 추스르기에 공을 들였다.

이날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윤석열”을 연호했고,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 수십개도 청사 앞에 늘어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윤 총장을 마중 나와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유력 대선후보의 지역 방문 행사를 방불케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이날은 정세균 총리가 윤 총장을 겨냥해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왜 국민이 그토록 검찰개혁을 열망하는지 자성해야 한다. 검찰만이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아집과 소영웅주의로는 국민이 요청하는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또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며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다. 이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하겠다.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반발이 계속되면 총리로서 모종의 조처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검찰 조직을 이끄는 총장으로서 윤석열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며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 아니라 연일 언론플레이하듯 반발하고, 마치 대선주자처럼 지방을 방문해 의견을 내는 것은 검찰개혁을 원했던 이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 검찰 조직에도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짚었다. 옥기원 노지원 기자


마치 정치인?… “윤석열” 연호- “사퇴하라” 구호, 북새통

대구고검·지검 방문…대구시장은 꽃다발 안기는 ‘오버’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둘째)이 3일 오후 직원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지검 앞은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사이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한때 아수라장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 총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이날 오후 2시께 대구고검 청사로 들어오자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한민국 검찰 만세’ ‘윤석열 대통령’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윤 총장 도착 전부터 다수의 보수 유튜버들이 ‘환영 중계방송’을 이어갔다. 유력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 버금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사 앞에는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문구가 적힌 응원 화환 수십개가 늘어섰다.

청사 앞에서 ‘검찰개혁 완수’와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도 열리면서 지지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직접 대구고검을 찾아 윤 총장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5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윤 총장은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대구고검은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논란 뒤, 좌천성 인사 발령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윤 총장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대응이 어려워 지능화·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중대범죄 대응 약화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등의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옥기원 김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