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변 전 하사가 이날 오후 5시49분께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청주시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아직 유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육군에서 전역한 뒤인) 지난해부터 청주에 내려와서 살았으며, 가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심리상담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정신건강센터 쪽에서 중점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변 전 하사는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2019년 11월 타이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는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해 지난해 1월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변 전 하사는 전역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해 1월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다음날인 21일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전역심사를 강행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14일 전원위를 열어 육군의 강제전역 조치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육군참모총장에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육군의 결정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저녁 “오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나셔 소식을 전한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군인권센터 상근자들이 자택으로 가고 있다. 추후 소식 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제주의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였던 김기홍(38)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숨졌다.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구분에 속하지 않는 사람) 트랜스젠더 김씨가 주변에 남긴 마지막 글은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였다.

 비정규직 음악교사이자 플루트 연주자이기도 했던 김씨는 녹색당에서 두차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자신처럼 트랜스젠더 정치인인 임푸른 정의당 예비후보를 위한 찬조연설에 나선 김씨는 미래 자신의 모습을 예감이라도 한 듯 최근 몇달 사이 친구 2명을 떠나보낸 사실을 고백하며 “성소수자 사회에서 자살기도, 죽음 소식은 특별한 일이 못됩니다. (…) 마주하는 장벽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고인의 죽음은 성소수자가 겪는 혐오와 차별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이상 성소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김기홍 씨를 애도했다. 오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