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얀마 양곤 외곽지역에서 진압경찰이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국방·치안 교류협력 중단 “군부생각 바꾸는 것이 목적” ... 추가 조처도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부의 폭력 진압으로 사상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했다.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참여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미얀마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 조처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군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날 발표를 “1차 대응”이라 규정해 추가 조처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는 우선 국방·치안 분야의 새로운 교류·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방부와 경찰청은 각각 미얀마와 국방정례협의체 설립과 치안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계획을 취소하고, 그간 진행해온 미얀마 군경 대상 신규 교육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군용물자의 미얀마 수출을 금지하고,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위 진압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한국산 최루탄과 최루탄 발사체 등 시위 진압 장비는 군용물자에 해당해 수출이 금지되며,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 등 산업용 전략물자는 수출이 까다로워진다. 군용물자는 2019년 1월 이후 미얀마 수출 사례가 없는데, 2014~2015년에는 최루탄이 수출된 바 있다.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최루탄에는 ‘2014년산’이라고 표기돼 있으나 한국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11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 대광의 DK-44 섬광폭음탄(flashbang)이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얀마 국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미얀마를 대상으로 한 유·무상 개발협력사업(ODA)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미얀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무상 지원 규모는 9천만달러(약 1020억원) 정도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이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인도적 특별체류 조처도 시행된다. 체류 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 상태에 몰린 미등록 미얀마인도 임시 국내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미얀마인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을 중심으로 2만5천~3만명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튿날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합법·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는 등 지금까지 ‘외교부 대변인 논평’만 세 차례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미얀마군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며 “미얀마를 위한 정의” 등의 영문 해시태그를 단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는 11일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 조처들을 단계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미얀마 경찰들이 12일(현지시각) 양곤 시내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검사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청와대, 미얀마 사태 “실질적 조처”…국제사회 협력 수위 높여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비무장 시민을 향한 군경의 총격 진압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미얀마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 조처를 단계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엔에스시는 11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얀마 군·경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얀마 헌정질서가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엔에스시는 미얀마에 있는 교민 안전과 우리 기업 보호에도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했다.

엔에스시는 지난 4일 열린 상임위에서도 미얀마의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엔 ‘실질적 조치’란 표현으로 국제사회와의 공동 협력 수위를 더 높였다. 미얀마 군·경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강경 진압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에스앤에스(SNS)를 통해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엔에스시는 다음 주로 예정된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포괄적 대북 전략의 조속한 수립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간 공조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 규탄”

“수치 고문 등 구금인사 즉각 석방을…더 이상 인명희생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6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더 이상 인명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영어로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올린 데 이어 해시태그를 달아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ForMyanmar), ‘스탠드 위드 미얀마’(#standwithmyanmar)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이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영지 기자

 

미얀마 만달레이의 시민들이 4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다 군경의 총격에 머리를 맞고 숨진 19세 여성 치알 신(에인절ㆍAngel)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만달레이 로이터=연합뉴스

 

청와대 “미얀마 군·경찰의 폭력적 진압 강력 규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통해 밝혀 "헌정회복 국제사회 협력"

 

문재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 2019년 11월 26일 부산 해운대 조선웨스틴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엔에스시)가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미얀마 상황과 관련해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엔에스시 상임위원회 개최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엔에스시 참석자들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 평화적 시위에 대한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엔에스시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미얀마의 헌정질서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교민과 진출 기업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군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을 지난 2019년 부산으로 초청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신남방외교를 내세우며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들과 관계 증진에 나선 바 있다. 무역 등 경제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NSC 상임위에 이례적으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윤창렬 사회수석 등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및 글로번 통상환경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가 다자주의에 입각해 역내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유관국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심화‧확대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연설을 통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북한과 일본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힌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한-미동맹 현안을 원활하게 추진하면서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조기에 마련하기 위해 미국 신행정부와 더욱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