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CBS 인터뷰에서 왕실과 불화 인정
‘아들 피부색 걱정하는 이들 있었다’ 주장
해리 “아버지 내 전화 안 받아…실망했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간 마클 이 7일 방송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기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 메간 마클이 7일 저녁 미국 <CBS>에서 방송된 인터뷰에서 “왕실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자로 나선 이 인터뷰에서 마클은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아주 분명하고 끔찍하고 거듭된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해리 왕자)가 부드럽게 안아줬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자해하거나 자살을 생각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마클은 왕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화배우 출신인 마클과 해리 왕자는 지난 2018년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결혼했으나, 지난해 왕실 가족으로서 공식 역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부부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가정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왕실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흑인과 백인 혼혈인 마클은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도 제기했다. (왕실) 주위에서 2019년 태어난 아들 ‘아치’의 피부색이 걱정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주장이다. 마클은 “임신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우려와 대화들이 오갔다”며 “그들은 그(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마클은 누가 아치의 피부색을 문제 삼았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이름을 언급하면 “매우 해가 갈 것”이라고만 했다. 해리 왕자도 “그 대화를 공유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시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클은 “나는 왕실 가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환경에 자랐기 때문에 순진한 상태에서 그곳(왕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마클은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왕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에 대한) 거짓말도 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언제나 나에게 멋진 분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해리 왕자는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실망했다. 그(찰스 왕세자)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받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언급했다. “나는 (어머니가) 이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나고 슬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함께 여기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다행이다. 그 세월 동안 어머니가 혼자서 이런 과정을 겪었을 때 어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부부는 올해 초 둘째를 임신했으며, 둘째는 여자아이라는 사실도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영국 왕실은 이 인터뷰를 나흘 앞둔 지난 3일 마클이 왕실 직원을 괴롭혔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해리 왕자 부부를 둘러싼 왕실 내부의 알력과 갈등, 그리고 상호 비방전이 표면화됐다. 조기원 기자

 

윈프리 “아치 피부색 얘기 꺼낸 건 여왕 부부는 아니다”

“인종차별이 영국 떠난 큰 이유…영국 타블로이드들 편협해”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 부부와 인터뷰한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8일 이들 부부의 아들 피부색과 관련해 얘기를 한 인물이 여왕 부부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윈프리는 CBS에 해리 왕자가 "그 말을 한 사람을 알려주진 않았다"면서도 "여왕 부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이를 알리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녹화 중에나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발언자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CBS에 독점 방영된 인터뷰에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등에 대한 우려와 대화들이 오고 갔다"면서 "그들은 그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윈프리는 인터뷰 중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CBS가 공개한 새로운 영상에서 해리 왕자는 인종차별 때문에 영국을 떠났느냐는 질문을 받고 "많은 부분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영국 언론사 데스크급들과 친한 이로부터 "영국은 아주 편협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때 자신이 "영국이 아니라 영국 언론, 특히 타블로이드들이 편협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히도 정보 공급처가 부패했거나 인종차별적이거나 치우쳐있다면 그것이 나머지 사회로 흘러간다"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 대중지와 오래전부터 긴장관계에 있으며 소송도 여러 건진행 중이다.

영국 언론이 다른 왕실 일가에는 어떤 태도냐는 질문에 마클은 "무례한 것과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은 같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이 아닐 때는 방어해주는 언론팀이 있는데 우리한테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윈프리가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다른 식구들로부터 사과를 받았냐'고 묻자 해리왕자는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며 "이건 우리 결정이니 결과도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마클 폭로에 영국도 관심폭발…왕실 대신 '지원사격' 쏟아져

영 - 미 온도차 "해리 왕자는 미국이 자기 가족을 미워하길 바란다“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가 영국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미국과는 반응에 온도차가 역력하다.

이들 부부가 던진 인종차별 의혹 등에 관해 왕실은 아직 침묵하고 있고 대신 인터뷰 자체를 비판하는 '지원 사격'이 대거 쏟아졌다.

8일 BBC를 포함해 영국 언론들의 웹사이트에는 일제히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마클은 이날 영국 조간신문 1면 지면도 거의 독차지했다.

진작부터 '폭탄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터뷰 내용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는 반응이다.

더 타임스는 '해리와 메건의 인터뷰 폭로는 왕실이 걱정한 것보다 더 심하다'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실었다.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모습. 두 시간짜리 인터뷰는 미 CBS에서 7일 황금시간대인 밤 8시에 방영됐다. 마클은 왕자비로서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침묵하고 지내야 했으며, 왕실이 '피부색'을 우려해 자기 아들 아치를 왕족으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인종차별 의혹까지 제기했다. [하포 프러덕션 제공]

 

왕실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는 미국 언론과 달리 영국에서는 인터뷰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왕실 전기 작가 페니 주노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들이 프라이버시를 원한다면서 왜 이런 인터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클 갑질'과 관련해서 왕실에서 할 말이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도 "정말 품격 떨어지는 보복전이 됐다. 왕실이 여기에 들어가고 싶어할까?"라고 말했다.

역시 왕실 전기작가인 애너 패스터낙은 BBC 아침방송 인터뷰에서 인터뷰가 "매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며 "메건의 입맛에 맞는 연속극 느낌이었다. 아무도 메건과 아버지의 관계나, 왜 결혼식에 메건 식구는 단 한 명만 온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여왕을 완전히 추하게 배신한 인터뷰'라고 규정하며 "해리는 미국과 세계가 자기 가족, 왕실, 국가를 미워하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해리 왕자 인터뷰 시청하는 미국인들 [AFP=연합뉴스]

 

1990∼1997년에 여왕의 공보비서를 지낸 찰스 앤슨은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왕가 내에 인종차별은 한가닥 흔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리 왕자 부부 결혼식 때 "환영하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이들 부부의 '서섹스 공작' 직위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고 데일리 메일이 전했다.

마클의 유명한 지인들이 미국에서 지지 글을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한 노동당 의원이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왕가 인사가 해리 왕자 부부 아들의 피부색과 관련해 얘기했다는 의혹에 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비키 포드 아동 담당 정무차관은 BBC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은 우리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고만 말했다.

왕실은 아직 반응이 없다. 다만 인터뷰 몇 시간 전에 여왕의 영연방의 날 인터뷰가 방영돼서 해리 왕자 부부의 '드라마'에 관계 없이 왕실은 의무를 다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카이뉴스는 적어도 인종차별과 자살 생각 문제와 관련해서는 왕실에서 답변이 나와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공보비서 앤슨은 "여왕이 69년간 해온 대로 할 것"이라며 "가족 문제를 세계에 까발리지 않고 사적으로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클,500만원대 아르마니 입고 인터뷰…해리왕자 옷은 70만원대

아르마니 드레스 속 연꽃 의미는 '재탄생' '왕실에서 독립' 나타내

해리 왕자는 재작년 첫아들 공개 때 입은 옷과 거의 비슷

 

영국 해리 왕자 부인 메건 마클이 7일 미국 CBS방송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연꽃이 새겨진 드레스를 입은 이유는 부부가 왕실에서 독립된 주체로 '재탄생'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클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한 부부 동반 인터뷰에 흰색 연꽃이 상반신 오른편에 수 놓인 검은 실크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으로 가격은 4천700달러(약 532만원)다.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등 마클의 폭로와 함께 드레스도 인터뷰 방영 직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마클이 세계인이 지켜보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인터뷰에서 입을 드레스를 고르면서 옷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왕실의 이혼'이 화제가 되면 찰스 왕세자의 아내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결혼생활과 파경에 관해 폭로한 1995년 BBC방송 인터뷰가 여전히 재소환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날 관심은 연꽃에 특히 집중됐다.

NYT와 월간지 '타운앤드컨트리' 등은 마클이 드레스를 선택할 때 연꽃의 상징성을 특히 고려했다고 전했다.

재탄생을 상징하는 연꽃이 수 놓인 드레스를 입은 것은 '부부가 독립체로 재탄생'했고 '왕실과 확실히 분리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연꽃은 '부부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는 의미와 앞으로 태어날 둘째 아이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언론들은 연꽃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7일 미국에서 방영된 영국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를 지켜보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NYT는 마클이 비싼 드레스를 입은 것을 두고 "드레스를 입은 사람의 피해자성과 '고통 속에서 회복하고 있음'을 나타내기에는 다소 모순이 있다"라고 짚었다.

해리 왕자는 인터뷰에 '제이크루 루드로우'의 회색 정장을 입고 나왔는데 자켓은 425달러(약 48만원), 바지는 225달러(약 25만원)다. 그는 재작년 5월 첫째 아들 아치의 모습을 공개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옷을 입었다.

이날 마클의 드레스와 함께 그가 다이애나빈 소유였던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테니스 팔찌'를 찬 점도 주목됐다.

부부는 해리 왕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빈이 부부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팔찌를 착용하기로 했다고 피플지는 전했다.

이와 함께 마클은 아쿠아주라의 695달러(약 78만원)짜리 힐과 캐나다 브랜드인 '버크스'(Birks)의 귀걸이, 영국 디자이너 피파 스몰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현재 마클은 과거 두 차례 공식석상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선물한 귀걸이를 착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빈살만 왕세자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한 배후로 지목됐다.

마클은 2018년 피지 순방 시 귀걸이를 착용했는데 당시는 카슈끄지가 암살되고 3주 후였다.

카슈끄지가 숨지기 전 설립한 인권단체를 이끄는 마이클 아이즈너 변호사는 데일리메일에 "(마클이 착용한) 귀걸이는 살인자가 피 묻은 돈으로 사들여 선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 귀걸이는 애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선물된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