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8000명 대상 30년 추적 연구 
중년 이후 하루 6시간 이하 잠자면
7시간 잔 사람보다 치매위험 1.3배
심장대사·정신건강 요인과 상관없어

 

장년기 이후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7시간을 잔 사람에 비해 3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대학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공동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영국인 8000명을 3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50·60대에 수면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인 집단과 하루 7시간인 집단을 비교한 결과 6시간 집단이 7시간 집단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면 습관과 치매 사이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수면시간과 치매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이날치에 실렸다.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환자들한테 수면장애 등 수면습관 변화는 일반적인 증세이다. 이런 변화는 치매가 진행되면서 뇌의 시상하부와 뇌간이 영향을 받아 수면-각성 조절장애가 일어나 생기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반대로 중년 이후 노년기에 수면시간 변화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대부분 10년 이하 추적 관찰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치매가 20년 이상의 병태생리학적 변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더 긴 기간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랑스·영국 공동연구팀은 30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화이트홀Ⅱ 코호트 연구에서 50대, 60대, 70대의 수면시간과 치매 발생 사이 연관성을 조사했다. 화이트홀 연구는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을 연구하기 위해 영국 공무원을 피험자로 한 장기연구프로젝트다.

 

연구팀은 1985∼88년 화이트홀Ⅱ 연구에 참가한 1만308명 가운데 수면시간 등이 확인 가능한 7959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521명이 치매에 걸렸는데, 대부분 70살 이후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분석은 두 가지 경우로 좁혀 진행됐다. 우선 생존해 있으면서 70살 때 치매에 걸리지 않은 상태인 687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50살, 60살, 70살 때 적어도 두번 이상 수면습관에 대해 보고를 한 사람들이다. 연구팀은 수면시간을 계속 6시간 이하, 7시간, 8시간으로 유지한 세 집단과 중간에 수면습관을 바꾼 세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계속 6시간 이하로 잔 집단의 치매 위험이 수면시간 7시간 집단에 비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분석은 2012∼13년 시계형 가속계(동작감지 센서)를 부착하고 수면습관 연구에 참여한 388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가운데 111명이 치매에 걸렸다. 이 분석에서는 6시간13분 이하 수면 집단이 6시간14분∼7시간을 잔 집단에 비해 치매 위험이 1.63배 높았다.

연구팀은 장시간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을 분석한 선행연구들과 달리 8시간 이상 긴 시간을 잔 사람들과 치매 발생 상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인구통계학적, 행동학적 요인이나 심장대사, 정신건강 등과의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보통 우울증이나 감정 장애가 수면 변화와 관련이 있고 수면시간과 치매의 연관성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수면시간과 치매 위험 상관관계를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은 설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