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리-랫클리프 5년 복역 뒤 다시 1년 선고

영국 억류한 옛 이란 예금 4억파운드 탓 해석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와 그의 딸. AFP 연합뉴스

 

이란에서 체제 전복 모의 혐의로 5년 동안 복역한 영국 자선단체 활동가가 풀려난 지 1달 만에 다시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자금 4억 파운드를 동결하고 있는 영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이란 혁명법원이 이날 이란·영국의 이중국적 활동가인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에게 반체제 선동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계인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테헤란의 친정을 방문하기 위해 영국에서 두 살 딸과 함께 이란에 왔다가 이란 체제 전복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당시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달 석방됐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그가 이란을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곧 자가리-랫클리프를 2009년 런던 주재 이란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가 기소했고, 이날 1년형을 선고했다.

 

12년 전 시위 참여를 이유로 추가 기소하고 1년형을 선고한 것을 놓고, 영국 정부와 당국은 “명백히 잘못된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가리-랫클리프가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는 판결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영국 정부는 그의 석방을 위해 미국 등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도 “완전히 비인간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처가 영국 은행에 예치된 옛 이란 왕정의 예금 4억 파운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79년 호메이니 혁명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들어서기 전 팔레비 국왕 정권은 영국과 무기 거래를 하면서 영국 은행에 4억 파운드를 예치하고 있었다. 왕정이 무너진 뒤 현 이란 정부는 영국에 4억 파운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의 제재로 돈을 돌려받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이란은 2016년 서방의 대이란 금융 및 경제 제재 순차 해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계속 돈을 주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그해 4월 자가리-랫클리프를 테헤란 공항에서 입국 직후 체포해 억류했다.

 

<가디언>은 지난 3월 기사에서 “자가리-랫클리프는 인질외교의 중요한 예시”라며 “이란 감옥에는 유럽과 미국 등 이중국적자가 30명이나 되며, 적어도 4명은 이란계 영국인이다”라고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