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로나 백신 특허 유예 고려…결정은 안돼”
30일 WTO 회의서 유예 논의…인도 등이 제안
제약회사 반발과 백신 개발과정 독소조항이 걸림돌
“미 정부가 소유한 백신 특허권 사용해야” 목소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여성 한 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장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의 제조와 생산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자는 요구를 미국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전세계적 생산과 공급을 최대화하는 방안 고려에서 백신의 지식재산권 유예도 포함된다면서도 아직 결정된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을 하는데 많은 다른 방법들이 있다”며 “현재 지재권 유예는 그 방안 중의 하나이나 우리는 무엇이 가장 합당한지 평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관리들이 미국에서 백신의 기존 제조를 진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런 자세는 전 세계적 차원의 인명이 걸린 긴급사태 해결에서 지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지만, 제약업체들의 반발 및 백신 개발과정에서 맺은 계약조건 등의 현실적 제약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는 전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원과의 만남에서 백신 생산과 배급에서 중대한 격차를 교정하는 데 개발도상국들에 역할을 부여하는 해결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무역대표는 의약품 접근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벌어지는 격차는 “전혀 수용할 수 없다”며 의약 산업이 위기의 시대 때는 희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외에서 고조되는 압력 때문이다. 미국 의원들과 비영리단체들은 백신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인도와 남아공은 이미 지난해 10월 개발도상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약회사들의 지식재산권을 유예하자는 제안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출해, 100여개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은 협상을 막아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는 오는 30일 관련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국제제약제조업연맹은 지난해 말 성명에서 지재권을 희석시키는 것은 위험하고 반생산적이라고 반대했다. 제약회사 등은 지적재산권 유예가 백신의 안전성을 줄이는 데다 새로운 장소에 백신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기존 생산 장소에서 생산 진작에 필요한 자원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일단 자국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서, 여분의 백신을 다른 나라들에 원조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백신 개발 과정에서 맺은 계약조건이 장애로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 정부와 제약회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백신개발 계획인 ‘초고속 프로젝트’의 계약에는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제공된 어떠한 제품이나 물질의 사용과 허가를 미국 밖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다고 <베니티 페어>가 보도했다. 즉, 미국 정부가 여분의 백신을 팔거나 공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18일 발표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4억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도 ’대여’ 형태로 취해 그 계약 조건을 비껴갔다.
하지만, 미 정부의 자금과 기술이 투여되어 개발된 백신 사용에서 미국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개발에 사용된 주요한 기술을 개발한 미 국립보건연구원의 과학자 바니 그레이엄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정부 연구소에서 나온 모든 것은 비배타적인 사용계약이어서 그 사용이 어떤 특정한 회사에 의해 가로막히지 않는다”고 코로나19 백신에서 미 정부가 보유한 특허권을 이용할 것을 촉구했다.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백신에서 안정화시키는 기술과 관련한 이른바 ’070 특허’는 국립보건연구원의 백신연구센터가 개발했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엠아르엔에이(mRNA) 방식 백신 기술에서 핵심인 이 특허권 사용료를 미 정부는 모더나에게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 정부가 이 특허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마 관련 제약업체들에게 협력을 구하려는 도덕적 카드로 사용하는 시도같다고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현재 백신 접종은 선진국 국민은 4명 중 1명 꼴로 받은 반면, 개발도상국 국가 국민들은 500명 이상 중 1명만이 받았다. 이런 추세라면,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은 오는 2024년까지 늘어질 것이라고 <시엔비시>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세계는 더 많은 코로나 백신이 필요하다’는 장문의 사설에서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부자 나라들이 판매된 모든 백신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 정부의 적극적 조처를 촉구했다. 미 국내에서 특허권을 중지하고, 백신 기술과 자원을 공유해서, 더 많은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더 저렴하고 편리한 백신 개발에 다시 국가 자원을 투여하라고 촉구했다.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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