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주요 현안에 ‘당내 소통’ ‘경청’ 강조

현충원서 ‘안보’ 강조하다 ‘세월호’ 언급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개월 전 최초로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예견한 책을 보셨나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임기 시작 첫날인 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더해 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 군인의 묘역까지 차례로 방문했다.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참배는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래 민주당의 ‘전통’이 됐지만,

 

송 대표는 유별났다. 진주만 습격을 예상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식견을 짚었을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 등 구체적인 업적을 적었다. 인천상륙작전과 백마고지전투 등 손원일 중장과 김종오 대장의 한국전쟁 활약상을 상세히 읊으며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로서 깨알 같은 지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 대표는 또한 아들이 자신에게 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유니폼(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 세월호는 막 그렇게 하면서(챙기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보 문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강조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하려는 뜻이었겠지만, 그동안 세월호 유족과 아픔을 함께하면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현충원 참배 직후 국회로 이동해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송 대표는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당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직설 어법 대신 “(의견) 수렴”(4차례), “경청”(3차례), “소통”(2차례)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상황을 파악해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던 송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선 “경과를 들어보고 당 차원에서 언론과 검찰개혁 문제에 대한 단계적 토의를 하겠다”며 “개인적 생각이야 있지만 당 대표로서는 당무 전체에 대한 보고를 파악할 최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90% 상향 조정을 주장했지만 이날은 구체적 내용 대신 “비대위 때 출범한 부동산 특위를 재구성하겠다”고만 했다.

송 대표는 본래 4일 봉하마을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긴급한 현안인 부동산 정책과 백신 문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보궐선거 참패 이후 벌어진 ‘문자 폭탄’ 분란과 ‘당심-민심 논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강성 당원이 아닌 열성 당원이라 표현을 드린다”며 “그분들의 열정이 시스템을 통해 의견이 수렴돼 승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좋아하는 논리만 취합해서 강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민심과 유리되지 않은 것(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가 돼야 (당심이) 민심과 유리될 때마다 당내 토론으로 교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 대선 경선의 공정한 관리도 약속했다. 송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공정한 경선, (민주당이) 원팀이 제대로 될 때 정권을 다시 맡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지원 기자

 

‘민주당 정부’ 강조한 송영길…당·청 관계 주도 의지 밝혀

 문 대통령 “당 주도하는 게 정상” 불협화음 없는 원팀 강조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왼쪽)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송영길 당 대표가 ‘민주당 정부’, ‘당의 주도권’을 강조하며 당·청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인정하며 ‘불협화음 없는 원팀 기조’를 당부했다. 당·청 관계에서 여당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준비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지만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 정부’라는 방점이 약했다”며 “정책은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민주당 정부’를 강조했지만 청와대 주도로 당·청 관계가 형성되고 정책도 실행됐다는 진단이다.

 

송 대표는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우리 당이 중심이 돼 차기 정부에 대한 정책을 잘 준비해야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정책을 관철시키고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대선 준비를 위해 실질적인 당 주도의 당·청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겪으며 레임덕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의 임무를 맡은 당으로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철희 정무수석을 통해 여당의 주도권을 인정했다.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송 대표를 예방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지금부터는 당이 주도하는 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대통령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이어 “다만 ‘당정 갈등이 있는 것처럼, 당정 간 불협화음이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 국민이 불안해 하니까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정무수석이 항상 국회에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잘 소통하는 역할하라’고 (대통령이) 말씀 주셨기 때문에 부지런히 송영길 대표를 쫓아다니겠다. 자주 전화 드리겠고 찾아뵙고 필요한 말씀 듣고 필요한 말씀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여당 주도의 조화로운 당·청 관계 정립을 여당에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 중심으로 중심으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송 대표가 화합적이시니 잘 해줄 거라고 믿는다. 당·정·청이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송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 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 갈등으로 나타나면 문제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당-청 소통을 강화해 이견을 정리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게 대선 승리를 위한 길이라는 설명이다. 송채경화 이완 기자

 

민주당 새 대표에 송영길…홍영표에 0.59%p 신승

초선 김용민 17.73% 1위로 최고위원

강병원· 백혜련· 김영배· 전혜숙 당선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 패배 뒤 더불어민주당을 새롭게 이끌 당 대표로 5선의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이 당선됐다. 송 신임 민주당 대표는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고 실패한 정책을 개선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임시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열어 송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송 후보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각각 45%, 40%), 일반당원과 국민 여론조사(각각 5%, 10%)를 합산한 결과 최종 득표율 35.6%를 얻어 2위 홍영표 후보(35.01%)를 간발의 차이로 눌렀다.

 

86세대의 선두주자인 송 후보의 당선은 이번에 세번째 당권에 도전하면서 고향인 호남 지역 대의원 지지세가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레이스 초반 ‘송영길 대세론’이 일었지만, 홍영표 후보가 약진하는 등 이른바 ‘주류’의 막판 결집도 만만찮았다. 홍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승리했지만 송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0.59%포인트 차이 신승이었다.

 

송 신임 대표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승리를 향한 변화를 위해 주저 없이 전진해야 할 때”라며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백신 △반도체 △기후변화 △한반도 평화번영을 5가지 핵심과제로 제시한 그는 “열정·헌신·지혜를 가진 모든 분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겠다 당의 자랑스러운 대선주자들과 소통하고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7명 후보자 중 5명을 뽑은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슈퍼여당의 힘으로 선명한 검찰·언론개혁’을 주장한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 병·초선)이 17.73%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재선의 강병원(서울 은평을), 백혜련(경기 수원을) 의원이 각각 17.28%, 17.21%를 득표해 근소한 차이로 2·3위를 기록했다.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초선)과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갑·3선)도 각각 13.46%, 12.32%를 득표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여성 최고위원은 당선권에 들지 않아도 최고득표자 1인이 자동 선출되는 규정이 있지만 이번 전대에서는 백혜련·전혜숙 의원 2명이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번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은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재보선 패배 뒤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한꺼번에 치러졌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잔여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 노지원 기자

 

송영길은... 86세대 대표주자·5선의원, 노동운동 하다 인권변호사로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전당대회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게 된 송영길(58) 대표는 1984년 직선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돼 학생운동을 주도한 86세대의 대표주자다.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광주 대동고 3학년 시절이던 1980년 광주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했다. 대학 진학 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게 된 배경이다. 1984년 서울대 이정우, 고려대 김영춘과 함께 ‘민정당사 점거농성사건’을 주도했고 출옥 뒤에는 인천 대우자동차 배관용접공으로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신념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고민했고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느꼈다고 한다. 아파트 전세금을 밑천삼아 고시원으로 들어가 2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인천에서 노동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주도한 ‘젊은 피’ 수혈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으로 당선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20·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의원이 됐다. 86세대 정치인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이다.

 

6남매 중 본인을 포함한 4명이 고시에 합격한 ‘고시 4남매’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행정고시를 통과한 송하성 경기대 교수가 큰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송영천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가 작은형이다. 송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여동생이다.

 

이번 당권 도전은 세번째다. 2016년 전대 땐 예비경선에선 한 표 차이로 ‘컷오프’ 됐지만 2018년엔 이해찬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 인선은 문재인 캠프의 탕평·통합인사로 해석됐다. 영어·중국어·러시아·일본어 4개 국어에 능통하며 한반도 주변 4강에 외교적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21대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노지원 기자

 

송영길 “청년, 평생 전세방 살라 못해”…생애 첫 주택 대출 완화 시사

 생애 첫 주택 LTV · DTI 90% 완화 공약.. “법사위원장 뺀 7개 논의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일 “엘티브이(LTV·담보인정비율) 등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들에게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세대 주택구매를 돕기 위해 엘티브이와 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를 90%까지 풀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진행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의) 기본 원칙은 2·4 공급대책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출 규제 완화를 청년층 주택구매를 위한 ‘사다리’라고 표현했다. 엘티브이와 디티아이를 90%까지 풀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집값 상승한다고 청년 신혼부부들은 집 사지 말고 평생 전셋방·월셋방에 살라고 말할 수 없다. 물가가 오른다고 임금 못 올리게 하는 논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또 “무주택자 비율이 43% 되고 집 사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10% 정도다. 그중에서도 생애 첫 주택구매자로 (대출) 대상을 한정하고, 다른 정책 수단을 뒷받침하면 집값 상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선 “종부세 부과 대상이 1%에서 3.8%까지 늘어서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종부세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노년 공제, 보유공제 비율을 조정해서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이 있다. 과세 이연의 문제도 별도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산세 완화, 집값 급등으로 늘어난 공시가격 조정 등에 대해서는 “당내 부동산특위에서 보완해 당정 간에 잘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회 원구성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장 재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대표는 “김태년-주호영 전임 원내대표들이 합의했던 7개 상임위가 (재배정 대상으로) 논의될 수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했지만 ‘법사위원장 반환론’에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통령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대선 승리 도움 여부가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6개월 전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9월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경선 연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송 대표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이 바뀔 순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과도 만나서 의견도 수렴하고 지도부와 의견수렴해서 잘 논의하겠다”며 “모든 판단 기준은 (내년) 3월9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민주당 송영길호 출범…궂은 일은 대표 몫, 영광은 대선 주자에게로

4·7 재·보선 참패 반성과 혁신의 리더십 절실
흔들리는 부동산 정책 신속히 매듭지을 필요
당내 경선 흥행과 질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더불어민주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송영길 신임 대표의 최대 과제는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10개월의 대장정이다. 막중한 역할이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당대표는 극한 직업이다. 궂은일을 묵묵히 처리하면서 영광은 대선후보에게 돌려야 한다. 송영길 대표는 목소리가 큰 정치인이다. 역할과 스타일의 엇박자 위험이 있다.

세부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4·7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이다.

1955년 민주당이 생긴 뒤 서울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이렇게 크게 패한 적이 없다. 2020년 4·15 총선 압승 1년 만에 민심이 왜 이렇게 정반대로 뒤집혔는지 이유를 정확히 찾아야 한다.

선거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혁신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진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정책을 고쳐야 하고, 태도가 잘못됐다면 태도를 고쳐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당심과 민심의 갈등이 심각하다. 대표가 나서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부동산 정책이다.

4·7 재보선 이후 종부세 완화 여부, 대출규제 완화 여부, 과세이연 제도 도입 여부 등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 공백으로 당정의 중심축이 무너진 탓이다.

부동산 정책은 대선주자들에게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송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결단하고 매듭지어야 한다.

 

셋째, 당내 경선 관리다.

당장 8월 말~9월 초로 예정된 경선을 연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해야 한다는 경선연기론이 있다. 유력 주자들의 뜻을 모아 대표가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만 있는 게 아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도 있다. 김두관·박용진·이광재 의원도 있다.

 

사람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 1997년 신한국당에는 이른바 ‘9룡’이 있었지만, 정권을 빼앗겼다. 예비경선, 본경선을 거치며 흥행과 질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세부과제의 최종 목표는 물론 대선 승리다. 앞으로 10개월 동안 대선판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된다. 여야 기세 싸움에서 밀려서도 안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과 비판은 당분간 송 대표와 당 지도부의 몫이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대표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대선은 대선주자 혼자 치르는 게 아니다. 대표가 대선주자와 호흡을 맞춰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실패 전례가 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물러났다. 대선에서 패하고 1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가장 컸던 어려움 중 하나가 당 지도부의 부재였습니다. 지난 대선의 전략-전술에서 가장 큰 오류였다고 봅니다.”

 

“이해찬 당대표가 물러나면서, 당장 리더십의 공백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민주캠프-시민캠프-미래캠프를 조율하고 조정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안이 많았는데, 그런 업무를 매사 선대위원장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선대위가 담당하기 어려운 외부 인사 영입 문제, 특히 비중 있는 중도나 보수 인사 영입에서도 후보를 대신해서 결정하고 만나서 담판을 지어 줄 비중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령탑이 없는 합의제 선대위 구도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대선을 치르는 당 지도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 묘사한 글이다. 송 대표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성한용 기자

 

세후보 각축, 1·2위는 0.59% 극소차, 통합 리더쉽 과제

 

예측불허라고는 했지만 그야말로 혼전이었다. 2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선 송영길·홍영표 1~2위 후보가 겨우 0.59%포인트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세 후보 중 가장 지지세가 약하다고 했던 우원식 후보도 30% 가까운 득표율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전국대의원대회를 결과를 좌우한 건 역시 주류 당원들이었다.

 

이날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당원·국민 여론조사 합산 결과 35.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송영길 대표는 대의원과 일반당원 투표에선 1위를 했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에선 홍 후보에게 뒤졌다. 합산 때 반영 비율이 45%인 대의원 선거인단에선 0.5%포인트 우세했고, 40%가 적용되는 권리당원에선 0.67%포인트차로 밀렸다.

 

권리당원의 파워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 5명 중 3명은 권리당원 득표율 순위와 최종 득표율 순위가 일치했다. 특히 대의원 투표에선 후보 7명 중 꼴찌를 한 김용민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가장 앞서 결국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 때 김종민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4위를 했음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총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뽑힌 것과 흡사하다.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김용민 후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조국 옹호’에 앞장섰다. 김 후보는 재보선 패배 이후 전대에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 가장 먼저 주장했고, 당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0.45%포인트 차로 1위를 놓친 강병원 의원(17.28%) 역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다. 4위에 오른 초선의 김영배 의원(13.46%)은 역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 비서관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 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의 멤버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후보 2명이 당 지도부에 동반 입성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백혜련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일부 권리당원들에게 ‘배척’받았으나 1, 2위에 근소한 차로 밀려 3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여성 2명과 초선 2명이 최고위원이 된 것은 당 안의 역동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노지원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