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직장 잃고 가족 부양하려 범행…안타까운 사연에 관용 베풀어
미담의 주인공 다닐로 바를레세 신부(가운데). [베네치아의 산티 제르바시오와 프로타시오 디 카르페네도 본당 웹사이트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뒤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성당 헌금함 속 돈을 훔친 이탈리아 20대 남성이 가톨릭 사제의 관용으로 처벌을 면하고 새 일자리까지 얻게 됐다.
tgcom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상도시 베네치아 인근 해변 마을 카오를레의 가톨릭 성지·성당 3곳에서는 올 초부터 헌금함이 텅 비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누군가가 헌금함에서 돈을 빼내어 가는 것으로 의심한 해당 교구 본당 신부 다닐로 바를레세 몬시뇰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CCTV 화면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건 발생 즈음에 항상 같은 남성이 화면에 잡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해 뒤를 밟았고 어느 날 성당에서 현금 100유로(약 13만5천 원)를 들고나오는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붙잡힌 이는 23세의 젊은 청년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최근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였다.
양면테이프를 헌금함에 넣는 수법으로 14차례에 걸쳐 총 1천 유로(약 135만 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별다른 전과가 없었던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일자리를 잃어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을 부양하고자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일반적인 생계형 범죄자의 단죄로 마무리되지 않고 훈훈한 미담으로 이어졌다.
이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바를레세 신부가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탄원했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바를레세 신부는 또 이 청년이 해변의 한 유명 리조트 레스토랑에 웨이터로 일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가톨릭 매체 '아베니레'(Avvenire)는 3일자(현지시간) 관련 기사에서 "일상적인 범죄 스토리가 '해피 엔딩'이 됐다"고 썼다.
올해로 58세인 바를레세 신부는 198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8년 7월 카오를레 교구의 본당 신부로 부임한 뒤 소외계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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