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 설치던 90년대 초…꽃다운 청춘들이 불꽃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1991년 4월27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강경대 학우 살인 규탄대회’를 마치고 교문을 나선 학생들이 경찰의 물대포 세례를 맞으며 “살인정권 타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명지대생 강경대는 전날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백골단’이라 불리던 사복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다.

 

사흘 뒤인 4월29일에는 전남대생 박승희가, 5월1일에는 안동대생 김영균이, 5월3일에는 경원대생 천세용이 강경대 사망을 규탄하는 교내 집회에서 ‘살인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했다.

 

5월6일에는 구치소에서 부상을 당해 안양병원에서 치료받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시신마저 백골단에 강탈당했다.

 

5월8일에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했다. 순천 출신으로 중국집 배달원, 가방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윤용하는 5월10일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며 전남대에서 분신했다.

 

강경대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5월18일에는 부평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이정순이 장례 행렬이 지나는 연세대 정문 앞 철교 위에서, 광주에서는 버스기사 차태권이, 전남 보성에서는 보성고교 김철수가 학교 운동장에서 ‘노태우 퇴진, 참교육 실천’을 외치며 분신했다.

 

보성 벌교청년회에서 활동하던 건설노동자 정상순은 5월22일 전남대병원에서 몸을 불사르며 지역 후배인 김철수의 뒤를 따랐다.

 

5월25일에는 성균관대생 김귀정이 ‘노태우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가, 10여분 동안 천여 발의 최루탄을 쏘아대며 시위대를 몰아대던 백골단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젊음들이, 그해 오월 공권력에 맞아 죽고 공권력에 맞서 제 몸을 불사르며 죽어갔다. 장철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