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매체 보도로 검찰 재수사 나서

수사관 강압수사·증거 조작 등 드러나

미국 최장기 '억울한 수감생활' 될 듯

 

살인 혐의로 43년째 수감 중인 스트리클랜드 [인권단체 Midwest Innocence Project, 캔자스시티 스타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43년째 옥살이를 해온 60대 남성이 강압 수사, 증거조작 등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들이 뒤늦게 밝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미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주 잭슨 카운티 검찰은 1978년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케빈 스트리클런드(61)의 석방을 전날 요청했다.

사건 발생 당시 18세 청년이었던 스트리클런드는 캔자스 시티의 한 자택에서 20대 초반 3명을 총으로 쏴죽인 무리 중 한 명으로 지목돼 감옥생활을 해왔다.

 

앞서 변호인은 그가 무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서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미주리주 대법원에 제출했다.

43년 만에 스트리클런드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낸 것은 그를 기소했던 검찰 자신이었다.

검찰은 "스트리클런드의 살인 혐의의 증거들에 핵심이 빠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스트리클런드가 수감 중인 교도소 [인권단체 Midwest Innocence Project, 캔자스시티 스타 홈페이지 캡처]

 

현재 스트리클런드가 무죄임을 시사하는 증거들은 대략 3가지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당초 범행에 사용됐던 권총에서는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으나, 재수사 결과 실제로는 지문이 남아있었으며 스트리클런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가 관계자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일부 진술은 짜 맞춰진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당시 총에 맞았으나 생존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신시아 더글러스는 처음 스트리클런드를 범인이라고 지목했으나, 나중에 경찰의 강요를 받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더글러스는 2015년 숨지기 전까지 수년간 자신의 처음 진술이 잘못됐다며 수사 결과가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인범으로 수감 중인 다른 두 명의 남성도 지난해 9월 한 지역 매체 인터뷰에서 "스트리클런드는 당시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결국 재수사에 착수한 검사들과 40여 년 전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시장 등은 스트리클런드의 석방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캔자스시티 스타는 스트리클런드가 석방되면 미국에서 누명을 쓰고 가장 오랫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된다고 밝혔다.

건강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는 스트리클런드는 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를 유죄로 기소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무죄를 주장했다.

 

케빈 스트리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