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회계연도 예산안 6조달러 의회 제출 예정
기존 발표한 4조달러 인프라·복지 예산 포함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전환 반영
공화당은 “미 사상 최고 부채 비율” 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경제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경기부양안에 찬성하지도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성과를 자랑하고 다닌다면서 “누군가를 망신스럽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여기 명단이 있다”며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0월부터 적용되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으로 6조달러(약 6700조원)를 제안할 것이라고 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정부 지출 규모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큰 정부’ 기조를 보여준다.

 

백악관은 28일 6조달러 규모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관련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제시하는 예산안이다.

 

6조달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제시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미국일자리계획’과 보육·보건을 위한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가족계획’을 포함한 규모다. 기존에 발표한 것 이상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투자 계획은 추가되지 않았다. 매년 의회가 갱신해야 하는 군, 교육, 기타 프로그램 등을 위한 재량지출은 1조5000억달러 반영됐다. 국방예산은 에너지부 등 관련 부문 예산까지 합쳐 7530억달러로 2021회계연도보다 1.7%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억지를 위한 핵전력 현대화와 미래 전력 개발에 초점을 뒀다고 전했다.

 

6조달러 예산안은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3분의 1 정도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1회계연도 예산안으로 4조8000억달러를 의회에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은 상당 기간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 중산층 이하를 돕고,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려 비용을 충당한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백악관은 정부 지출이 2022회계연도 6조달러로 시작해 2031년까지 8조2000억달러로 늘어나는 청사진을 그렸다. 향후 10년간 연간 재정 적자는 1조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11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대로 하면 미국 경제 전체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로, 2차 세계대전 때의 40% 수준 이후 최대치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더 힐>은 이번 예산안을 두고 “정부를 성장·기회의 방해물로 규정했던 (로널드) 레이건 혁명으로부터 무게추가 얼마나 멀리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이번 예산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의료보험 퍼블릭 옵션(정부 운영 보험서비스) 등은 반영하지 않아, 다음번 예산안 제안 때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안은 의회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10월부터 발효된다. 이번 예산안을 두고 공화당은 재정 적자를 우려하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바이든의 예산안은 미 역사상 최고 수준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을 안고 있다”며 “의회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적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2조2500억달러 인프라 법안에 대해서도 이날 그 절반 이하인 9280억달러 규모의 역제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긴 하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한 60석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백악관은 의회의 특정 절차를 활용해서 민주당만으로도 예산안의 상당 부분을 관철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의회에서 조정권을 발동하면 예산안을 필리버스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단순 과반으로 처리할 수 있다. 9월 말까지 의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