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 엿새 만에 우승 물꼬
4개월 전 타계한 할머니 조모 생각에 '울컥'
우승 트로피를 든 고진영. [LPGA]
고진영(26)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
고진영은 5일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을 1타 차로 제친 고진영은 작년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 197일 만에 통산 8번째 LPGA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에 앞서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면서 112주 동안 지켰던 세계랭킹 1위를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내줬던 고진영은 세계 1위 탈환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지난달 28일 세계랭킹 1위를 내놓고 "아직 죽지 않았다"던 고진영은 "그동안 세계랭킹 1위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건 사실이다. 이번에 다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22만5천 달러를 받은 고진영은 상금랭킹 7위(79만1천336달러)로 상승, 상금왕 3연패에도 시동을 걸었다.
2017년부터 매년 우승 행진을 이어온 고진영은 선두로 시작한 7차례 최종 라운드에서 5승을 거두는 강한 뒷심도 과시했다.
무엇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고진영은 이 대회에 앞서 치른 2차례 대회에서 모두 하위권에 그쳐 경기력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이번 우승으로 씻어냈다. 고진영은 "골프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박인비(33), 김세영(28), 김효주(26)와 함께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다. 고진영은 도쿄 올림픽 대표로 확정 소식과 함께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LPGA 투어 한국 선수 무승 행진도 7경기에서 멈췄다.
고진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넉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격리 때문에 귀국도 못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 목요일은 아버지 생신이었다. 좋은 생신 선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는 7일은 고진영의 26번째 생일이다.
카스트렌에 1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1번(파4), 2번(파5), 4번 홀(파4) 버디로 4타차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5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었고 6번(파5), 8번 홀(파4) 버디를 잡아낸 카스트렌에 1타차로 다시 쫓겼다.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뽑았지만 11번 홀(파3) 보기로 추격권을 벗어나지 못한 고진영은 카스트렌과 매치 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우승 경쟁을 벌여야 했다.
14번 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에서 한참 벗어나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고도 파를 지켰던 고진영은 이어진 15번 홀(파4)에서 카스트렌의 3퍼트 보기로 2타차 여유를 얻었다.
카스트렌은 1m도 채 안 되는 짧은 파퍼트를 놓쳤다.
카스트렌이 17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1타차로 쫓긴 고진영은 18번 홀(파4)에서 카스트렌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는 걸 본 뒤 1.2m 파퍼트를 침착하게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달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핀란드 선수로는 처음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던 카스트렌은 시즌 첫 번째 톱10은 우승, 두 번째 톱10은 준우승으로 장식했다.
이 대회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어낸 선수는 카스트렌 뿐이다.
가비 로페스(멕시코)가 6언더파 65타를 몰아쳐 3위(14언더파 270타)를 차지했다.
1타를 줄인 이정은(25)은 7위(11언더파 273타)로 이번 시즌 두 번째 톱10에 올랐다.
이정은은 4월 휴젤-에어 프레미아 LA오픈 7위가 이번 시즌 유일한 톱10이었다.
17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낸 김효주(26)는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8위(10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조건부 출전권으로 이 대회에 나온 김민지(24)는 김효주와 함께 공동8위에 이름을 올려 다음 대회에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전인지(27)는 이븐파를 쳐 공동 14위(8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골프 사춘기' 겪었다는 고진영 "에비앙에서 올림픽 예습"
퍼트 라인을 살피는 고진영. [LO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을 씻어낸 고진영(26)은 "그동안 '골프 사춘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5일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버디만 하면 그다음에 공의 바운드가 좋지 않거나 무언가를 맞고 나가는 등의 불운이 있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었다. 스윙이나 공 맞는 것, 퍼팅은 잘 됐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 안되니까 마음이 힘들었다"고 고진영은 우승 없이 보낸 지난 10개 대회를 돌아봤다.
고진영은 "그때 그냥 '아,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사춘기 또한 나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향상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기였다"면서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 좋다"고 반등을 반겼다.
늘 애틋한 가족 사랑을 표현하는 고진영은 "1라운드를 치른 날이 마침 아버지 생신이었다. 좋은 생신 선물을 드렸다"고 기뻐했다.
특히 고진영은 넉 달 전에 타계한 할머니를 떠올리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18번 홀 그린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복받친 감정을 추슬렀던 고진영은 "할머니가 천국 가신 지가 4개월이 넘었다. 한국에 갈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관도 못 봤다.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지금은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걸 생각하니까 뭉클했고,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우승 없이 보낸 7개월 동안 마음고생도 챔피언 퍼트 직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면서 "지난 몇 개 대회에서 힘들면서,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을까 기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다음 목표가 도쿄 올림픽 금메달임을 내비쳤다.
도쿄 올림픽 이전에 4차례 LPGA투어 대회가 열리지만 22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만 뛰고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일정을 밝혔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앞서 열리는 2개 대회를 모두 건너뛰고 체력 보강과 스윙을 보완할 계획이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 감각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하겠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올림픽) 시험 무대라고 생각하겠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일본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회 3일째 경기에서 2라운드 잔여 경기를 포함해 32홀을 돌았던 고진영은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나이가 좀 들어서 회복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못 자고 몸이 지쳤다. 어찌 보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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