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개최되면 성과 있어야” 방일 일정 제동 기류

 일 언론 “위안부 등 구체 방안 없으면 회담 짧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및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일본 정부발 언론보도 내용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가 양국 간 협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데 대한 불쾌함을 표시한 것으로, 그간 긍정적으로 검토되던 문 대통령의 방일 일정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이) 올림픽 참석이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어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상회담을 할 용의는 있지만 회담이 개최되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일본 쪽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를 통해 “양국 외교 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하여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양국 간 현안 해결의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여 왔으며 특히 현안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 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는 일본 정부 태도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일이 불발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청와대와 외교부의 입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짧고 형식적인 회담’에 그칠 것이라는 일본 정부발 보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강경했던 입장에서 물러나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도를 넘어선 ‘국내 정치용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7월23일)에 맞춰 일본을 방문했을 때 회담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을 짧게 할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따 “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하는 각국 정상의 한 명으로 보고 조용하게 대응할 뿐”이라며 “역사 문제에서 양보하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통신은 문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주요 인사들이 스가 총리와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 회담할 수 있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의 발언도 전했다.

 

외교부 실무진에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과 관련해 “아직 결정을 아직 못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선의로 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일본이 일방적으로 두 정상의 약식 회담을 불발시킨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걷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는 일본 쪽 반응을 하루 이틀 지켜본 뒤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회담한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의 회담은 처음이 된다. 이완 김지은 김소연 기자

 

"올림픽 때 한일정상회담 조율 중…일본, 단시간 회담 태세"

"일본 '개회식 출석하면 정상회담' 한국 요구 수용방침 통보"

"징용· 위안부 해법 없으면 짧게"…"원칙적으로 1인당 15분"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교도통신]

 

한일 양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이번 달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하는 경우 정상 회담을 할 것을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수행할 전망이며 한일 양국 정부는 정 장관이 8월께 다시 일본을 방문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소송의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정상 회담을 짧게 하려는 태세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경우 소요 시간과 관련해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각국 중요 인물과 만나야 하므로 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의 발언을 소개했다.

 

한국은 1시간 정도의 회담을 원하고 있으나 일본은 이와 달리 단시간 회담으로 끝내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뭔가를 협의하거나 교섭하거나 하는 자리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는 의례적인 대화로 회담을 마치는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하는 각국 정상의 한 명으로 보고 조용하게 대응할 뿐이다. 역사 문제에서 양보하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