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경기 회복 기대감은 델타 변이 확산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빠르게 식어가는 중이다. 각국 정부가 이미 많은 경기 부양책 카드를 소진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9% 하락한 4258.4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6% 떨어진 1만4274.98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94%로 지난 주말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시장도 20일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5% 하락한 3,232.70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오른 달러당 11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8일(1153.3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불과 몇주 전만해도 경기 과열을 걱정하던 시장이 돌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세계 경제 재봉쇄에 대한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월 중순 이후 다시 3만명대를 넘어서면서 델타 변이 우려가 전국을 휩쓰는 중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 또한 6개 대륙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은 미국 경제가 곧 정점을 찍고 내려갈 지 모른다는 의심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세가 봄에 정점을 찍었다고 바라봤다. 또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이 6.9%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3.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수단이 거의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세계 경제가 예상과 다르게 갑자기 꺾여도 각국 정부가 지난해와 비슷한 과감한 통화, 재정 정책을 시행하긴 어렵다. 중앙은행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에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문제로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이미 한계를 느낀다. 시장은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획보다 빨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공포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혼란은 향후 불확실성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또한 미국 경기 정점론에도 여러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다.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지났으나 급격히 하락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보다 온건한 확장 단계로 접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