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두목이 '휴전' 의사 밝혔으나 지켜질지는 미지수

사망 2천207명으로..실종자도 344명 더 있어 늘어날 듯

 

20일 구호식량 배급받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 [AFP=연합뉴스]

 

아이티 강진 구호작업이 약탈과 납치 등 갱단들의 범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명높은 갱단 두목이 "구호를 돕겠다"며 일종의 '휴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실제로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3일(현지시간) AP·EFE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갱단 'G9'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영상을 통해 "G9 혁명군과 동맹 조직이 구호작업에 참여해 지진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조직원을 향해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느끼라고 말했다.

 

G9는 경찰 출신의 셰리지에가 지난해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의 범죄조직을 연합해 만든 조직으로, G9 결성 이후 아이티에선 몸값을 노린 납치가 급증하는 등 치안이 더욱 악화했다.

 

셰리지에가 힘 있는 갱단 보스이긴 하지만, G9 외에 다른 범죄조직이 많은 데다 이전의 휴전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이티 강진으로 망가진 도로[AP=연합뉴스]

 

지난 14일 규모 7.2의 지진이 아이티 남서부를 강타한 이후 아이티에선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와 지진 피해 지역을 잇는 도로를 막고 구호물자를 약탈하는 일이 잇따랐다.

 

지진과 산사태로 도로가 성치 않은 상황에서 범죄 위험까지 커지자 당국은 유엔과 미국이 지원한 헬리콥터로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지진 부상자들을 수술해야 할 정형외과 의사가 경찰에 납치되는 등 잇단 납치 범죄도 지진 극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레카이 등 지진 피해지역에서는 더딘 지원에 분노한 이재민들이 직접 구호물자 수송 차량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리 샹들레르 아이티 시민보호국장은 AFP통신에 "치안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노상강도 문제가 닥쳤다. 경찰이 남부에 인력을 보강하는 등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207명으로 늘어났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344명이 더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아이티 강진 피해 '눈덩이'…1천297명 사망 · 수천명 부상

인명 피해 계속 커질 듯 … 잔해 속 생존자 찾기 총력

비 예보에 추가 피해 우려…각국의 구호 인력·물자 지원 이어져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서 살림살이를 찾고 있는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카리브해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 강진의 사망자가 빠르게 불어나며 대형 참사로 확대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아이티 재난당국인 시민보호국은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29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5천700여 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많아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민보호국은 "많은 이들이 실종 상태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잔해 아래 깔려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에서는 전날 오전 8시 29분께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가 10㎞로 얕아 아이티 전역은 물론 이웃 나라에서도 강력한 진동이 감지됐다.

 

이튿날인 15일까지도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주민들도 여진의 공포 속에 집 밖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AFP통신은 사실상 아이티 전 국민이 바깥에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야외에서 밤을 보낸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피해지역 병원들은 몰려드는 부상자들로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 지진 피해는 아이티 남서부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 집중됐다.

 

당국은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주택 1만3천694채가 붕괴되고 1만3천785채가 파손됐으며, 병원, 학교, 교회 등에도 피해가 있다고 밝혔다.

 

구조당국은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을 수색해 구조하고 있으나 지진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막혀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열대성 저기압까지 아이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추가 붕괴와 구조 차질도 우려된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진 그레이스가 16일 오후부터 아이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NHC는 그레이스가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 강한 비를 몰고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포르토프랭스 부근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수십만 명이 다쳤고 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아이티 레카이의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 수색하는 구조대원들 [AP=연합뉴스]

 

11년 만에 또 다시 찾아온 이번 대지진은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로 아이티의 정치·사회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발생했다. 극도로 악화한 치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아이티의 참사에 주변국들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65명으로 이뤄진 수색·구조팀을 아이티에 파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지진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시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아이티와 히스파니올라섬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는 즉시 식량과 의료용품 등을 지원했고, 쿠바와 에콰도르 등은 구조팀과 의료팀 등을 파견했다.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비극의 여파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받는 아이티 지진 부상자 [AFP=연합뉴스]

 

아이티 7.2 강진으로 최소 304명 사망…"거리에 비명 가득“

1천800명 이상 부상… 한국 대사관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어"

한 달간 비상사태 선포…11년 만에 또 닥친 대지진에 망연자실

 

 

7.2 강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레카이의 건물 [EPA=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14일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많아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지하 10㎞에서 규모 7.2 강진…사상자 눈덩이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이번 강진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감지됐다.

 

규모 4∼5의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졌으며, 한때 쓰나미 경보도 발령됐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최소 30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진앙에서 수십㎞ 떨어진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서 건물과 도로 등이 붕괴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확인된 부상자도 1천800명을 넘겨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이티 강진 후 잔해에 깔린 이들을 구조하고 있다.[AP=연합뉴스]

 

당국은 피해 지역에 대응팀을 보내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끊겨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앙리 총리는 이번 지진이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USGS는 지진 직후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피해가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어…"거리에 비명 가득

 

아이티에는 한국 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선교사 등 한국인도 150명가량 거주 중인데 지금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진 발생 후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한인들 대부분은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진앙 인근 거주자는 없다.

 

 7.2 강진 이후 아이티 레카이 [EPA=연합뉴스]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진 당시 공포의 순간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레카이의 아비아드 로자마 부주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거리가 비명으로 가득 찼다"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거나 응급 치료, 식수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제레미에서는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2010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0 대지진의 악몽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포르토프랭스 등의 주민들도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강진에 크게 놀라 대피했다.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구호 활동가는 연합뉴스에 "지진 당시 밖에 있었는데 건물과 땅이 약 1∼2분간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밖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포르토프랭스의 경우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며 "(다른) 지방의 타격이 커서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이티 7.2 강진 부상자 [EPA=연합뉴스]

 

◇ 11년 만에 또 대지진…대통령 암살 혼란 속 엎친 데 덮쳐

 

이번 강진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의 피해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포르토프랭스 서쪽 25㎞ 지점 지하 13㎞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당시 지진으로 16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재앙 수준이던 당시 지진보다 이번 지진이 규모도 크고 진원 깊이도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은 인구 밀도가 높은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 지진의 진앙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

 

2010년 대지진 이후에도 아이티는 콜레라 유행과 허리케인 매슈 등으로 신음했고, 정치·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돼 극빈국 아이티의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날 강진 후 여진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서양에선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추가 붕괴나 구조 차질 등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16일 밤에서 17일 사이 아이티를 지날 예정이다.

혼돈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재앙에 주변 국가들도 잇따라 위로를 전하며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 상황을 보고받은 뒤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마를 새 없는 아이티의 눈물…대통령 암살 이어 또다시 대지진

한달 전 모이즈 대통령 총격 암살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비극

극빈국 아이티, 대지진· 콜레라· 허리케인 등 재앙 끊이지 않아

 

7.2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생존자 찾는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카리브해 아이티에 규모 7.2의 강진까지 덮쳤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대지진의 여파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아이티 국민의 고통이 더 깊어지게 됐다.

 

14일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 강진의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빈곤율이 60%에 달해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의 역사는 유난히 수난의 연속이었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전쟁을 거쳤고 현대사도 독재와 쿠데타, 폭동 등으로 얼룩졌다.

 

계속되는 혼란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 덮친 2010년 1월의 대지진은 대부분 건물에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아이티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재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의 얕은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6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수백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해 재소자들이 탈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대지진이 지나간 후 2010년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졌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콜레라 유행으로 아이티에서만 1만 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6년엔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동안에 정치·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정치권의 부패와 생활고, 늘어나는 범죄 등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시차를 두고 계속 반복됐다.

 

2015년 대선 무효 사태를 겪고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정국 혼란은 이어졌고, 예정된 선거는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납치 등 범죄가 급증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현장 인근에 총격 흔적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혼란이 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달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이었다.

 

지난달 7일 괴한들이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에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 함께 있던 영부인도 총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과 미국계 아이티인, 아이티 경찰 등 40여 명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사건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의 배후 세력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 담당자들이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수사 과정도 원활하지 않아 사건의 진실이 이대로 묻힐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공백과 더 악화한 치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강진으로 아이티 국민의 고통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