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20년만에 종지부…미, 철군 · 대피 완료 선언

● WORLD 2021. 8. 21. 23:12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제국의 무덤인가 희생양인가… 43년 전쟁에 상처만 남은 아프간

 

아프간 전쟁 마침표

소련이 문 연 강대국 패권 다툼 9·11 테러로 이어진 미국의 개입

미·소가 내세웠던 서방식 개혁에 부족적 질서 기득권·시민 등 봉기

아프간 지원금 4조달러 육박해도 빈곤·기아 여전…난민은 1천여만명

 

미군을 태운 마지막 비행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떠난 다음날인 31일(현지시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공항 활주로에 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며 탈레반의 승리는 “다른 침략자에게도 교훈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 그리고 세계와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s카불/AFP 연합뉴스

 

‘영원한 전쟁’, ‘가장 긴 전쟁’, ‘유령의 전쟁’이 종료됐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회주의 정권 성립 이후 43년간이나 계속되던 전쟁이 30일 11시59분(현지시각) 미군 철군 완료로 종료가 선언됐다. 고립되고 빈한한 아프간에는 소련을 시작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및 동맹국 등이 군홧발을 디뎠고, 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국가들이 개입했다. 이슬람 세계의 무슬림들이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려고 찾아왔다. 한국도 군을 파견했고, 그 여파로 2007년에 한국의 기독교 선교단이 40여일이나 납치돼 2명이 사망했다.

 

아프간 전쟁 43년은 미·소 제국들의 지정학적 욕망과 오판, 이를 합리화하려는 서방식 가치의 ‘레짐 체인지’(체제 전환) 강요, 이에 저항하는 아프간 주민과 무슬림들의 투쟁, 주변 국가들의 정략적 개입이 뒤섞여, 지독한 모순과 반전으로 점철됐다.

 

첫째, 강대국들의 제국적 욕망과 오판이다.

 

‘제국의 무덤’이라는 아프간의 별칭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겨룬 ‘그레이트 게임’에서 연유했다. 영국은 당시 유라시아 대륙에서 급속히 팽창하던 러시아제국이 인도양으로 남하해, 인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러시아 공포증’에 시달렸다. 영국은 길목인 아프간을 1839년 선제적으로 침공해 점령했으나, 3년 뒤 현지 부족 세력들의 봉기에 1만7천여명의 군인과 민간인 중 1명만이 생환하는 대재앙을 겪었다. 영국은 두차례나 더 아프간을 침공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인도를 위협할 의지와 역량이 없었는데도, 영국은 제국적 욕망에 따른 오판으로 아프간을 침공했고, 이에 러시아 역시 주변 지역을 위협하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결국 러시아제국이 붕괴한 뒤인 1919년이 되어서야 영국은 아프간을 중립국으로 하는 독립을 허용했다.

 

아프간은 러시아를 계승한 소련의 제국적 욕망과 오판으로 다시 전쟁의 늪에 빠져들었다. 소련은 자신들의 지원으로 성립한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되면, 자국령 중앙아시아로까지 영향이 파급될 것을 우려해 군사적 개입을 단행했다.

 

다음 차례는 미국이었다. 서방 해양 세력들은 아프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크지 않았음에도 단지 러시아를 막기 위해 영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처럼 미국도 소련을 괴롭혀 늪에 빠뜨리려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파키스탄과 손잡고 아프간 주민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무슬림들을 동원해, ‘지하드’를 수행하는 무자헤딘 운동을 기획했다. 이는 소련의 철군을 이끌기는 했으나, 미국을 겨누는 이슬람주의 운동을 본격적으로 배태시켰다.

 

알카에다 결성 및 9·11 테러로 이어졌고,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미국은 이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등 중동 질서의 재편까지 도모하는 무리수를 뒀다.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자마자 이라크 전쟁으로 자원을 돌려서 아프간의 재건을 내팽개치고 탈레반의 부활을 불렀다.

 

둘째, 서방식 가치에 입각한 ‘레짐 체인지’의 실패다.

 

아프간 전쟁은 사실 사회주의 정권의 급진적 개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됐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문제 되는 여성인권 문제도 사회주의 정권이 현지의 부족적 질서의 타파를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사회주의 정권은 여성 문맹을 타파하려고 여성의 의무교육, 신부지참금 폐지, 혼인의 자유를 선포했고, 토지개혁까지 단행했다. 이는 아프간의 부족적 질서의 기득권자뿐만 아니라 비도시 지역의 일반 주민들까지 봉기하게 만들었다.

 

아프간은 지금도 인구의 70%가 비도시 지역의 부족사회적 질서에서 사는 사회다. 소련과 미국의 점령을 거치면서 이들이 내세웠던 현대적 개혁은 도시와 비도시 사이의 분리와 격차를 더욱 키웠다. 강대국들이 개혁의 지원을 도시에 집중했고, 저항이 심한 비도시 지역에는 공습과 드론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가중됐다. 이는 탈레반이 귀환해 재집권하는 배경이 됐다. 또 그동안 현대화의 혜택을 향유했던 도시 지역 중산층,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탈레반의 귀환에 공포를 느끼고 국외로 탈출하는 분열과 비극을 낳은 배경이었다.

 

셋째, 국제질서의 변화다. 전쟁의 문을 연 소련은 그 과정에서 붕괴돼 냉전이 종식됐다. 미국의 일극적 질서가 한때 성립되는 듯했으나,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서 지원했던 이슬람주의 세력의 성장으로 중동전쟁의 수렁에 아직 빠져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불렀고, 격렬한 미-중 대결로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간에서 2조3100억달러(약 2679조원)를 썼고, 참전한 나토 회원국들의 비용, 소련의 비용까지 합치면, 현 물가로 환산한 미국의 2차대전 비용인 4조1천억달러에 육박한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으나,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에 그 전비의 0.5%에 불과한 200억달러, 1인당 소득은 500달러 남짓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린다. 미국의 20년 아프간 전쟁 기간에만 미군과 아프간 민간인 등 17만여명이 숨지고 난민 260여만명이 발생했다. 소련 점령 때부터 모두 200만여명이 숨지고 1천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결국 결과는 탈레반의 재집권이었다.

 

미국 합참의장의 전략담당 특별보좌관이었던 카터 맬케이지언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전쟁>에서 이렇게 묻는다. “탈레반은 결코 좋지 않다. 여성을 억압했고, 교육을 황폐화했고,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켰다. 우리의 개입은 이런 측면에서 숭고한 일을 했다. 그러나 그런 선행이 폭력, 죽음 등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개입이 없었다면, 아프간 주민들은 못살고 억압받았을 것이나,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간 주민들을 해방시켰나, 아니면 억압했는가?”

 

그래서 우리도 물어야 한다.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인가, ‘제국의 질주에 치여나간 희생물’인가를.

정의길 기자

 

아프간전 마지막 미군은 중무장한 투스타 백전노장

카불공항 철군 때 가장 나중에 수송기 탑승 군인

군 30년차…이라크·아프간·시리아 등 17차례 작전 경력

 

아프간을 떠난 마지막 군인 크리스토퍼 노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 [EPA=연합뉴스]

 

무려 20년에 이른 전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미군은 군생활 30년차 장성이었다.

 

미 국방부는 30일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단행된 완전 철군 때 가장 나중에 수송기에 몸을 실은 미군이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이라고 밝혔다.

 

그가 개인화기를 지니고 굳은 표정으로 C-17 수송기에 오르는 야간 투시경 사진은 아프간 전쟁사의 마지막 장면으로 공식 기록됐다.

 

도나휴 소장은 199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30년째 야전을 누비고 있는 백전노장이다.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소장[미국 육군 제공] 

 

미국 USA투데이는 도나휴 소장이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북아프리카, 동유럽에서 17차례에 걸쳐 작전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도나휴 소장은 미국 합참의장 특별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글로벌 대테러 작전의 일부로 아프간에서 진행된 '자유 센티넬 작전'(OFS)을 지원하는 특수작전합동 태스크포스의 지휘관도 역임했다.

 

미 육군 82공수사단은 트위터를 통해 "여러 어려움이 가득해 믿지 못할 정도로 거칠고 압박이 심한 임무였다"며 도너휴 소장의 철수 사진을 게재했다.

 

미군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때문에 자체 설정한 시한 8월 31일이 되기도 전에 심야에 황급하게 아프간을 탈출했다.

  

탈레반, 블랙호크 헬기 띄워 사람 매단 채 순찰

탈레반 선전매체, 다량의 미군 장비 노획 선전

 

     [탈리반 타임스 트위터 캡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블랙호크 헬기 등 군장비를 탈레반이 실제로 운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탈레반은 블랙호크 뿐만 아니라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철군하거나 달아나면서 남긴 장갑차, 수송기, 헬리콥터 등을 아프간 각지에서 다량 노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위터의 '탈리브 타임스'라는 계정은 지난 30일(현지시간) UH-60 블랙호크 기종으로 추정되는 헬기가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이 헬기는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로프에 매단 채 도시 상공을 순찰하고 있다.

 

탈리브 타임스는 이 영상에 대해 "우리의 공군! 현재 이슬람 토후국의 공군 헬기들이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며 도시를 순찰하고 있다"고 적었다.

 

탈리브 타임스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국가를 새로 세우겠다고 선언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의 공식 영어 뉴스를 표방하고 있다.

 

탈리브 타임스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블랙호크 기종으로 보이는 헬기가 비행하는 영상을 담고 "우리의 첫 블랙호크 비행"이라고 적었다.

 

외에도 미군이 철군 과정에서 버리고 갔거나 아프간 정부군에 원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수송기, 장갑차, 전투기 등 다수 노획물의 사진이 탈리브 타임스의 여러 게시물에 올라 있다.

 

         [탈리반 타임스 트위터 캡처]

 

미군은 철군 과정에서 막판까지 사용하던 무기를 폐기하고 떠났다고 발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카불 공항에 설치돼 운영되던 자동 방공요격체계(C-RAM) 등 다수 무기를 폐기하고 철수했다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런 장비들을 군사 용도로 절대 다시 쓰지 못하도록 불능화했다. 비행기들은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며 그 누구도 다시 작동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미군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저항군 최후 거점 공격

30일 여러 방면서 판지시르 공격…"저항군이 물리쳐"

 

    아프간 판지시르에서 훈련 중인 반탈레반 저항군.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톨로뉴스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오늘 저녁 판지시르의 전초기지를 공격했지만, 저항군이 물리쳤다"고 밝혔다.

 

톨로뉴스는 저항군 사령관인 아흐마드 마수드의 측근을 인용해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하아마 통신도 이날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이 합의를 깨고 여러 방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밤 미군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철군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은 미군 철수 종료에 맞춰 저항군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판지시르 계곡을 포위한 탈레반은 현지 통신망과 물자 보급망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지시르는 과거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아프간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현재 이 계곡에서 반탈레반 항전 세력을 이끌고 있다.

 

마수드는 전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모든 이와 권력을 나누고 정의 실현과 함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다면 투쟁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보도했다.

 

마수드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끄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외국으로부터 아무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AFP 등 외신들은 판지시르에 수천 명의 저항군 세력이 운집했으며, 마수드 휘하에만 9천 명이 집결한 상태라고 전했다.

 

철수시한 앞당겨 마지막 미 수송기 이륙…탈레반 "아프간 완전 독립" 주장

2001년 9·11로 촉발된 미 최장기 해외전쟁…탈레반 20년만에 정권 재장악

 

미, 아프간 철군 완료 확인

 

2001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30일(현지시간) 2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1년 뉴욕 무역센터 등에 대한 무장조직 알카에다의 9·11 테러에서 촉발된 아프간전은 이날 미국이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완료를 선언함에 따라 공식 종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동과 중앙아시아 군사작전을 책임진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국무부 브리핑에서 미군의 C-17 수송기가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륙 시간 기준으로는 미국이 그간 대피 시한으로 정한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수를 완료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아프간 철수의 완료와 미국 시민, 제3국인, 아프간 현지인의 대피 임무 종료를 선언하기 위해 섰다"고 말했다. 대피작전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12만3천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지금까지 6천 명의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났다고 밝힌 가운데 매켄지 사령관은 100명에 못 미치는 미국인이 탈출을 희망했지만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P통신도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탈레반 경비대원의 발언을 전하면서 카불에 폭죽이 울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완전 독립을 주장하면서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속속 이륙하는 미군기=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는 미국 공군 항공기.

 

아프간전은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쥔 탈레반에 거부하자 동맹국들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은 탈레반을 축출한 뒤 친미 정권을 세우고 2011년 5월 빈라덴까지 사살했지만 내내 전쟁의 수렁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는 합의를 탈레반과 작년 2월 맺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프간전 종식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소 연말까지는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군이 버틸 것이라고 오판하는 바람에 탈레반이 지난 15일 정권을 장악한 뒤 철군 일정은 물론 민간인 대피에도 큰 혼선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아프간전은 미국과 아프간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 4월 기준 아프간전으로 희생된 이는 약 17만 명으로, 아프간 정부군(6만6천 명), 탈레반 반군(5만1천 명), 아프간 민간인(4만7천 명) 등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미군 2천448명이 숨지고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천846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군 1천144명 등 미국 역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 달러(1천165조 원)에 달한다.

 

미, 항공기 73대 현장폐기 후 야간탈출…군수뇌부 실시간 주시

 

방공체계 · 작전차량 97대 · 항공기 73대 버리고 철수

마지막 수송기 뜨자 펜타곤 지하벙커엔 '안도의 한숨'

 

C-17 수송기 오르는 마지막 철수 아프간 미군=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82공수 사단장이 아프간에서 마지막 철수하는 미군으로 C-17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그를 끝으로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가 완료됨에 따라 20년간 이어진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전은 종식됐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미군이 테러 위협 속에 일부 첨단무기들을 현장에서 폐기하고 떠날 정도로 급박하게 철군을 마무리했다.

 

군수뇌부는 철수를 지하벙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다가 마지막 비행기가 떴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막판까지 쓰던 일부 무기를 폐기하고 떠났다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 사례로 카불 공항에 설치돼 운영되던 자동 방공요격체계(C-RAM)를 들었다.

 

C-RAM은 날아오는 로켓포나 박격포탄을 자동으로 탐지해 기관총으로 요격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철군 하루 전에 활성화돼 실제로 전날 무장세력의 로켓포를 막아냈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런 장비들을 해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절차라서 군사 용도로 절대 다시 쓰지 못하도록 불능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병사들을 보호하는 게 그런 장비를 회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완전철군을 앞두고 C-17 수송기에 치누크 헬기를 싣고 있는 미군[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은 C-RAM뿐만 아니라 지뢰방호장갑차(MRAPS) 70대, 전술차량 험비 27대, 항공기 73대도 카불 공항에 남겨두고 떠났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 항공기들은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다시 작동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불공항에서 자국민과 현지 협력자들을 대피하는 작전을 주도하던 미군의 마지막 철군은 심각한 테러 위협 속에 이뤄졌다.

 

AP통신은 첨단무기들을 현장에서 폐기한 사례를 보면 안전 위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수뇌부는 철수작전을 초조한 분위기로 주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국방부 지하 작전본부에서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과정을 90분 동안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들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병사들이 활주로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방어체계를 불능화한 뒤 C-17 수송기에 오르는 모습을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침묵이 너무 무거워서 바닥에 핀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으며 수뇌부는 마지막 수송기가 이륙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UPI=연합뉴스]

  

탈레반 승리 축포…출구없는 공포통치 2.0 신호탄

 

인권유린 시대 돌아오나…국민 공포·불신 가득

IS 등 무장세력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우려

국제테러조직 온상돼 해외에 위험 전이될 수도

 

아프간 정부 구성을 앞두고 있는 탈레반. 사진은 최근 카불 장악 때 대통령궁을 점거한 탈레반 조직원들의 모습.[AP=연합뉴스]

 

미군이 31일(현지시간) 0시에 맞춰 아프간에서 모두 떠나자 전국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정권을 잡은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조직원들이 20년 아프간전의 승리를 선언하며 허공에 쏘아댄 축포였다.

 

탈레반의 수석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다.

 

미군을 떠나보낸 카불공항에 있던 탈레반 전투원 헤마드 셰르자드는 AP통신 인터뷰에서 "20년 희생의 결실"이라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탈레반의 축포는 아프간인들에게 일상을 완전히 뒤엎을 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야반도주에 가까운 미군의 철수로 미국 주도로 유지되던 사회질서가 무너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함께 20년 동안 아프간 재건에 나선 서방국가들도 이미 두 손을 들어버렸다.

 

독일의 16년 집권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민주국가 건설에 실패했다"며 "민주주의, 자유를 믿은 이들에게 쓰라린 사건"이라고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외신들은 아프간에 닥칠 변화로 공포통치 부활, 지독한 치안불안, 테러조직 세력확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아프간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탈레반 조직원들[AP=연합뉴스]

 

◇ 공포통치 2.0 돌입…인권유린의 시대 접어드나

 

탈레반은 저항군이 버티는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를 제외하고는 전국을 장악했다.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곧 정부를 구성해 통치에 들어가면 체제 차원의 인권유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우려한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파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국제사회에 악명이 높은 근본주의 집단이다.

 

소련이 1989년 철수한 뒤 내전 과정에서 나타난 탈레반은 1998년 집권해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당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자의적, 극단적으로 해석해 국민들의 일상에 폭압적으로 적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남자들을 턱수염을 길렀고 여자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었으며 텔레비전, 음악, 영화도 금지됐다.

 

특히 여성들이 학교나 직장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한 이들을 공공장소에서 돌로 쳤다.

 

현재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를 건설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정상적 국가가 될 것을 고대하는 탈레반은 인권을 존중한다고 항변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탈레반의 정권 탈환 뒤 카불공항에 몰린 대피행렬과 대혼란상에서 불신의 수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AP통신은 "수만명이 탈레반 통치가 두려워 최근 2주 동안 아프간에서 도주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카불공항 활주로 점거한 이들, 공항에서 인파에 짓밟혀 압사한 이들, 이륙하는 항공기에 매달렸다가 추락사한 이들을 국민의 불신과 공포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주목했다.

 

올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의 현장.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위해 여학교 등을 겨냥해 수시로 테러를 자행해왔다.[EPA=연합뉴스]

 

◇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IS 조직원들까지 풀어줬다는데

 

탈레반의 공포통치뿐만 아니라 치안 불안도 아프간이 직면한 비극의 불씨다.

 

아프간 내부에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이 존재한다.

 

특히 탈레반과 갈등을 빚어온 IS는 최근 미군과 피란민을 겨냥한 카불공항 테러에서 보듯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탈레반은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되도록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목표가 이뤄질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IS의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은 전날에도 카불공항을 겨냥해 로켓포를 쏘아댔다.

 

미국 당국은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뒤 테러범 수감시설에서 IS 조직원들을 대거 석방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며 IS 조직원들이 2천명까지 늘었다고 추산했다.

 

한편에서는 아프간에 닥친 비극이 공포정치, 치안불안을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탈레반 정권의 속성, 사회 혼란상을 고려할 때 아프간이 국제 테러조직들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프간을 탈출하려고 카불공항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지난 27일 폭탄테러에 희생된 피란민들의 유품[AFP=연합뉴스]

 

◇ '국제테러단체 인큐베이터 될라' 우려의 시선 집중

 

탈레반은 이슬람 정권이 다른 나라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이 또한 불신의 대상이다.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탈레반과 9·11테러를 저지른 집단 알카에다가 불가분 관계라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알카에다가 여전히 아프간에서 암약하고 있으며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수십년 유착관계가 최근 더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BBC방송은 "탈레반이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다"며 "일부 지도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강경파들은 알카에다와 관계를 청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카에다가 얼마나 강력한지, 글로벌네트워크를 재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이들도 목격된다.

 

라이언 크로커 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온갖 종류의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에 안착할 것이라며 "9.11테러도 그렇게 불거졌는데 우리가 지금 그와 똑같은 국면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 덴마크 · 벨기에 · 폴란드 · 네덜란드 · 프랑스 대피 중단

영, 미 함께 철군 시한까지 구출 계속하기로

미 중부사령관  “철수작전 때부터 테러 예상”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캐나다군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최악의 폭탄 테러가 일어난 가운데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부 국가들은 추가 테러를 우려해 대피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 사령관은 26일 미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계속 공격하려 들 것이고, 이런 공격은 계속될 수 있다. 우리는 공격에 대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국방전문 매체 <스타스앤스트립스>가 전했다.

 

아직 미국의 철수 작전이 완료되지 않았고, 이슬람국가가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이상 같은 공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의 주체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미국 등 서방을 주적으로 하고, 미국과 평화협상을 한 탈레반마저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어, 추가 테러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매켄지 사령관은 지난 14일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이 시작된 뒤 어느 시점에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말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런 비전투적인 대피 계획을 세울 경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곧, 혹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규모 전투 병력이 대부분 철수했고, 5천여명이 남아 자국민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을 펴고 있다. 실제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과 영국 정부 등은 25일 카불에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아프간에 파병했던 주요 동맹들도 긴박한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테러 직후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 마지막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번 공격은 앞으로 남은 시간에 작업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아프간 파병국들은 테러 첩보 때문에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종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프랑스도 27일 대피 작전을 중단한다. 최현준 기자

  

“카불 공항 하수구에 주검 떠다녀…아기도 사망” 생존자 증언

“고막 찢는 듯 폭발음 두 차례

 폭풍에 비닐봉지 휩쓸리듯

 주검과 신체 조각들 날아다녀”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다친 피해자를 시민들이 돌보고 있다. 카불/UPI 연합뉴스

 

두차례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 등 90여명이 숨지고, 최소 140여명이 다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온종일 아비규환 상태가 지속됐다.

 

26일(현지시각)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당시 급박한 상황을 ‘최후의 날’, ‘완전한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와 이곳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두차례 폭탄이 터졌다.

 

공항 하수구에는 수십구의 주검이 떠 있었고, 외국행 꿈이 담긴 옷가지와 여행 가방 등이 공항 부근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상자와 생존자가 뒤엉켜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카불 시내의 병원들은 테러 현장에서 실려온 부상자들로 가득 찼다.

 

테러 현장에 있었던 밀라드는 <AFP> 통신에 “주검과 절단된 신체, 그리고 사람들이 열려 있는 하수구로 쏟아져 들어갔다”며 “완전한 혼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간 남성은 <가디언>에 “최후의 날 같았다. 사방에 부상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로이터> 통신에 “폭발이 일어난 순간 내 고막이 터지는 것 같고 청력을 잃은 줄 알았다”며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듯 주검과 신체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가진 그는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애비 게이트 앞에서 10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폭탄 테러 과정에서 미군과 탈레반의 대응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파힘은 폭발 직후 탈레반과 미군이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하늘로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폭발이 발생한 곳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뉴욕 타임스>에 “(폭발이 발생해) 우리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외국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밀집해 있어 서로 밀치는 상황이었고, 나는 사람들 가운데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군중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확성기 방송도 계속됐다.

아기의 죽음 등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한 아프간 통역사는 미 <CBS>에 “(쓰러져 있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지만 아이는 내 손에서 숨졌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 나라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와 부인, 세 명의 아이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서류를 잃어버렸다. 이 남성은 “나는 다시는 (공항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탈출, 비자가 모두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불 공항의 수송작전을 총지휘하는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 차량 폭탄 공격 등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박병수 기자

 

IS-K에 미군이 당했다…바이든 “끝까지 응징”

[이슬람국가 호라산 카불 테러]

공항과 호텔 2곳 자살폭탄 공격 미군 13명, 아프간인 73명 사망

미국 내선 `바이든 책임론' 나와... 추가 테러 우려에 불안감 고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파묻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서방의 철군·대피가 이뤄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주변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이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응징을 예고했다. 미국이 20년 지속된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오는 31일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철군 및 민간인 대피 작업이 혼돈에 빠져들면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이 알려진 뒤 7시간여 만인 26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지부 호라산을 향해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호라산 지도부와 자산,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무력과 정밀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와 여기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호텔에서 두 차례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지역 당국자의 말을 따, 아프간 민간인 7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호라산은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밝혔다. 호라산은 미국 등 서방을 주적으로 하고, 미국과 평화협상을 한 탈레반마저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어, 추가 테러 공격 우려가 크다.

 

미국은 자국인과 아프간인 대피 작업을 계속 진행해 31일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바이든은 “우리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저지당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 임무를 관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병력 추가 투입을 승인하겠다고 덧붙였다.

호라산의 테러 공격으로, 바이든은 추가 인명 피해를 막으면서 임박한 시한 안에 대피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아울러 이날 약속한 대로 호라산 지도부와 그 시설을 신속하게 찾아내 정밀타격하는 과제도 안았다. 미국을 또 다른 ‘중동 수렁’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테러에 명료하게 보복하는 일이다.

 

바이든은 이번에 숨진 미군들을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위험하고 이타적인 임무에 복무한 영웅들”이라고 일컬으며 애도를 표하고 묵념을 제안했다. “힘든 하루”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바이든은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다가 모은 두 손 위에 고개를 파묻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여, 침통하고 단호한 분위기를 더했다. 바이든은 “20년 전쟁을 끝낼 때였다”며 거듭 철군 결정을 옹호했으나, 이날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테러로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한다’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정치 얘기 할 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아프간에 파병했던 주요 동맹들도 긴박한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 마지막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와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아프간 파병국들은 테러 첩보 때문에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종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프랑스도 27일 대피 작전을 중단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최현준 기자

  

탈레반 “우리 대원 28명 사망…공항은 미국 관할” 책임 떠넘겨

 

    의료진이 25일 카불 공항 폭탄테러로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자살 폭탄 테러로, 탈레반도 소속 대원 최소 2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관계자는 사건 하루 뒤인 27일 오전(현지시각) “우리는 미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졌다”며 탈레반 대원 28명이 숨졌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또 “미군 등 외국군이 이 나라를 떠나는 시한을 31일 이후로 늦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 73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이 중에 숨진 탈레반 28명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미군 1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자신들의 통제권 밖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과 관련한 보안 책임을 미군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인터뷰에서 공항 보안을 위해 탈레반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공항 인접 지역의 치안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공항 주변을 비롯해 우리 병력이 있는 곳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에 “탈레반이 공항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안보는 그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카불 공항의 관문 경비를 강화하고, 공항 게이트에 몰린 군중을 관리하기 위한 병력을 증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민간인의 경우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을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31일 이후 민간인 출국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정이 허락하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철군에 대해선 예정대로 31일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수 기자

 

‘이슬람 내부의 적’ IS-K 테러…탈레반 통치 첫 시험대 오르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 카불 테러... 분석- 전망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2015년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로 결성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의 통치에 대한 첫 도전은 서방 등 외부가 아닌, 그들이 성장했던 이슬람주의 세력 내부에서 나왔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은 26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혼란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두차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탈레반에 일격을 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다짐해, 미국 등 서방과 탈레반 및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 사이에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과 역관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이탈 과격대원이 주축

 

호라산은 이슬람주의 세력 내에서 탈레반의 최대 경쟁 세력이자 적대 세력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칼리프 국가를 참칭했던 최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었던 ‘이슬람국가’(IS)가 극성이던 2015년, 아프간의 지부로 결성됐다. 호라산은 주로 탈레반에서 이탈한 과격 대원으로 충원돼, 아프간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테러 무장단체로 언급된다. 서방 당국에서는 이슬람국가를 이전 명칭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부르고 있어, 서방에선 이슬람국가 호라산도 ‘ISIS-K’로 약칭한다.

 

시작부터 아프간 내 탈레반 경쟁 세력으로 출범한 호라산은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하자 거세게 비난했다. 탈레반이 “화려한 호텔”에서 적들과 내통하면서 지하드(성전)를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여자학교와 병원을 공격했고, 심지어 산부인과 병동까지 공격해 임산부와 간호사를 죽였다. 2019년 8월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지난해 11월 카불대학에서도 총격 테러를 가해 20여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과 협상한 탈레반도 적대시

 

호라산의 근거지는 아프간 동부의 파키스탄 접경주인 낭가르하르이고, 이 지역 마약 밀매와 연관되어 있다. 전성기였던 2016년에는 무장대원이 3천여명까지 달했으나,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의 소탕 작전이 시작되고, 탈레반과 충돌하면서 그 수가 급감해 현재 5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호라산은 기존의 탈레반 대원 중 경험이 많은 무장대원으로 구성된데다, 비타협적인 지하드를 추구하는 이들이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2020년 6월 새로운 지도자로 샤하브 무하지르가 등극해,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한 탈레반의 온건 노선 선회에 불만을 품은 대원들을 빼오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탈레반과 호라산은 아프간 동부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했지만, 두 세력 사이의 연계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탈레반 내의 한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가 그 고리로 알려져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내에서도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크가 강한 세력이고, 일찌감치 알카에다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과 호라산 사이의 회색지대로도 분석된다.

 

아시아태평양재단의 테러 분석가 사잔 고헬 박사는 <BBC>에 “2019년과 2021년 사이에 벌어진 테러 공격 중 일부는 이슬람국가 호라산, 탈레반의 하카니 네트워크 및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다른 테러 단체들 사이 협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불의 치안은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할릴 하카니가 맡고 있다. 미국은 현상금 500만달러를 걸고 할릴 하카니를 국제테러분자로 수배 중이다. 탈레반이 카불로 진공하는 과정에서 풀에차르히 교도소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석방됐는데, 그중에는 호라산과 알카에다 대원들도 있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탈레반, IS-K 소탕 땐 안팎 갈등

 

미국은 이미 며칠 전부터 호라산의 테러 공격을 경고해왔다. 외국인 및 아프간 협력자들의 소개를 놓고 탈레반과 미국 등 서방이 갈등하는 상황인데다, 카불 공항 주변의 아비규환 상황 자체가 테러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 공격 이후 탈레반에는 당장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탈레반은 미국과의 도하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을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단체의 테러 발진기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군 철수를 이끌어낸 핵심인 이 사안은 탈레반이 정상국가의 정권으로 인정받고, 전후 재건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관건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호라산 소탕 작전을 강화하면, 내부의 하카니 네트워크나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탈레반 안팎에서 큰 반발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복 다짐’ 미국과 협력 고리될 수도

 

성급한 철군 결정으로 탈레반의 카불 조기 입성을 초래했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에서 모든 미국인의 철수 때까지 철군을 연장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군이 카불 공항 주변 밖으로 통제권을 확대하거나 바그람기지를 재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31일인 철군 시한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철군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카불의 혼란을 지속하고, 테러의 조건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미국이나 탈레반이나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때까지 소개 작전을 무사히 완료하는 한편 이번 테러에 대한 응징도 보여줘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짐한 보복은 탈레반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고, 탈레반도 차제에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탈레반 지도부의 온건화를 더욱 촉진하고, 서방과의 협력 고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다분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정의길 기자

 

카불테러 230여명 사상... 고개 파묻은 바이든 “IS 응징할 것”

“끝까지 찾아내 대가 치르도록 할 것”

 군에 이슬람국가 공격 계획 마련 지시

 미군 13명 사망 등 최소 230여명 사상

 미국인 · 아프간인 대피 작업은 계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파묻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의 주체라고 자인한 이슬람국가(IS)를 향해,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이 공격을 저지른 이들 그리고 미국이 피해를 입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며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끝까지 찾아내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명령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이익과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지도부와 자산,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무력과 정밀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테러와 관련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 호라산이 공모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진행중인 미국인 및 아프간인 대피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테러리스트들로 인해 방해받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임무를 관두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대피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및 민간인 대피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병력 추가 투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면 아프간에 추가 병력 투입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해 기한 연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정해진 시간표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테러로 숨진 미군들을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위험하고 이타적인 임무에 복무한 영웅들”이라고 부르며 애도를 표하고 잠시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을 “힘든 날”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다가 모은 두 손 위에 고개를 파묻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여, 침통한 분위기를 더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미국 등 각국의 철수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카불공항 주변에서 두 차례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아프간인도 최소 60명이 숨지고 14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인정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탈레반과도 척졌다…카불테러 IS ‘호라산’ 정체는?

아프간서 가장 잔인한 테러단체 악명

2015년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로 시작

미국과 협상 나섰던 탈레반과 적대 관계

 

 2014년 1월14일 이슬람국가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으로,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본거지인 시리아 락까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인과 미군 등 9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26일(현지시각) 카불공항 연쇄 폭탄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를 자처하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소행이다.

 

이슬람국가는 2010년대 이후 크게 세력을 키워 중동 등 여러 국가로 진출했는데, 2015년 1월 아프간에 진출해 이슬람국가 호라산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끊임없이 테러를 저질러 왔다. 파키스탄 동부 나가하르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 호라산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테러 단체 중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단체로 악명이 높다. 2019년 8월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지난해 11월 카불대학교에서도 총격 테러를 가해 20여명을 사망케 했다. 여학생과 임신부 등을 타깃으로 한 테러도 저질렀다.

 

이들은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상에 나섰다는 이유로 ‘배교자’로 칭하고, 서로 적대 관계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을 때도 다른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미국과 거래로 지하드 무장세력을 배신했다”며 탈레반을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현재 미국과 탈레반 모두에게 가장 큰 즉각적 위협은 이슬람국가 호라산”이라며 “이슬람국가 호라산의 존재는 탈레반의 요구와 맞물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의 조직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의 규모를 ‘500명에서 수천명 사이’로 추정했고, 주 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최근 “현재 아프간에서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 4천여명이 탈레반의 눈을 피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발생한 테러로 다친 아프간 인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국가 호라산의 본부 격인 이슬람국가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로 이슬람 국가의 창설을 목표로 한다. 미군 등 국제사회의 대응으로 현재는 세력이 상당히 약화됐지만 2014~2015년 시리아와 이라크의 절반이 넘는 영토를 점령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등 악명을 떨쳤다.

 

이슬람국가는 요르단 폭력배 출신의 이슬람주의자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가 1999년 결성한 이슬람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이 뿌리다. 이 단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알카에다의 이라크 조직인 ‘이라크알카에다’(AQI·2004년)가 됐고, 이후 크고 작은 수니파 무장세력을 흡수하며 몇 차례 이름을 바꾼 끝에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탈바꿈한다.

 

이들이 급속히 세력을 키운 건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2011년 말 이후이다. 2012년 이라크 정부와 미군을 상대로 새로운 공격을 선포한 이래 이라크 전역에서 각종 테러를 주도했다. 특히,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이들이 세력을 키우는 발판이 됐다. 이후 시리아·레바논·요르단·팔레스타인 등지를 아우른 이슬람 국가 창설을 목표로 내걸고, 이들 지역을 뜻하는 명칭인 ‘레반트’를 추가해 2013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름을 바꿨고, 2014년 6월29일 이슬람국가 선포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 등이 세력을 되찾으면서 서서히 세력이 줄었다. 2017년 이슬람국가 격퇴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최현준 기자

 

아프간 카불공항 밖 대형폭발로 사상자 발생…"자살폭탄 추정“

공항 외곽서 2건 발생…"13명 사망" 보도도

 

     아프간 카불 공항 경비하는 미군 병사들[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서방 국가의 대피 작전이 긴박하게 이뤄지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공항 바깥에서 26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카불 공항 밖에서 폭발이 있었다며 "사상자는 현재 불분명하다. 추가 세부사항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터키 국방부는 카불 공항 외곽에서 2건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두 번째 폭발은 미국인들이 대피를 위해 집결하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초기 보고는 자살 폭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번 폭발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해 어린이를 포함해 13명이 사망하고, 공항 밖에 있던 탈레반의 경계요원 다수가 부상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사망자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다.

 

미 당국자는 부상자 중에 3명의 미군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이 발생한 후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과 소규모 총격이 벌어졌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폭발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장관은 카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대피 작전에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해외로 대피하려는 수천 명의 아프간 현지인이 모여들어 혼란을 빚고 있는 상태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오는 31일 대피 작전과 철군 완료로 목표로 하는 가운데 그간 공항 주변의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 등 경고가 이어져 왔다.

 

지난 24일 주요 7개국(G7)의 화상 정상회의 때 영국과 프랑스 등은 오는 31일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것을 주문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우려 등을 들어 예정대로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 아프간 카불공항 인근 대규모 폭발

  

아프간 대피자 하루새 1만3천명 늘어…10만명 육박

미국과 동맹국 시민·현지 조력자 포함

 

수송기 탑승 기다리는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대피 행렬이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금까지 10만 명에 달하는 탈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25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수도 카불의 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온 이는 1만3천400명이다.

 

미국이 군용기로 대피시킨 인원이 5천100명이고, 동맹국의 연합군 비행기로 탈출한 이들이 8천300명이다.

 

일일 대피 인원 규모는 지난 24일 2만1천600명, 25일 1만9천 명에 비해선 작아진 것이다.

 

탈레반의 수도 진격과 함께 대피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지금까지 아프간을 빠져나온 이들은 모두 9만5천700명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10만1천300명이다.

 

대피 대상은 미국과 동맹국의 외교관과 시민, 아프간전 때 서방 국가에 협력한 통역사와 가족 등 현지인으로, 현지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과 동맹국은 애초 목표로 한 오는 31일까지 대피작업과 철군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검문과 방해 탓에 카불 공항에 진입하지 못한 아프간 현지인이 상당하고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이들은 미국이 파악한 수보다 실제로 더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 대사 "미군 대피 작전 동안 카불공항서 일반인 50명 숨져"

"공항 혼돈상태, 미군 제대로 대처못해…러, 자국민 360명 이송"

 

미군의 자국민 및 아프간인 조력자 대피 작전이 시작된 이후 카불 공항에서 약 5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자국 뉴스 전문 채널 '로시야-24'와 인터뷰에서 "카불 공항은 혼돈 상태이며 미국인들은 그곳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일반인 50명가량이 숨졌다"고 전했다.

 

카불 공항으로 들어가려고 밀집해 있는 아프간 난민들.[AP=연합뉴스]

 

쥐르노프는 전날 러시아가 자국민과 옛 소련권 국가 국민들을 대피시킬 때는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출국하는 사람들의 서류를 점검했다.

 

게다가 질서 유지 업무는 오히려 탈레반이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쥐르노프는 "탈레반이 모든 일을 도왔다.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줄을 세우는 일, 외부 침입자를 차단하는 일 등을 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탈레반과 훌륭한 협력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또 전날 러시아의 특별수송기를 동원한 대피 작전으로 360명의 러시아인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고 잔류를 희망한 약 100명만이 현지에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38명의 집단안보 조약기구(CSTO) 회원국 국민도 러시아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덧붙였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4대의 군용수송기를 카불로 급파해 자국민과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CSTO 회원국 국민,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 국민 등 약 500명을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22명의 타지크인과 10명의 키르기스인은 각각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태워다줬으며 나머지 국가 국민들은 모스크바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용수송기 [타스=연합뉴스]

 

일본 수송기 2번 카불공항 갔지만 대피자 도착 못해 수송 실패

모테기 외무, 내일까지 일본인 등 대피지원 실현 목표 밝혀

탈레반, 일본 언론 인터뷰서 파견 자위대 조기 철수 요구

  

아프간에 파견된 일본 항공자위대 수송기 C-2=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항공자위대 소속 C-2 수송기 1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했다. 현지 거주 일본인과 일본대사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을 대피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 공군기지에서 이륙 준비를 하는 C-2 수송기 모습.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 수송기가 카불 공항에 두 차례 착륙했지만,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수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5일 밤(이하 한국시간 기준)부터 26일 오후까지 항공자위대 수송기가 두 차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수송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일본인, 현지 일본대사관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한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항공자위대 소속 C-2 수송기 1대와 C-130 수송기 2대를 지난 23~24일 파키스탄으로 파견했다.

 

일본 정부는 대피 희망자에게 자력으로 공항까지 이동하라고 요청했지만, 현지 혼란이 계속되면서 공항 접근이 어려운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날 자민당 다케시타(竹下)파 회합에서 자위대 수송기를 이용한 아프간 잔류 일본인 등에 대한 대피 지원을 27일까지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이 이달 31일까지여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대피 지원 대상은 최대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탈레반은 일본 민영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파견한 자위대의 조기 철수를 요구했다.

 

26일 FNN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일본인을 보호한다"며 아프간에 있는 일본인 등이 대피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일본과) 우호적이고 좋은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면서도 "군의 주둔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정부 인사 가택 연금"

CNN보도 "경호팀 무기와 차량도 몰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전 정부 인사들과 회동하는 탈레반 간부들.[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대화하던 정부 측 인사를 가택 연금에 처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관계자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경호팀의 무기와 차량을 압수했다.

 

탈레반은 이어 25일에는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의 집도 수색했고 그의 경호팀과 차량도 역시 몰수했다.

 

관계자는 "두 사람은 경호원 없이 실질적으로 가택 연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등 아프간을 장악한 후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두 사람 등과 회동해왔다.

 

정부를 이끌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인 '12인 위원회'에 두 사람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CNN의 보도에 대해 탈레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탈레반은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인권 존중 의지 등도 거듭해서 드러냈다.

 

하지만 아프간 전역에서는 탈레반 지도부의 말과 달리 시위대 겨냥 발포 등 잔혹 행위가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러 대사 "아프간 은신 IS 대원 4천명…反탈레반, 저항능력 없어"

아프간 주재 대사 밝혀…"실질 통제하는 탈레반 외에 대안 없다"

"反탈레반 세력, 주민 지지 못 얻어…탈레반, 러와 경제협력 기대"

 

    카불 공항 경비하는 서방 국가군인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은 4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駐)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이날 자국 유명 언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솔로비요프 라이브'에 출연, 아프간 내 IS 대원들은 탈레반과의 충돌을 피해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IS-코라산'으로도 알려진 IS 아프간 지부는 2014년부터 아프간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이들은 탈레반과 긴장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르노프 대사는 "충돌이 없는 것을 보면 IS는 숨어있다. 그들은 수가 많지 않고 고작 4천명 정도"라면서 "(탈레반과의) 정면 충돌 시 결과가 어떨지 분명하기 때문에 숨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카불 공항에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은 공항과 주변 지역에서 탈레반 외에 IS 등 다른 무장단체의 테러 위협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IS와 탈레반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아프간 판지시르에 모인 반(反) 탈레반 저항군 [로이터=연합뉴스]

 

쥐르노프 대사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대한 대안은 없다"면서 그들이 수도 카불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 계곡에 집결한 반(反)탈레반 저항세력과 관련해, 탈레반이 곧바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탈레반이 판지시르 문제를 무력을 동원해 해결하려 했다면, 하루면 충분했을 것"이라면서 탈레반이 부드럽게 압박해 저항세력 지도자들이 무장투쟁의 가망이 없음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벌 출신 아타 모함마드 누르 전(前) 발흐주 주지사와 북서부 헤라트의 군벌 출신 모하마드 이스마일 칸 등이 포함된 저항세력은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탈레반에 실질적으로 저항할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정치 부문 고위급 관계자는 최근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 쥐르노프 대사에게 판지시르 지도자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호'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전달을 요청한 메시지는 지금까지 탈레반은 무력을 이용해 판지시르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합의 등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쥐르노프는 밝힌 바 있다.

 

쥐르노프 대사는 이밖에 탈레반은 러시아가 자원 개발 등 아프간 경제 발전에 참여하는 것에 열려있으며, 이웃한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 국가들과도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카불 구출작전' 빗발치는 반대 · 불가론에도.. 바이든, 31일 철군 고수  

탈레반과 시한연장 담판 실패에 선택지 없어…IS 등 테러위협도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요청과 내부 비판에도 이달 말로 못 박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시한을 고수하고 있다.

 

24일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의 기본 배경에는 무엇보다 20년을 끌어온 아프간 전이 미국의 이익에 더 이상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철학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경기 회복이 가시권에 접어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 전쟁에 더 이상 쏟아부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 측면에서 탈레반의 점령 이후 가혹한 보복이 예상되는 아프간인들을 최대한 대피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철군 연장조차 단호하게 거부한 데에는 현실적 이유가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전날 카불에서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밀회동을 갖고 미군 철수 시한 연장을 논의했지만, 담판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CIA 출신인 로버트 베어 CNN 정보분석가는 탈레반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바이든 정부에 선택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경고에도 철군 시한을 연장할 경우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미국의 시나리오 밖이기 때문이다.

 

베어는 "어느 순간이든 탈레반이 카불 공항을 폐쇄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만약 탈레반이 31일까지 철수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프간을 재침공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했듯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이슬람 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카불 공항 테러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적 위협이다.

 

카불 현지에서 어떤 인명 피해라도 발생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한층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철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한 연장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미 하원의원들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 오스틴 국방장관 등과 아프간 대피작전과 관련한 기밀 브리핑을 받고, 철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대통령에게 권고할 것을 당부했다.

 

G7 긴급 정상회의에서도 의장국인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자국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철군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특히 이달 말 철군 시한까지 아프간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대피는 가능하겠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특별비자를 받은 아프간 조력자들의 피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인도주의 차원의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탈레반 정부는 이미 아프간인의 카불 공항 이동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미군의 현지 대피가 속도를 내며 지난 14일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모두 7만여명이 카불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군의 카불 현지 대피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파렐 설리반 준장과 크리스토퍼 도나휴 소장은 "대피는 매일 24시간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일은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현장의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되도록 많은 사람을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군 복무 기간 무수한 전투와 위험 지역에 파견됐지만,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목소리 높이는 탈레반…철군·제재 놓고 쪼개지는 국제사회

텔레반, 외국군 31일 철군 거듭 강조… "아프간인 출국은 불허"

바이든 철군 시한 고수 G7 갈라져…"바이든이 상처에 소금 뿌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국내외에서 갈수록 존재감을 키워가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철군 시한, 제재 여부 등을 놓고 갈라지는 모습이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스스로 정한 시한인 이달 말일까지 철군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23일 8월 31일을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경고한 데 이어 또 미국을 압박한 것이다.

 

8월 31일은 탈레반의 말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정한 시한이다.

 

그러나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했고 각국이 시한 내에 자국민과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해서는 서방 국가의 입장도 갈렸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철군 작업을 애초 목표대로 오는 31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서도 아프간에서의 목표 달성에 따라 임무를 예정된 시간에 끝낼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G7 회의에서는 시한 연장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피 시한 연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 결과를 두고서는 대피 시한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마찰이 빚어졌다거나 미국과 유럽 지도자 사이의 균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며 바이든이 아프간 철수 처리 과정에서 생긴 손상을 인정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동댕이쳤다고 지적했다.

 

     중국 양제츠 정치국원(오른쪽)과 왕이 외교부장(가운데) [epa=연합뉴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아프간'을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탈레반의 인권 탄압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제재 불가피론을 펼치는 서방과 달리 중국은 대(對) 탈레반 포용 정책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BRICS) 안보 문제 고위급 회의에서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출구"라고 말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전날 시그리드 카그 네덜란드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아프간 문제를 만든 나라인 미국은 그냥 떠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되며, 어떤 제재를 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파키스탄도 탈레반 정권 탄생을 은근히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공항서 미군 수송기 탑승 기다리는 아프간인들[AFP=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탈레반은 철군 시한 외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등이 자국 협력 아프간인 대피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앞으로 아프간인의 출국을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전날 "미국이 아프간 내 숙련된 기술자와 전문가를 데려가는데, 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불쾌하다"라면서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카불 공항에서는 이미 미군 감축이 시작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대피 작전에 투입된 미군은 최대 5천800명에 달했는데, 현재는 5천여명 규모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수하자 아프간을 순식간에 점령하기 시작해 지난 15일 수도 카불까지 장악했다.

 

미국은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속도전에 밀려 초기 대피 목표를 채우지 못하다가 지난 22일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해 23일 하루에만 2만1천여명을 탈출시켰다.

 

백악관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아프간에서 탈출시킨 외국인과 현지인을 총 7만7천여명으로 파악했다.

 

미군 '카불 구출 작전' 속도… "탈레반, 아프간통치 12인회 결성“

CIA국장·탈레반 지도자 비밀회담…12인회엔 테러범부터 전 대통령도

탈레반, 저항군과 결전 임박… 재무장관 임명 등 새 정부 구성 작업도

 

카불 공항에서 미군 대피기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시한에 쫓기는 미군이 민간인 이송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항군과 결전을 앞둔 탈레반은 동시에 정부 핵심 보직 인사를 진행하면서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의 틀을 구성하는 등 새 정부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공항 접근이 봉쇄된 350여명의 미국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헬기와 특수부대를 카불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의 통제 범위를 카불 공항으로 한정, 대피를 위해서는 공항에 자력으로 도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국방부 방침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철군 시한인 31일 이후에도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탈레반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이 전날 카불에서 탈레반 실질적 지도자로 평가되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밀회담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인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는 시한을 이달 31일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전 정부 인사들과 회동하는 탈레반 간부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 작업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간 파지호크 통신을 인용해 탈레반이 이날 재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대행에 굴 아그하, 사드르 이브라힘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보국장에는 나지불라가 낙점됐고, 카불 주지사와 카불 시장으로는 물라 시린, 함둘라 노마니가 각각 임명됐다.

 

탈레반은 22일에는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중앙은행 총재 권한 대행으로 임명한 바 있다.

 

탈레반 지도부가 이른바 '12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전날 이같은 내용과 함께 위원회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 3명은 바라다르, 물라 무함마드 야쿠브, 칼릴 하카니로 모두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통한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며, 하카니는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도 관계자를 인용해 위원회 12명 가운데 7명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이 공개한 명단에는 바라다르, 야쿠브, 하카니 외에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내무부·외무부 장관 등을 역임한 하니프 아트마르,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전 총리 등이 올랐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위 의사 결정 기구 역할을 하게 될 12인회에 탈레반 인사 외에 아프간 정부 측 관료도 여러 명 포함되는 셈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해 20년 만에 재집권한 뒤 사면령을 포함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표하고 새 정부도 포괄적으로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에 반대해 판지시르에 모인 저항군 [AFP=연합뉴스]

 

반탈레반 저항세력은 외세와 맞서 싸운 역사적 항전지이자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집결해 탈레반 포위 속에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세력을 이끄는 이는 아프간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다.

 

마수드가 이끄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탈레반의 공세에도 이미 병력 수천 명을 확보했다면서 탈레반과 싸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바글란주에 속한 반누, 풀에헤사르, 데살라 지역 무장 세력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의 진지가 구축된 곳이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국내 경제는 공황 상태로 치달으며 붕괴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가 지난 15일 탈레반에 의해 무너진 뒤 은행과 환전소는 문을 닫았고 실업은 급증했다.

 

생필품 가격도 급등했다. 밀가루, 식용유 등의 가격은 최대 50% 올랐다.

 

탈레반 "8월31일까지 철군하라" 경고…서방에선 연장 불가피론

이달 말을 '레드라인'으로 제시… 24일 G7서 시한연장 논의

연장시 탈레반과 충돌 가능성…탈레반과 합의 도출 가능성도

 

카불 공항에 연일 몰려드는 아프간인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현지시간)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긴박한 자국민 대피 작전을 벌이는 와중이 대피 시한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

 

대피 작전이 예상만큼 속도를 못내 8월 31일로 제시한 군대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탈레반은 이달 말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준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해서 대피를 위한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라며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결과가 따를 것", "반반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아프간전에 참전한 미국 등 국제연합군은 아프간전 종료를 결정하고 이달 말을 철군 시한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철군을 완료하기도 전에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장악함에 따라 자국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의 대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다. 미국 등은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오히려 자국 군대를 추가로 투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8월 31일까지 애초 목표한 군대 철수는 물론이고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의 대피까지 끝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탈레반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피 작전 조율을 위해 하루에 여러 번 탈레반과 대화하고 있다며 가급적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대체로 외국인 대피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군 수송기 타고 '필사의 탈출' 아프간 사람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국외로 탈출하는 주민들을 가득 태운 채 카타르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이날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했다

 

문제는 서방에서 이달 말 시한을 지키긴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고 이 경우 탈레반과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주요7개국(G7)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에서도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추가 파병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AP통신은 탈레반은 시한 이후 공수 작전을 끝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미국의 정치인과 동맹국 등은 수많은 아프간인과 외국인의 발을 묶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새 정부 수립과 국제사회의 합법성 인정이 시급한 탈레반이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미국의 희망은 연장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관련 논의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탈레반과 협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31일 이후에도 대피가 이뤄지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물론 탈레반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카불 북부 바글란주 탈환… 마지막 거점도 포위"

"마지막 반 텔레반 저항 무장세력 판지시르 계곡에 모여"

 

탈리반 전투 대원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카불 북부 반대파 민병대 거점을 대부분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바글란주에 속한 반누, 풀에헤사르, 데살라 지역 무장 세력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의 진지가 구축된 곳이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현재 (반(反)탈레반) 무장 세력은 판지시르 계곡을 둘러싼 바다흐샨, 타하르, 안다랍 지역에 모여있다"고 설명했다.

 

판지시르 계곡은 과거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현재 이 계곡에서 반탈레반 항전 세력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FE 통신이 판지시르 계곡이 반탈레반 세력의 마지막 저항 거점이 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저항세력 진압과 회유 작전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계속되는 카불 공항의 비극…"1주일간 20명 숨져“

탈레반, 경고 사격 등으로 통제 "미 공항 혼돈 책임져야"

미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검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의 미군과 아프간인들 [UPI=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공항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외부 탈출구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수만 명의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2일 영국 국방장관의 성명을 인용,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혼잡으로 인해 전날 아프간 민간인 7명이 더 숨졌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난 7일 동안 카불 공항 안팎에서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전날 공항 외곽에서 무더위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탈수와 탈진, 공포를 겪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최소 3명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짓눌리고 있으며 대피 작전에 투입된 서방국가 군인들이 탈수로 쓰러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공항으로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도 남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서류를 갖춘 사람들도 발이 묶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섯 가족이 함께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카불 공항의 미군 기지로 가라는 미 영사관의 안내를 받았으나 나흘째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여성을 소개했다.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여성이 카불공항 담을 넘으려 시도하자 미군이 도와주고 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 영상 캡처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공항 혼란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탈레반 간부인 아미르 칸 무타키는 "능력과 시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공항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며 "전국이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오직 카불 공항에만 혼돈이 있다"고 비난했다.

 

와중에 미 군용기로 탈출하던 임신부가 착륙 직후 아기를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수송기 C-17를 타고 탈출하던 이 여성은 전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 직후 여아를 출산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국과 독일 당국은 아프간 내 자국민에게 잠재적 보안상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군 병력의 대피 지원을 카불 공항 바깥 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아프간에서 대규모 탈출 위기가 벌어지고,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있는 기지가 아프간에서 대피한 사람들로 과밀 상태가 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같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고려 중인 장소는 미국 내에서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이며, 이밖에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미 군용기서 출산한 아프간 여성 [미 공군 트위터]

 

한편,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국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탈레반 당국자를 인용해 탈레반 사령관들이 앞으로 며칠 동안 전국 34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의 전 주지사와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 만남의 목적은 (아프간 내) 안전을 보장하고 협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대학교 등 아프간 전역의 학교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면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는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탈레반, 미 협력자들 체포 ‘숙청 정치’…언론인 살해도

민간 분석기관, 유엔에 보고서 내

“아프간 군·경·정보기관 인사 표적”

“외신기자 집 들이닥쳐 가족 살해”

시위대에 총격 가해 사상자 속출

‘반탈레반' 북부동맹 투쟁 움직임

 

 탈레반이 기존 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는 민간기관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19일(현지시각) 탈레반 대원들이 칸다하르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칸다하르/EPA 연합뉴스

 

탈레반이 기존 아프가니스탄 정부 주요 인사들과 미군 등에 협력한 인물에 대한 체포 및 언론인 살해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노르웨이 글로벌 분석센터’(RHIPTO)가 18일 유엔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기존 아프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탈레반이 체포하려는 핵심 인사들은 군, 경찰, 정보기관에서 일하던 인물들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인물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탈레반) 군사위원회’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편지는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당신 가족을 대신 체포할 것이며 이는 모두 당신 책임”이라고 밝힌 뒤 “당신과 당신 가족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근거해 처분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편지를 받은 인물은 카불의 아파트에서 탈레반에 체포됐다.

 

앞서 탈레반은 평화를 원하며 아프간 정부 등 기존 적대 세력에 대한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축출된 아프간 정부 보안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국가 안보 관련 비밀문서를 확보했으며 정보기관 인사 체포에 나섰다고 전했다.

 

외국 언론 소속 기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한 보복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 <도이체 벨레> 방송은 이날 탈레반이 자사 기자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독일로 출국한 상황이었고, 다른 가족들도 집에서 빠져나가 피해를 면했다. 탈레반은 이 방송 소속 현지 기자 3명의 집을 수색했으며, 현지 라디오 방송 <팍티아 가그>의 대표도 최근 탈레반에 살해당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탈레반의 공포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아프간의 독립기념일인 19일 곳곳에서 국기를 든 시위가 벌어져 여러명이 숨졌다. 이날은 1919년 아프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내용의 협정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로이터>는 이날 동부 도시 아사다바드에서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면서 몇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들이 총에 맞았는지, 군중에 휩쓸려 넘어지면서 숨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카불에서 벌어진 집회에서도 총격이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도 카불에서 시위대가 아프간 국기를 들고 “우리의 국기는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잘랄라바드 등 동부 지역 시위에서 탈레반의 총격으로 적어도 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장악하지 못한 일부 지역에서는 반탈레반 세력이 북부동맹 이름 아래 모여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축출할 때 구성돼 미국과 협력한 바 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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