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관리 인용해 보도

“미국내 기지 외에 한국·일본·독일 등 고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지난 15일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미군 수송기 C-17에 빼곡히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수만명의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임시 수용하기 위해 한국 등 전세계 미군기지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 정부가 아프간 피란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미국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해외 시설로는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가 검토 대상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미국 내 기지로는 국방부가 앞서 밝힌 버지니아 포트 리, 텍사스 포트 블리스, 위스콘신 포트 맥코이에 더해, 뉴저지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공동기지 등에 아프간 피란민 수용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기지에는 의료용품, 음식, 물, 화장실, 조명 등을 갖춘 텐트촌이 건설되고 있으며, 다음주 피란민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리들이 전했다.

 

미 정부는 이 밖에도 버지니아, 인디애나, 캘리포니아, 아칸소 등에 있는 다른 기지들을 임시 수용소로 검토하고 있다. 아프간 피란민들은 주로 워싱턴 외곽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온 뒤 수용 시설들로 옮겨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 사람들과 그 가족 등이 5만~6만5000명에 이른다면서 미국인뿐만 아니라 이들 아프간인도 모두 탈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은 1만~1만5000명이라고 그는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함락될 즈음인 지난 14일 이후 대피시킨 인원이 1만3000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피 작전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수작전 중 하나라면서 “최종 결과가 어떨지, 인명 피해 없이 될지 약속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총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해 20년 지속된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히고, 이달 말을 목표로 철군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기도 전에 지난 15일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장악했고, 아프간에 있던 외국인들과 아프간인들이 황급히 탈출에 나서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