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위원회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한국과 돈독한 관계 원해"

 14년 전 샘물교회 피랍사건 등에는 "자결권에 따른 방어" 주장

"인권 존중하고 국제 규범 지킬 것"주장… 선전전이라는 우려도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 [압둘 카하르 발키 제공=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키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하일 샤힌의 휴대전화를 통해 최근 아프간 사태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었다.

 

발키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이날 공식적으로 답한 것이다.

 

탈레반이 국내 언론에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발키는 지난 17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바로 옆에 동석하기도 했다.

 

발키는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발키는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CNN방송은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 구리, 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가 1조 달러(약 1천17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이 가운데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18일 모스크바의 평화협상장에 도착한 탈레반 지도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탈레반의 2인자로 평가받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로이터=연합뉴스]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발키는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출국을 원하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이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진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라며 "여성도 교육, 보건, 취업 등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 구성 상황에 대해서는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이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치했지만 재집권을 앞둔 최근에는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홍보전이 '선전전'에 불과하다는 서구 언론과 전문가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7일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동석한 탈레반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오른쪽). [AFP=연합뉴스]

 

"한국 협조 아프간인 사면…한국과 광물 등 협력 가능"

  "문화위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아프간인 출국은 그들의 선택"

  "한국 지도자·경영인과 만나고 싶어…경제·인적 교류 강화 희망"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메시지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과 교류 및 경제 협력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이날 탈레반의 공식 입장이라며 새 정부 구성 상황 및 운영 계획, 한국 등 세계 각국과 교류, 과거 샘물교회 봉사단 피랍 사건 관련 입장, 여성 인권 등에 대한 여러 견해를 5천자 넘는 분량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탈레반이 국내 언론에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고 현재 새 정부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은 발키가 전한 입장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 새 정부 구성 상황은.

 

▲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언제 관련 발표가 나올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국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는 누구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이들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등 각국과 외교 관계 수립 등 교류를 원하는가.

 

▲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아프간 국민을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 세계는 안보 문제부터 기후변화까지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40년간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의 국민들이 배제되거나 무시되면 그런 노력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 한국과 경제교류도 희망하는가.

 

▲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 회랑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

 

-- 한국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르는 나라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인데.

 

▲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왔다.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다.

 

-- 한국과 탈레반은 악연이 깊다. 2007년 아프간 바그람 기지 앞에서 고(故) 윤장호 하사가 탈레반 폭탄 테러로 사망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피랍됐다가 2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과할 것인가.

 

▲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우리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다.

 

-- 아프간에는 한국 등 외국 정부와 함께 일했던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원하면 출국을 허용할 것인가.

 

▲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다.

16일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탈레반 지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탈레반 지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가.

 

▲ 북한과 교류는 없다.

 

-- 어떤 정치 시스템으로 나라를 운영할 것인가.

 

▲ 이슬람 통치 구조와 형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이 통치 체제는 무슬림 인구 비중이 99%인 아프간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다만,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은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인가?

 

▲ 여성은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이 권리에는 교육, 보건, 취업 등이 포함된다.

 

-- 당신들이 말하는 샤리아 법(sharia law, 이슬람 율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 무슬림 국가는 샤리아 법을 통해 통치해왔다. 지난 1천400년간 이를 통해 번영했다. 샤리아 법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일해왔다. 두려워해야 할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 당신들은 손목 절단 등 여러 잔혹한 형벌 체계도 갖고 있다.

 

▲ 우리의 법은 성스러운 종교에서 비롯됐다.

 

-- 사면령 선포 후에도 민간인들이 학살당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며 진실이 아니다. 가해자가 구금됐다는 매우 드문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도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을 것이다.

  

정부, 탈레반의 '합법정부 인정 희망'에 "아프간 내부 면밀주시"

 

정부는 23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인터뷰와 관련, 아프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레반측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부 입장 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세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탈레반의 공식 정부 수립과 새 정부 운영 방침 등을 살펴보고 국제사회의 동향을 지켜본 되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며 "현재 아프간 정세와 주요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 중인바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 필요하다면 공관 운영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의 대외 홍보 창구인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이날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