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이집트, 알바니아 등엔 기부도

덴마크, 아일랜드엔 약 100만회분씩 판매

백신 거부 여론으로 공급이 수요 넘어서

 

중대본 “작년 3월 루마니아에 진단키트 등 지원

백신 스와프 협의중…백신 유효기간 11월 이후”

 

루마니아가 최근 한국과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의료기기 교환 협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마니아는 이전에도 덴마크와 아일랜드에 백신을 약 100만회분씩 팔고 튀니지나 베트남 등에는 공여를 하기도 했는데, 이는 루마니아에 만연한 ‘백신 거부’ 분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3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루마니아에서는 인구의 26.23%가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률이 유럽연합(EU) 최하위권으로 평균 55.51%보다 훨씬 낮다. 접종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12월로 유럽연합에서도 이른 편이지만, 접종 속도가 좀체 나질 않고 있다.

 

그러자 루마니아는 확보한 백신 가운데 일부를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부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루마니아는 지난 6월29일 덴마크에 화이자 백신 117만회분을 파는 데 합의했다. 덴마크는 접종 완료율이 21일 기준 69%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루마니아는 이달 초에도 아일랜드에 화이자 70만회분을 팔았다. 아일랜드 접종 완료율도 65%를 넘는다. 루마니아 언론인 <루마니아-인사이더>를 보면, 루마니아는 튀니지, 이집트, 알바니아, 베트남, 몰도바, 조지아 등에는 백신을 기부하기도 했다.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미국 모더나사의 백신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루마니아의 이런 결정에 대해 <로이터>는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루마니아 국민들의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 확산 등을 이유로 백신 거부 현상이 확산한 결과 공급이 수요를 훨씬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5월26일 보도에서 국가적으로 낮은 백신 수용성에 더해, 인구의 상당수가 시골에 살고 있어서 백신 접근성이 낮다는 점도 낮은 접종률의 원인으로 꼽았다. 루마니아는 지난달 초엔 아스트라제네카 쪽에 6월30일로 유효기간이 만료된 백신 4만3000여회분이 아직 사용 가능한지를 문의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을 통해 백신을 일찌감치 확보하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상황은 한국과 정반대다. 한국은 초기 백신 도입이 약간 늦어진 탓에 접종 시작 반년을 넘어서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양국의 상반된 상황이 이번 모더나 백신-의료기기 교환 협의로 이어진 모양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이 유효기간이 6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공급받은 시기와 접종 시기 간 ‘미스 매칭’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스와프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스와프 논의가 루마니아 쪽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사실도 이날 처음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이스라엘과 백신 교환을 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이 (백신을 다른 나라에서 받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행정력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루마니아가 알고 이렇게 제안한 것 같다”며 “(루마니아 외에도) 진행 중인 (백신 협력) 건이 더 있는데 공식적으로 결정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