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위협 트럼프에 맞서 의회서 3년 연속 넣어

바이든 정부 들어 빠져… 의회 인사들 “트럼프 시대 유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이 지난 2019년 10월23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왼쪽)과 함께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3년 만에 빠졌다. 동맹을 경시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 의회가 견제하고자 넣었던 조항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 민주당 소속인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이 30일(현지시각) 공개한 7440억달러 규모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을 보면, 2019회계연도부터 들어갔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법안은 대신 “중국과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고 악의적 활동을 막는 데 있어서 미국의 동맹와 파트너십의 중심적 역할을 포함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명시했다. 법안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기 위한 ‘태평양 억지 구상’(PDI)에 최소 62억달러의 예산 투입을 요구하는 등 중국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빠진 이유에 대해 미 의회 관계자들은 이 조항이 “트럼프 시대의 불필요한 유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 조항은 국방수권법에 없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8년 의회가 2019회계연도 법안에 처음 넣었다. 주한미군 감축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키지 않고 한국·일본과 협의를 거쳤다고 미 국방부 장관이 확인하는 경우에만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론자인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던 때에, 의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를 넣은 것이다. 2020, 2021 회계연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조항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에서 이같은 조항이 빠진다고 해서 그 자체가 당장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바이든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복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에 맞서기 위한 미군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군의 배치·운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오는 1일 하원 군사위 전체회의 심의 등 의회 절차를 거쳐 연내에 확정될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