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7명, 뉴저지 2명 숨져... 두곳 모두 비상사태 선포

맨해튼 도로 및 지하철 침수 센트럴파크엔 사상 최대 강우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뉴욕시 일대에 긴급홍수경보가 발령되고 통행금지가 선포된 가운데,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인근의 물에 잠긴 도로 위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북동부에 많은 폭우를 뿌리면서, 뉴욕과 뉴저지에서 2일 오전 8시(한국시각 저녁 9시) 기준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물바다로 변해버린 두 주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등에 큰 피해를 안긴 아이다는 육지에 상륙해 북상하면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으나, 2일 동부 뉴잉글랜드까지 접근해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역사적인 기상 재난”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로이터>는 국립기상청이 뉴욕에 홍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NBC 등 외신은 뉴욕에서 두 살 남자아이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뉴저지에서 2명이 숨지는 등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뉴저지주 퍼세이크 시장인 헥터 로라는 CNN에 “홍수에 휩쓸린 차량에서 70대 남성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뉴욕 주요도로인 맨해튼 동쪽 ‘에프디아르’(FDR)로 및 ‘브롱스 리버 파크웨이’가 전날 밤부터 폭우로 잠기기 시작했다. 뉴욕의 지하철과 그 역들도 침수돼, 메트로폴리탄교통청은 모든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지하철 차량에 물이 들어와 승객들이 좌석 위에 올라선 모습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뉴욕 시당국은 이날 새벽 5시까지 비상 차량을 제외하고는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뉴욕기상관측소는 1일 밤 뉴욕시 일대에 일급 긴급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는 “갑작스런 홍수로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와 재앙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곧 발생할 극히 드문 상황”에서 발령된다.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1일 밤 시간당 8㎝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이 공원에서 기록된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아이다는 또 1일 아침부터 대서양 연안의 중부 주들을 통과하면서 적어도 두 차례의 토네이도까지 동반했다. 이 토네이도로 뉴저지 남부 키니의 한 우체국 지붕이 날아가는 등 곳곳에서 큰 피해를 입혔다. 정의길 기자

 

"하늘에서 나이아가라폭포가 쏟아졌다"…허리케인에 마비된 뉴욕

5시간만에 수영장 5만개 채울 비 내려…물바다 된 도로·지하철서 밤새 구조

뉴욕 사망자 대부분은 아파트 지하 살던 빈민층…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미국 뉴욕에서 홍수에 잠긴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5시간의 폭우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가 마비됐다.

 

뉴욕을 비롯한 미 북동부 일대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교통이 마비되고 정전 피해가 속출하면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최소 24명이 숨지고 15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전날 저녁 아이다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9인치(약 22.9㎝)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미 국립기상청(NWS)이 밝혔다.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파크에서는 7.19인치(약 18.3㎝)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3.15인치(약 8㎝)로 지난달 21일 열대성폭풍 헨리 때 세운 종전 기록 1.94인치를 불과 11일 만에 갈아치웠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 거리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날 저녁 뉴욕시 일대에 쏟아진 비가 350억 갤런으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라고 추산했다.

 

당초 3∼6인치(약 7.6∼15.2㎝)의 비가 내릴 것이라던 기상 예보를 웃돈 강수량에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 다수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맨해튼 FDR드라이브와 브롱크스 리버파크웨이 등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강으로 변하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뉴욕시 지하철 46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15∼20대의 지하철에서 밤새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타임스스퀘어역에서는 지하철이 멈춰선 전날 저녁 9시45분께부터 승객들이 폭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지하철역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CNN이 전했다.

 

뉴욕에서 주민들을 구조하는 구급대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하철을 포함한 뉴욕 대중교통은 이날까지도 완전히 정상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 소방국은 도로와 지하철 등에서 수백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필라델피아 소방국도 최소 100명을 홍수 피해로부터 구조했다고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전례없는 폭우로 뉴욕시가 마비됐다"고 말했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민들이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사망자의 대다수가 아파트 지하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어서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이민자 가정이 주로 사는 아파트 지하는 대부분 불법으로 개조한 주거시설이어서 홍수와 화재에 취약하다.

 

뉴욕시 퀸스에서 2살 아기와 부모가 숨진 아파트, 86세 할머니가 숨진 아파트는 모두 주거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지하 건축시설로 확인됐다.

 

뉴욕에서 홍수로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정리하는 종업원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