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전 아프간사령관들 조명

군수업체 이사회·강연료 넉넉한 퇴역생활

“전쟁 영속화한 장군들 재평가 필요해”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쟁에선 졌어도 인생에선 승리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패전’의 후폭풍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쟁을 이끈 전직 최고위급 장성들은 사기업 취업과 강연 등으로 넉넉한 전역 후 삶을 누리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미군이 20년간 진행한 아프간전에서 여러 4성 장군들이 지휘를 맡았다. 미군에서 최고위인 대장까지 지낸 이들은 명성이 높은 탓에 적잖은 기업들과 청중들이 그들의 경험을 듣기 위해 몰린다. 하지만, 많은 전우가 희생된 ‘실패한 전쟁’의 경험담 등을 말하며 지나친 돈벌이에 나서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8~2018년 아프간 주둔 미군을 이끈 장군 8명이 20곳 이상의 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2009년 미군 3만명 증파를 이끈 스탠리 매크리스털의 전역 후 활동이 가장 눈에 띈다. 매크리스털은 이듬해 아프간 정책 등을 놓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현 대통령)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워싱턴으로 불려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직후 사임한 인물이다. 그는 전역 후 적어도 10곳의 기업에서 이사회 구성원이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 이사로서는 수억원, 강연료로는 수천만원씩을 챙겼다. 자기 이름을 딴 컨설팅 업체도 차렸다. 그가 취업했던 제조업체 나비스타 인터내셔널의 자회사는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해병대가 사용한 장갑차 가격을 사기적 방법으로 부풀렸다는 시비 끝에 올해 초 5천만달러를 토해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지프 던포드

 

2013~2014년 아프간 주둔 사령관을 하고 합참의장도 역임한 조지프 던포드는 미군과 거래하는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이사회에 지난해 합류했다. 던포드에 앞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이끈 존 앨런은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에 취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3년간 군수업체 노스롭그루먼으로부터 150만달러(약 17억3천만원)를 기부받은 곳이다. 앨런의 전임자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자산운용사 케이케이아르(KKR)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명성을 높이는 데는, 지금은 실패한 전쟁으로 명백히 판명된 아프간전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전쟁의 전개와 방향, 경험을 놓고 의견을 피력하며 인기 있는 강연자로도 활동해왔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직 미군 아프간 최고사령관들은 실패한 전쟁을 이끈 경험으로 전역 후의 삶을 꾸려간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퍼트레이어스는 “난 (아프간 주둔 사령관) 임기 동안 우리가 한 일과 그것에 대한 보고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역임한 그는 여러 기업이 경험을 사기 위해 자신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려 했다고 말했다. 던포드 역시 “난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정확히 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퇴역 군인들을 위한 일 등 비영리 활동에 자기 시간의 80%를 쓴다고 했다. 매크리스털도 자신의 사업은 과거의 전우들을 위한 일자리도 마련해주고 있다고 반론했다.

 

아프간 전쟁에 두 차례 투입됐던 예비역 육군 중령 대니얼 데이비스는 전쟁을 20년이나 끌게 만든 이들의 리더십에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는 “전쟁이 완벽한 재앙이 되는 수년간은 다른 한편에서는 장군들의 월급날이었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